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수출단지에 사과는 죽고, 국고는 사라지고…”
상태바
“사과수출단지에 사과는 죽고, 국고는 사라지고…”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6.01.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천사과영농조합 무관심에 1억 7000여만 원 사업비 날려

제천의 한 과수영농조합이 국고 등을 지원 받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과수출단지 조성사업을 도중에 임의로 중단해 사과 묘목들이 모두 뽑혀 없어지는 등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제천사과영농조합은 지난 1998년 과수유통개별사업의 명목으로 백운면 운학리 시유지 3㏊와 백운면 화당리 사유지 3.5㏊ 등 총 6.5㏊에 수출용 사과 재배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이듬해인 1999년까지 총사업비 1억 7550만 원을 투입해 사과 묘목을 식재했다. 이 중 20%는 보조금 명목으로 국고에서 지원됐고, 60%는 농협 제천시지부가 저리로 융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처음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조합 임원진이 새 집행부로 교체된 이후 신구 임원진 간의 갈등으로 조합 업무의 연속성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업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제천사과영농조합 관계자는 “당초 ㏊당 1700만 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시유지와 사유지에 홍로와 부사 등 사과 1만그루를 식재했지만, 새 임원진이 사업을 인수한 2001년 들어 구임원진과의 사이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자 사과수출단지 관련 사업은 부득이하게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며 “이후 오랜 세월 사과수출단지를 돌보지 못한 탓에 초기에 식재한 사과나무 1만그루는 모두가 뽑혀져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제천사과의 해외 수출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과나무 식재 사업은 단 한 차례의 수확도 거둬보지 못한 채 국고 등 자금 손실만 입히고 만 셈이다.
특히, 사유지의 경우 당초에는 10년 임대 조건으로 지주와 계약을 맺었지만, 조합 측이 사과수출단지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2001년 이후 토지주에게는 한 푼의 임차료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 소유주는 “임대료를 받지 못한 데다가 조합 측이 사과나무를 전혀 관리하지 않아 경작지가 황무지로 변해갔기 때문에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자구책으로 중장비를 동원해 사과나무를 뽑아 버리게 됐다”며 “현재는 조합 측과 계약이 해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제천사과영농조합은 지난 봄, 시유지 3㏊에 마구 방치돼 있던 기존 사과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새로 사과나무를 식재해 또다시 조합비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조합은 5년거치 5년균등 상환 조건으로 농협 시지부에게 대출받은 융자금을 꼬박꼬박 변제할 수밖에 없어 사과수출단지 관리 소홀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영농조합 측의 어처구니없는 국고 손실 행위에 대해 관리감독 관청인 제천시는 사과수출단지에 대한 기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해 행정력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보조금의 경우 최단 15년까지는 시가 관리를 해야 하지만, 지난 2003년 시의 직제 개편에 따른 업무 변동과 인사 이동 등으로 인해 관련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의 어려움을 이해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사과 과수원 농가 A씨는 “아무리 나라와 조합 돈이 눈먼 돈이라지만, 멀쩡한 사과수출단지가 돌밭으로 변해가는 줄도 모르고 내분에만 몰두했던 조합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국고 손실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온 시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과단지에서 뽑혀 버려진 1만그루의 사과나무는 사과영농조합 조합원들과 국민들의 피땀으로 조성된 생명 나무였다는 사실을 조합과 시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