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급보험금 45억원의 진실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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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급보험금 45억원의 진실 누구 말이 맞나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9.0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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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찰 업무담당 스님 구속으로 불거진 산중의 쟁송
사찰측 “개인 단독 범죄” 당사자 “사찰측과 협의·지시로”

 

 

충북 관내에 소재한 대형 A사찰이 해약 환급보험금 45억여원을 특정인의 기업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사찰 내에서는 책임 논란이 번져 수사가 이뤄졌고 업무담당 스님 B씨가 구속됐다.

그러나 B씨는 억울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사찰의 주요 간부들과 협의 결정해 N씨 소유 기업의 운영자금으로 빌려줬다가 해당 회사가 어려워져 손실을 보게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모 불교종단 본부인 A사찰은 B씨가 무단으로 벌인 사건으로 파악하고 검찰에 고소했다. 아울러 그의 승적도 박탈했다. 재판에 넘겨진 B씨는 1심에서 7년형을 선고받고 이달 중 항소심이 예정돼 있다.

B씨는 형법상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 행사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배임) 위반 혐의를 적용받고 있다.

청주지방법원 1심 판결문을 보면 양 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1심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 B씨는 2017년 8월까지 A사찰 한 부서의 과장으로 있었다. 그는 부서 직원으로 하여금 H생명보험사 연금보험 해지 요청 문서를 작성하게 하고 부서장 스님 및 종단 명의의 도장을 날인해 문서 1장을 위조했다. B씨는 이 문서를 이용해 2016년 11월 해당 보험 해약 절차를 진행해 총 17회에 걸쳐 종단 명의의 통장으로 45억여원을 지급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 종단 명의로 가입된 보험을 성실하게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중략)...N씨가 운영하는 회사들에 투자 또는 대여하는 방법으로 임의로 사용하여 그로부터 2년 넘게 경과한 현재까지 전액이 종단에 전혀 회수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7년형을 선고했다.

반면 판결문에 나오는 피고 측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문제의 보험은 A사찰이 비자금 명목으로 가입해 관리해오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의 ‘자금세탁방지 실제소유자 금융거래 확인서 및 제도 관련 주요 내용’이라는 문서를 발견해 사찰 측과 협의해 해약 요청 문서에 날인을 받아 해약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폈다. 자금세탁법에 적발될 것을 염려해 협의 지시에 따라 해약을 진행하고 해약환급금 45억원을 N씨 가족회사 3곳의 운영자금 명목으로 투자를 위해 빌려줬다는 주장이다.

해당 스님 자격 박탈돼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측의 이런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B씨가 단독으로 벌인 사건이라는 사찰 측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상황에서 B씨는 사찰 측에 강한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가족도 사찰 측에 탄원 움직임과 함께 B씨에 대한 다양한 구명활동을 하고 있다.

본보는 B씨 측의 입장과 관련자료, 1심 판결문 등을 입수해 검토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보험은 33명의 스님을 피보험자로 각각 월납보험료 100만원에 10년 납입기간으로 2006년 1월 가입된 연금보험이다. 질병 특약이 없는 이 보험의 계약자는 A사찰이고 사망시 수익자 또한 사찰이며, 2025년 1월부터 연금 지급이 시작된다. 그러나 10년 납입이 완료되고 2016년 11월 해약된 뒤 해약환급금 모두가 사찰 명의 통장을 거쳐 N씨 소유의 기업 계좌로 입금됐다.

피보험자 스님 1명의 보험료는 10년간 1억2000만원이고 33명 분 총 납입보험료는 39억6000만원이다. 지급 받은 해약환급금은 45억1600만원이다.

보험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보험은 비과세 저축성으로 사망보험금, 장해보험금, 만기시부터 연금이 지급되는 보험이다. 질병에 대한 보장은 없는 보험 상품이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청약서의 33명 피보험자 친필 사인에 비슷한 필체가 많다는 점이다. 서명 방식도 이름을 쓰거나 성씨에 동그라미를 가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약이 사찰이 운영한 보험대리점에서 이뤄진 점도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다.

문제의 핵심은 B씨가 일련의 보험해약 과정에 대해서 A사찰 측과의 협의와 지시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변하면서 억울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약하여 몰래 금액을 편취할 목적이라면 서류 작성을 직원에게 시켰겠느냐는 주장이다. 아울러 금액은 모두 업체 통장으로 입금됐고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찰 측은 물론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사찰 측 관계자는 B씨가 이상한 행동자라는 요지의 판단까지 하고 있다.

기자는 사찰 측의 입장을 듣고자 1개월 가까이 접촉을 시도한 끝에 비공식적이나마 지난 1일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16개 문항으로 이뤄진 공식 질문지를 보낸 뒤 전화 연결이 이뤄졌다. 질문은 판결문과 B씨의 친필 편지 및 관련 문서 등을 근거로 사찰 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자 작성했다.

사찰 “이해 못할 행동”
통화가 이뤄진 사람은 스님이 아닌 신도로서 사찰 직원인 간부급의 K씨였다. K씨의 말에 따르면 사찰 측의 입장은 재판의 최종심이 마무리될 때까지 의견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K씨는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소상히 아는 만큼 언론과 접촉하게 됐다는 점을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B씨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B씨가 돈을 편취할 목적이라면 자신이 서류를 작성했을 것이고, 45억원이라는 거액 입금이 마무리되면 잠적했을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반응이다. 그는 “그러니까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B씨가 단독으로 저지른 명백한 범죄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B씨는 이번 사건 전까지 A사찰에서 과장 보직을 갖고 다양한 수익 사업을 담당할 만큼 행정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씨는 사찰 측 종정, 총무원장, 종회의장 등 핵심 요직 스님들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에서 구체적인 정황들을 열거하고 있다. 보험이 해약에 이르는 과정과 함께 억울함을 항변하고 있다. 사찰 측을 압박하는 내용도 있다.

2심 재판과 B씨의 주장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 지 주목된다. B씨 측은 여러 기관 등에도 알려 억울함을 호소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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