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어떻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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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어떻다구요?
  • 충청리뷰
  • 승인 2019.04.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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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고,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 그럼에도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는 다시 높아지는 것 같지 않다. 정치권력 외에도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사회적 편견, 국민을 나누는 진영논리, 속보 경쟁 등 기자의 양심과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들이 아직도 많다”

올해 신문의날 행사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다. 분명 언론에 대한 쓴소리이지만 듣기에 결코 거북하지가 않았다. 맞는 얘기라는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자유가 더 보장되고 있지만 그 언론에 대한 국민신뢰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현실, 여기에다 기자의 양심과 (권력 외에)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들이 많다는 것 등이 그렇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언론관에 다소 수정을 가했으면 한다.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그리고 사회적 편견과 진영논리가 작금의 언론문화에 변질과 훼절을 덧씌우고 있는 건 맞다. 사주가 누구냐에 따라, 또 광고주의 눈치를 보느냐 마느냐에 따라 보도의 양태가 달라지는 것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아울러 사회적 편견은 취재의 관점을 삐딱하게 만들고 우리나라 정치의 망국병이라는 진영논리는 언론사의 편가르기를 넘어 국민들까지 이간질시킨다.

문제는 더 근본적인 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다름아닌 언론보도와 편집에 있어서의 의도성과 목적성이다. 이는 좋게 말하면 자사 이기주의가 되지만 냉혹하게 말하면 언론이 최고로 금기시해야 하는 영역을 침범하는 악행이나 다름없다. 나는 이를 ‘양아치 언론행태’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론도 아닌 것이 언론으로 행세하는, 말 그대로 의사(擬似) 언론들이 요즘엔 너무 횡행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목적성을 가지면 기자는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기사를 만들게 된다. 마치 김문수의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이 났다”는 식의 보도가 넘쳐나는 것이다.

실제로 보수 내지 수구로 통칭되는 신문들의 최근 보도를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어차피 권력과 언론은 서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들 언론의 논지는 모든 게 작위적이다. 한 예로, 어떤 상황이든 부정적 현상은 늘 대통령 탓이다. 설령 시중의 여론이 그렇더라도 이를 기사화하는 언론은 단순히 감(感)이 아닌 근거와 팩트로써 현상을 풀어내야 하는데도 우선 감정부터 앞세운다.

이념적 진영에 치우치는 기사는 그나마 좌우 혹은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의, 이른바 논리라도 있다. 그 것이 합리성을 가지든 말든 말이다. 언론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트럼프가 틈만 나면 ‘가짜 뉴스’ 내지 ’적‘이라고 일갈하는 언론사들은 그래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기사에서 한 가지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덤벼든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느냐 마느냐로 상징되는 도덕성의 여부이다. 트럼프의 여성편력만을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그 것에 대한 트럼프의 거짓말에 더 비중을 두고 비판을 가한다.

그런데 우리의 보수언론들은 무조건 현 정부가 싫고 대통령이 밉다. 문제의 언론들이 흔들리지 않고 집착하는 것은 ‘문재인’에 대한 막무가내식 흠집내기로 그 의욕이 넘치다보니 어느땐 기상천외한 기사까지 만들어진다. 4·3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2030세대들이 진보꼰대들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아예 단정해 버리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금 이들 20, 30대의 표심과 민심은 어느 전문가라도 한 마디, 한 단어로 정리하지 못한다. 적어도 정치에 대한 그들의 정서적 역동성은 획일적인 잣대 자체를 거부한다. 이 것이 궁금하다면 실제로 그들과 대화를 해보기를 바란다. 그들의 관심은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 보수를 말했다가는 당장 대화의 벽을 느끼게 되고 진보를 말했다가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

지금의 언론에 대해 걱정되는 게 있다면 이 것도 참 큰 문제다.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진영논리가 언론보도의 하드웨어를 훼손하고 있다면 이 것은 언론보도의 소프트웨어를 변질시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언론종사자, 좁혀서 기자들의 신념과 마인드다. 기자들도 워라벨과 웰빙 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추세를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연성화되고 있다.

복잡한 취재는 일단 기피하려 하고 조직생활에 있어서도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언론자본과 광고자본에 너무 순치된다. 과거의 저항이나 어깃장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가나 사회 현안에 대한 시각 자체가 보수화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는 최근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는 대학사회와도 맥을 같이 한다. 교수는 학문과 신념을 향한 치열한 정진보다는 적당한 처세와 인적인프라 구축에만 매몰되고 있고 학생들은 취직을 하고 잘 먹고 잘 사는 데에 인식의 절대적 비중을 둔다. 도대체 투쟁의식이 없다. 이런 점에서 얼마전 대학가의 김정은 서신논란은 아주 생뚱맞게 다가왔다. 그 것의 실체를 떠나 우리나라 대학이 그동안 이렇게 조용했나?를 자문하게 된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언론은 언론 다워야 하며 기자는 기자 다워야 한다. 한데, 현실은 앞으로 더 이와는 반대되는 쪽으로 사람들을 내몰 것같으니 이 또한 진보 꼰대들이 자초한 한계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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