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20여일 만에 조기 폐장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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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20여일 만에 조기 폐장 ‘빈축’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9.10.30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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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꼬맥거리, 풍선효과 등 고려하지 않은 졸속추진에 지역 상인 반발
제천시가 지난 26일 서둘러 폐장한 ‘꼬맥거리’. 기존 수요를 빼앗긴 상설 상인들의 원성 속에 문을 닫았다.
제천시가 지난 26일 서둘러 폐장한 ‘꼬맥거리’. 기존 수요를 빼앗긴 상설 상인들의 원성 속에 문을 닫았다.
제천시가 지난 26일 서둘러 폐장한 ‘꼬맥거리’. 기존 수요를 빼앗긴 상설 상인들의 원성 속에 문을 닫았다.
제천시가 지난 26일 서둘러 폐장한 ‘꼬맥거리’. 기존 수요를 빼앗긴 상설 상인들의 원성 속에 문을 닫았다.

 

제천시가 도심 상권 부흥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야심차게 개장한 동문시장 ‘꼬맥거리’가 개장 한 달도 안 돼 문을 닫아 빈축을 사고 있다.

치킨(통닭)과 맥주를 결합시켜 특화된 지역 먹거리로 발전시킨 대구를 본따 꼬치와 맥주를 새로운 지역 음식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시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제천의 선점 아이템으로 ‘꼬맥’을 들고 나온 제천시가 ‘꼬맥거리’를 서둘러 폐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시는 지난 5일 중앙로2가 동문시장 거리에 꼬맥거리를 개장했다. 지역 대학생·청년 상인들이 주축을 이룬 꼬맥거리는 구간 거리만 160m에 달했다. 우선 연말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꼬맥거리를 시범운영하기로 하고 문을 열었다.

꼬맥거리에 대한 시민 관심은 꽤 뜨거웠다. 시는 꼬맥거리가 개장 직후부터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가자, 상설화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꼬맥거리의 대박행진은 역설적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단축하는 불쏘시개가 됐다. 지역 미식가들이 일제히 꼬맥거리로 몰려 이 일대가 불야성을 이루는 사이 제천 시내 일반 주점들은 고객 이탈로 극심한 영업난에 빠진 것.

기존 골목 상인들은 시가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주점마저 보여주기식 이벤트의 희생양으로 만들려 한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도심에서 10년 이상 꼬치집을 운영 중인 김모 씨는 “꼬맥거리가 생긴 이후 단골을 포함해 고객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매출이 급감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며 “시가 도심 상권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선의로 꼬맥거리를 추진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근근이 버텨오던 기존 주점들의 수요를 빼앗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당초 취지와 달리 꼬맥거리가 ‘지역 상권 활성화’보다는 ‘기존 상권 빼앗기’로 변질되자 시는 당혹감 속에 꼬맥거리 폐쇄를 전격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시 관계자는 “꼬맥거리는 시범운영 과정에서 연일 ‘만원 행진’을 이어갈 만큼 놀라운 성과를 거뒀고,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기존 주점, 식당 등과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꼬맥거리를 특정 지역에서만 상설 운영하지 않고, 도심 곳곳을 옮기며 순회 개장한다는 당초 계획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 기존 상인들의 동의 속에 내년부터 다시 개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지역 요식업계와 골목 주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청전동에서 야식업에 종사하는 김모 씨는 “근래 들어 제천시가 도심 곳곳에 각종 축제와 이벤트 등 보여주기식 행사를 남발하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 도심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도심에 행사가 잇따르면서 시내교통이 전보다 혼잡해졌다는 것과 술 기운에 허술한 복장으로 늦은 시각까지 거리를 돌아다니는 시장의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라고 꼬집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공모에 선정돼 추진된 꼬맥거리는 국비 6700만 원과 도비 2100만 원, 시비 5000만 원 등 모두 1억 3800만 원을 투입해 개장한 사업. 동문거리에 이동매대 10대와 푸드트럭 3대, 플리마켓 10개 등이 운영됐다.

모집공고를 통해 선정된 이동매대 운영자 10명은 위생교육 및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구본길(요리연구가) 수석 셰프의 지도 아래 조리실습을 마쳤다. 플리마켓 운영자 10명은 운영부스를 이용, 사과·절임배추·고춧가루 등 지역농산물을 주로 판매했다. 천원 할인 푸드존과 사회적 기업 제품 판매부스 등도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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