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 맘껏 놀아라~”거북이학교의 여름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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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 맘껏 놀아라~”거북이학교의 여름캠프
  • 충청리뷰
  • 승인 2002.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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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에서 초정리로 빠져 고갯길을 구비구비 따라가다보면 종암리의 종암초등학교가 작은 푯말을 드러낸다. 주위의 무성한 풀들 사이 작은 입구만이 드러나 있어서 좀처럼 눈길을 끌지는 못한다. 오래전에 폐교가 돼버린 종암초등학교, 미원만 해도 이런 폐교들이 서넛된다.
입구에서 몇걸음 내딛자 이승복 동상이 돌을 들고 서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친절하게 부연설명이 쓰여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요즘세대들이 이 유명한 스토리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밀려왔다.
종암초등학교는 올 3월부터 다시 아이들이 뛰어놀기 시작했다. 물론 죽은학교가 갑자기 부활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자연체험 학습터 거북이 학교’라는 새명함을 달았기 때문이다. 사회교육센터 일하는 사람들의 부설기관인 ‘거북이 학교’는 충북지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대안학교이다. 거북이의 느림 철학을 따 온 이 학교는 자연친화교육, 공동체 교육, 민주주의 교육을 목표로 98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1~2회 주말학교와 방학동안 계절학교를 꾸준히 열어왔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프로그램

“선생님, 그거 똥이죠?”
“어휴, 구린내~선생님 똥 맞죠, ”
손가락으로 코를 집는 시늉을 하는 아이들은 처음보는 황토반죽이 색깔이나 농도에 있어 영락없이 ‘똥’같이 보인다.
“맞아, 너희들이 한지로 싼 닭다리에다가 선생님 똥을 골고루 바르고 화로에 구으면 더 맛있는 닭다리 구이가 되지”
아이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선생님은 지금 저녁식사로 ‘황토닭구이’프로그램을 진행중. 이제 저녁식사 후 아이들은 옥수수를 밤참으로 먹고 최신 개봉한 애니메이션을 보며 낯선 곳에서의 하루밤을 마친다.
2박3일 일정의 거북이 학교 첫날 프로그램은 비가 내리는 탓에 다소 변경됐지만 실내에서도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다양해 보인다.
특히 나무젓가락을 연결하여 만든 총 목표물을 맞추는 놀이, 컵 두개를 연결해서 공을 옮기는 죽방울 놀이, 우유팩을 이용한 종이배만들기 등과 같은 모든 놀이감을 아이들이 직접 만든다는 점이 이채롭다. 여기에는 전통놀이를 변형한 놀이들도 많다.
게다가 텃밭에서 기른 감자, 야채등은 무공해 먹거리들로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감. 아이들은 직접 텃밭에서 캐온 감자등을 삶아 먹으며 하루 한끼를 직접 요리를 해서 먹기 때문이다.
거북이 학교 선생님들은 캠프가 끝나면 아이들이 이전보다 강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결코 하기 싫은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해볼래, 네가 싫다면 하지마라”라고 주문할뿐이다. 그러나 낯선 폐교에서 낯선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이들은 어느덧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자연스레 찾아간다.
그리고 마지막날에는 그동안의 일정과 생활을 담은 CD를 제작하여 아이들에게 깜짝선물을 준다.
거북이학교의 이창희 간사(35)는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한 프로그램을 재탕하는 것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새로운 프로그램을 매번 다시 짠다”고 밝혔다. 즉, 365일 매일매일의 다른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거북이 학교에는 이창희 씨외에 황병권(32), 신재호(31), 구자영(26)씨가 상주하며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 대안학교,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
대안학교는 신 귀족학교 ?

거북이 학교의 공식적인 타이틀은 ‘비정규적인 대안학교’이다. 정규수업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학교, 계절학교를 열어 기존 교육의 대안으로서 자연놀이터를 열어주는 것이다. 처음 거북이 학교는 그 방향성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각기 다른 전공과 목표를 가진 이들이 모이기도 했지만 대안학교의 모델을 갖춘 곳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민들레 학교, 간디학교, 푸른학교 해오름학교 등이 있고 충북지역에서는 옥산 양업고등학교와 영동에 자유학교 ‘물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학교들의 수업료는 보통 3~4배에서 10배가량 비싼편. 대안학교는 곧 ‘신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희 간사는 “대부분 대안학교들의 재정은 학생들의 수업료, 기부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학교운영을 위해서 점점 양극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거북이 학교도 지금 재정과 대안학교의 이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거북이 학교는 현재 400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그 중 10%가 후원금을 내놓은 상태. 그래서 한달에 700~800만원 지출되는 경비는 캠프를 통해 걷는 참가비에서 대부분을 조달한다고 한다. 거북이학교는 캠프비를 차등으로 걷는다. 시골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조금 적게, 장애아동과 저소득층에게는 무료, 일반아동에게는 8만원을 걷는다. 이창희간사는 “처음에는 시골아이들이 7:3정도로 더 많았으나 지금은 청주지역의 상류층 아이들이 입소문으로 퍼져 비율이 바뀌었다”며 “후원금을 많이 확보하여 소외계층의 아이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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