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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매장지 표지판 있어도 포크레인 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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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매장지 표지판 있어도 포크레인 밀고 갔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5.21 1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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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간벌 인허가 해주고, 도는 사방댐 공사하고…
유족회, “유해 훼손됐다”며 청주시장 검찰 고소해
도장골 유해 매장지에서 지난 13일 청주형무소 유족회가 벌인 기자회견 모습.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청주형무소 수감자들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된 청주시 낭성면 호정리 산 22번지 도장골엔 지난 13일 유족들의 “내 아버지 유해를 찾아달라”는 절규가 울려퍼졌다. 청주형무소 유족회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발주한 간벌과 댐 공사로 인해 유해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진실화해위원회가 2006년 유해매장지 추정조사사업을 근거로 유해를 일부 발굴했고, 2008년 12월 현장 보존 필요성에 따라 '사건 희생지' 표지판도 세웠지만 간벌사업을 하면서 도장골 유해매장지 현장이 무단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청주형무소 유족회는 정부와 충북도에 유해발굴을 요구해 왔다. 정부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도 지난 2008년 현장 안내판에 '유해매장 추정 지번'과 함께 '청주형무소 사건 민간인 집단 희생지이므로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이 이후 2015년 한 번 더 세워졌다.

 

담당자들은 왜 몰랐나

 

하지만 지난 3월께 공교롭게도 청주시와 충북도가 허가하고 발주한 2건의 공사가 이곳에서 진행됐다. 시는 지난 1월 산림조합에 도장골 산림 벌채를 허가하는 산림계획을 허가했다. 시공자인 SJ 청주산림조합은 이후 산주의 동의를 얻어 이곳에서 간벌작업을 했다. 또한 충북도가 '2019 사방댐'(흙이 하류로 흘러내려가지 못하도록 골짜기에 인공적으로 설치하는 작은 규모의 댐)을 만들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이달 말까지 3개월간 공사를 벌이고 있다. 시행청은 충청북도 산림환경연구소이고 시공자는 SJ 청주산림조합이다.

시공자가 모두 같은 산림조합이고, 사업시행 날짜도 각각 3월 4일과 3월 7일이었다. 유족회는 “이전에는 봉분이 있는 묘 5~6기가 있었는데 간벌과정에서 이를 훼손한 것은 장사법 위반이다. 시는 유해매장지를 훼손한 공사담당자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을 문책하고 검찰은 시장을 처벌하라”라고 강조했다.

청주형무소 유족회는 낭성면 도장골 유해 매장지 훼손 책임을 물어 한범덕 청주시장을 장사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현재 사방댐은 거의 공사가 완료됐고, 하류지역을 연결하는 공사를 남겨두고 있다.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수해가 나서 공사를 벌이게 됐다. 하류 부분에 공사를 하지 않으면 올해 장마가 올 때 큰 피해가 예상된다. 공사를 늦출 순 없다”라고 답했다. 표지판 훼손에 대해서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지는 잘 몰랐다. 사방댐 공사는 청주시의 인허가를 받는 사항이 아니라서 미처 살피지 못했다”라고 답변했다.

청주시 자치행정과에선 유해발굴에 대한 업무를 하고, 산림관리과에선 간벌에 대한 허가를 해주고 있다. 이 일에 대해 관계당국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사실을 몰랐다”라고 주장하고, 청주시에선 “산림조합이 연락을 해 와 표지판을 훼손하지 말라고 알렸다. 전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다”라고 답한다.

청주형무소 유족회 홍우영 회장은 “아버지 유해를 찾을 수 있도록 시가 시굴조사를 조속히 실시하라. 공무원 누군가를 처벌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유해가 훼손됐다는 생각에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청주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사방댐 공사는 자연재해를 대비한 것이라 시에서 막을 방법은 없다. 유족회와 상의해서 시굴조사를 빠른 시일 내 할 예정이다. 단, 발굴조사는 비용이 많이 든다. 행안부에 이곳을 발굴 우선 대상지로 선정해달라고 요청을 해놓았다”라고 답했다.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는 “유해매장지가 마구 훼손될 때까지 충북도와 충북산림환경연구소, 청주산림조합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서도 방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무연고 묘도 6개월간 일간지에 고시하고 옮기는 데 지자체가 세운 표지판마저 무시하고 이렇게 일을 진행할 수 있는가.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시굴조사를 벌여야 한다. 시굴조사 비용이 1000만원도 채 들지 않는데 이를 미룬다면 되겠는가”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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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식 2019-05-23 16:30:34
수고많으십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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