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리는 게 자랑인 청주시의 현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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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리는 게 자랑인 청주시의 현 주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11.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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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지인이 3년여 만에 집이 팔렸다며 잔치(?)를 열었다. 청주 용암동에 살던 그는 1년 전 청주 방서동으로 이사했다. 용암동에서 48평 아파트에 3대가 함께 살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두 가구로 분리해야 했다.

방서동 모 아파트에 좋은 위치를 분양받고 좋아했지만 부동산경기가 급락하면서 기존 집이 팔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그러는 사이 1가구 2주택이 됐고, 보유세 면제시한인 3년이 다가온 것이다.

결국 그는 처음 내놓은 가격보다 약 5000만원 싸게 기존 집을 팔아야만 했다. 끌탕 끝에 집을 팔고 보니 주변에는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살던 집이 어느 정도 제값을 받아야 크게 빚지지 않고 새 아파트로 이사 갈 수 있는데 현재 여건에서는 불가능하다며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다. 타 지역에서는 부동산 재테크의 1순위로 구축 아파트에서 신축 아파트로의 갈아타기를 꼽지만 청주에서는 이게 영 신통치 않다.

이런 분위기는 신축 아파트를 반대하는 상황으로까지 확대됐다. 지난달 23일 산남동 주민들은 매봉산에 2000세대 아파트를 건축하면 집값이 폭락한다며 반대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주택보유자 입장에서 집값의 하락은 달갑지 않다. 열심히 일해 내 집 마련의 꿈으로 살아온 주민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공청회에 앞서 청주시내 36개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과잉공급계획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개발계획은 여전하다. 동남지구를 포함해 내년까지 약 24000세대가 넘는 물량이 준비됐다.

인구라도 팍팍 늘어나면 좋으련만 2014년 통합이후 83만명 언저리였던 청주시 인구는 아직까지도 84만명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줄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의 근원에는 민선 6(2014~2018) 청주시가 100만도시를 외치며 세운 계획들이 있다. 거기에 맞춰 아파트와 산업단지 건설등 여러 일들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일 텐데 유독 청주시만 심각하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에 따르면 지방은 미분양 주택이 누적되면서 어려움이 지속되지만 수요보다는 공급이 빠르게 줄면서 올해보다 시장 상황이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청주시는 해당사항이 없다.

청주시의 아파트 공급물량은 폭발적으로 느는 반면 인구 증가폭은 눈꼽 만큼이고 공급된 집은 빈 채로 적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주시 주택보급률은 지난해 말 118.2%로 전국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 평균 102.3%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앞으로 계획된 집들이 다 팔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손해 보고 파는 것은 둘째 치고 팔리면 동네잔치를 해야 할 판이다. 그렇게 되면 건설사, SOC에 투자해야 하는 지자체, 집값 떨어지는 주민 모두에게 부담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신규 아파트 건설, 공급소식이 전해진다. 하루 이틀된 문제도 아닌데 여전히 대책이 없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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