늙은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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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충북
  • 충청리뷰
  • 승인 2019.02.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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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정치권의 시계는 이미 내년 총선에 맞춰진지 오래다. 굳이 로드맵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그 종착지는 내년 4월 15일에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선거다. 현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 또한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여당이 패하면 문재인 정권의 앞날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 될 것이고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 패배는 바로 그 순간 지리멸렬을 의미한다.

당연히 도내 정치인들의 지역발걸음이 잦아지고 있고 언론들도 관련동향을 점차 구체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사석에서 나누는 담론은 이미 내년 총선의 결과까지 도출해내는 정도가 됐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벌써 끝났다는 식이다. 주목할 것은 언론보도나 일반인들의 뒷담화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세대교체다. 기성 정치인들의 꼭 나이만을 탓하는 게 아니다.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우려한다. 어느덧 도내 행정이나 정치가 많이 늙어가고 있다고 자책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선 나이를 따져보자. 청주권은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모두 이른바 목까지 찼다. 이시종지사(47년생)와 변재일(48년생) 오제세(49년생) 국회의원이 70을 훌쩍 넘었고 한범덕 청주시장(52년생)과 정우택(53년생) 도종환(55년생) 의원도 정치인으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일부는 호적나이를 줄였다는 소문도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입에 올리는 것은 이들중 대다수가 관료출신에다 다선들이어서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타 도내 전체를 보더라도 조길형 충주시장(62년생)과 박세복 영동군수(62년생) 이차영 괴산군수(61년생) 이후삼 국회의원(69년생, 제천-단양)만이 간신히 50대이지 나머지는 모두 60대 이상이다.

최근 충북도가 주최,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서 늘 보아오던 나이 지긋한 분들이 으레 전면에 나서는 것도 도민들에게 식상함을 준다. 어른에 대한 예우로 해석하기보다는 오히려 ‘어느덧 늙어가는 충북’을 보는 것같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서 어떤 이는 골프장론을 설파한다.

물론 억지논리겠지만 요즘 50 이상 주말골퍼들이 하나같이 놀라는 현상이 있다. 골프장 내장객의 거의 70~80%정도가 30~40대 젊은층과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여성 주말골퍼들이 엄청난 속도로 많아지는 바람에 아예 이에 맞춰 경영전략을 새로 짜는 골프장까지 생겼다. 세상은 이렇듯 변하고 있는데 충북은 여전히 ‘꼰대’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충북의 노쇠현상은 중앙정치무대에서의 약화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정책 의제를 발굴하는데 있어서도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발상을 억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도민들의 자발적인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자치단체장의 작위적인 논리에 이끌리기 일쑤다. 현실감이 떨어지는데도 자치단체장이 억지로 끌어간다는 것이다.

지역언론들이 내년총선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내심 세대교체론을 은근히 전파하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기성 정치인들의 행보가 예년과 당장 비교될 정도로 재미없기 때문이다. 힘도 없고 소위 ‘다마’도 적다고 한다. 자기 정체성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자가발전에만 능하다고도 한다. 작은 성과에 대해 지나치게 생색을 내는가 하면, 지역구 주민의 애경사를 챙기는 것에 올인하기도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충북이 늙어가고 있다고 해서 꼭 신체적인 나이만을 문제삼는 것은 아니다. 요즘 70대는 마을 이장을 해야하고 경로당에 가고 싶어도 순서가 안 된다고 한다. 나이가아니라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체질변화를 꾀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최근엔 지역사회의 젊은 목소리가 많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 날에는 JC 등 각종 직능단체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나이든 사람들만 TV에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신·구 세대간 단절과 이질감만 커지는 느낌이다. “괜히 나섰다가 나이든 분들한테 씹히기 십상이라 우리가 먼저 몸을 사리는 측면도 있다”는 한 젊은 사업가의 얘기는 시시하는 바가 크다.

선거 때마다 세대교체론은 늘 거론돼 왔다. 하지만 정치적 현상에서 특정 지역에 국한된 극적인 변화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충북같은 보수적 성향의 지역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기에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세대교체는 곧 나라 전체의 정세가 이끌었고 그 중심엔 새로운 ‘인물’이 있었다. 때문에 충북의 세대교체 역시 확실한 새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한 또 다시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몇몇 참신한 인사들이 초장에 반짝 하다가 별다른 소득없이 주저앉거나 사라진 것이 좋은 예다.

어쨌든 충북이 늙어가고 있다는 여론을 책임있는 이들은 경청하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변화는 그 변화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모범생 보다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적격인 것이다. 그런데 충북의 정치인과 지치단체장 중엔 기계적인 모범생들만 넘쳐난다. 그들이 의욕적으로 내세우는 시책이나 정책들도 혁신적이지 못하고 실은 아날로그적 발상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헷갈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모범생들의 자기관리, 자기포장에만 머물러 있다. 그래서 걱정된다.

백년대계는 말로써 확인되고 성사되는 게 아니다.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의 창출과 이를 견인하려는 집요함이 만들어낸다. 문제는 꼰대들의 머리에선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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