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임광수 회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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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임광수 회장님께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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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북인뉴스 대표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10월 임회장님께 <충청리뷰> 지면을 통해 첫 공개서한을 띄운 지 9개월이 지났군요. 그땐 충청일보 노조파업 사태가 지역의 현안문제로 불거졌었고, 사주였던 님에게 주제넘는 제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제언의 결론은 ‘신문사 운영이 그렇게 어렵다면 차라리 ’대리사장‘을 내세우지 말고 직접 책임경영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습니까, 님은 뜻밖에도 법인청산이라는 ‘판깨기’로 책임경영의 본때(?)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됐습니까, 길거리로 나선 노조원들은 1년만에 새신문 창간준비를 마치고 도민주 공모에 대한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며칠뒤 님께서 ‘충청일보’ 제호를 제3자에게 매각했다는 사실이 <충북인뉴스>를 통해 취재보도됐습니다. 모진 겨울을 넘기고 가까스로 창간 배를 띄우려던 노조는 지금 혼돈 속에 빠져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요, ‘신충청일보’라는 제호로 새출발하려 했는데 다시금 ‘충청일보’가 복간된다면 모양새가 어떻겠습니까?

님께서 의도했든 안했든 ‘충청일보’ 제호매각 소식은 노조에 치명타를, 도민에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58년 전통을 가진 향토신문의 제호가 낯선 외지 사람에게 맡겨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님께서 모른다고 하시진 않을 겁니다. 한가지 아쉬움은 이만 줄이기로 하고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님에 대한 아쉬움을 ‘하나 더’ 추가하려 합니다.
지난 2일 저는 취재를 목적으로 서울에서 열린 충북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총회장 입구에 선 님과 난생 처음 인사를 나누고 뒷자리에 앉아 총회 진행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날 안팎의 관심사는 충북협회장 인삿말 순서에서 과연 님이 어떤 발언을 할 것인가 였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1월 15일 충북협회 신년교례회에서 충청일보 노조의 항의시위 등 소란이 일자 “이제 나이도 많고 해서 적당한 후임자가 나타나면 올해로 충북협회장을 내놓겠다. 2~3년전부터 물러나려 했으나 마땅한 사람이 없어 지금까지 맡아 왔다”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님은 본 행사가 끝나고 리셉션이 진행될 때까지 거취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아직 임기가 남았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것인지, 충청일보 노조사태가 잦아들었으니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것인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감히 누가 18년간 충북협회장직을 유지해온 님에게 이런 불경스런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아, 그러고보니 지난 1월 신년교례회장에서 님의 퇴진을 공개요구한 서울거주 인사가 있었습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20대 청년들에 의해 끌려나갔고 결국 폭행혐의로 고소까지 했다죠? 이번 정기총회에도 1층 로비와 회의장 주변에 예의 20대 양복청년들이 진을 치고 있더군요.

하지만 본의아니게 양복청년들의 호위를 받은 참석자들은 대부분 60대를 넘긴 노신사들이었습니다. 지역의 모일간지에서는 2일 열린 충북협회 정기총회를 ‘충북 경로당’으로 표현했더군요. 님이 진행한 총회 안건심의도 150여명의 참석자 가운데 발언 한마디 없이 그냥 통과되더군요.

18년간의 ‘익숙함’이란 것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 놀라웠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총회장을 떠나는 노신사들에게 배포된 인쇄물이었습니다. 서울대총동문회보 신문 1부와 충청일보 지헌정 전 대표, 조충 전 전무의 글로 도배가 된 유인물 1장이었습니다. 서울대 총동문회장을 맡고있는 님께서 충북협회장직보다 대학동문회장직을 더 자랑스러워 하신 탓은 아닌지 궁금했습니다.

유인물 내용 중에는 같은 서울대 동문인 서원대 김정기 전 총장이 님을 겨냥해 쓴 ‘서울대 동문회장 아무나 하나’라는 글에 대한 반박글로 실렸더군요. 임광수 회장님, 꼭 21년을 채우시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지난 1월 발언대로 후임자를 물색하시지요? 님이 말씀하신 ‘적당한 후임자’를 기다리기엔 많은 사람들이 지쳐있습니다. ‘충북협회장 아무나 하나’라는 글이 올라와도 좋으니 일단, 용단을 내려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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