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청주시의 유통상생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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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청주시의 유통상생협약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9.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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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업체 입점금지 상생협약하고 다시금 찬반투표
지역업체로 ‘원더플레이스’ 내세우지만 내용은 대형업체 가득
2015년 청주시와 상인들 간의 상생협의 /청주시
2015년 청주시와 상인들 간의 상생협의 /청주시

 

지난 19일 오후 청주시 유통상생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열렸다. 9명의 위원 중 6명이 참여해서 문화제조창C에 들어올 예정인 원더플레이스에 대한 입점 찬반을 투표에 붙여 5명 찬성, 1명 반대로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에는 청주시 부시장, 청주시 경제과장, 가경동 홈플러스 점장,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청주시전통시장상인회장, 청주성안길상점가상인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들은 문화제조창C에 입점하기로 한 원더플레이스의 MD(Merchandising,상품구성)를 두고 토론을 이어갔다. 앞서 원더플레이스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연간 27억원씩 내는 임대료가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공교롭게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청주시는 대형유통서점인 북스리브로를 유치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서점이냐 도서관이냐 논란이 일자 23일 청주시는 최종적으로 북스리브로의 입점을 철회했다. 여전히 논란이 남은 가운데 공간 내에 이랜드 계열의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협의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앞서 2015년 청주시는 상인들과 상생발전협약을 통해 대형마트, 대형아울렛 등 대기업 유통시설을 들여오지 않겠다는 협약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이랜드 계열 브랜드가 들어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과거 육거리시장, 서문시장과 인접한 곳에 홈에버가 들어올 때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논란 끝에 다른 업체에서 건물을 사고 홈에버에 임대하는 형식으로 대형 마트가 입점했다.

그는 문화제조창C와 인접한 두 곳의 전통시장에는 6000만원씩 2회 지원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6명 중에는 연관된 이들도 있다. 이들은 당연히 찬성일 것이다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은 중립을 지켜야할 공무원이 협의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게 정상인가라고 물었다.

 

지자체의 캐스팅보트

 

20147<청주시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제한 및 조정 조례>가 만들어졌다.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유통기업의 균형,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조례에서는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제한, 전통상업보존지구 설정, 유통산업상생발전협의회 구성 등을 명시했다. 2015년 개정안에 따라 협의회는 회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회장은 부시장이 맡고 대형유통기업대표 2, 중소유통기업대표 2, 소비자,시민단체 대표, 유통업무를 담당하는 과장급 공무원,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여했던 충북청주경실련은 지난해 협의회에서 빠졌다. 최윤정 처장은 연임할 수 있는 한도가 지나서 뺀다는 이유로 협의회에서 제외됐다그동안 시에서 추진하는 정책의 문제제기를 해왔기 때문에 눈에 가시처럼 여겼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의 목적은 상생발전이다. 하지만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줄어들다보니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된다. 이번에는 투표의 캐스팅보트를 공무원이 쥐고 있었다는 비판이다. 6명 중 5명이 찬성인데 그중 2표는 당연직 공무원이 던졌다. 청주시 관계자는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조례에서는 공무원의 의결권에 대해 명시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의 경우 2016년 조례를 폐지하기 전까지 외부 위원들로 협의회를 꾸렸다. 조례 폐지이후에는 각 자치구에서 협의회를 진행한다. 청주처럼 한명이 15%이상의 의결권을 갖는 곳은 없다.

2015년 청주시 유통상생발전협의회 /뉴시스
2015년 청주시 유통상생발전협의회 /뉴시스

 

 

배제 끝에 남은 밀실행정

 

대전시도 도시공원위원회를 운영하며 총 17명 중에 당연직 공무원의 비율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대전시의회 김동섭 전 의원이 공무원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데 따른 것이다. 당초 공무원 위원을 폐지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끝내 인원을 줄이는 것으로 결론 났다.

대전시 관계자는 도시공원이든 도시계획이든 유통업상생이든 협의회를 진행하며 어떤 안건을 투표에 붙여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논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려고 협의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전주시도 대전시와 상황이 비슷하다. 반면 청주시에는 협의회를 통해 결정하는 사안이 너무 많다. 특히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회가 활용된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회의 자료의 외부반출이 금지됐다. 이를 두고 이미 결정된 원더플레이스의 입점을 다시 투표에 붙여 찬반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다.

협의회 활동을 하다 배제된 한 관계자는 회의는 앞으로 문화제조창에 대형 업체가 들어설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면피용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전통시장에 대해서는 <전통시장법>에 따라 합의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결국 청주시 자영업을 다 죽이는 꼴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영업을 잘 키워서 독창성을 만들어야지 천편일률적으로 대기업을 끌어오면 몇 년이나 지속되겠느냐시장상황도 점차 대기업 유통마트들이 감소하는 추세인데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곳 곳에서 깜깜이 행정으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문화제조창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잡음이 생긴다. 이에 대한 결정도 도시계획위원회나 협의회 등을 통해 진행한다. 이참에 협의회, 위원회 등을 공개회의로 전환해서 더 많은 시민들, 관계인들의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청주연초제조창 개발계획 재수립 요구 기자회견 /뉴시스
2015년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청주연초제조창 개발계획 재수립 요구 기자회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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