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모자라 시까지 농업 홀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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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모자라 시까지 농업 홀대하나?”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6.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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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농민들, 농업상담사 2개 읍면 할당제에 따른 애로 호소

쌀 협상 비준안 국회 통과와 국제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 등 국내외적으로 잇따르고 있는 농업 시장 개방화 움직임에 대한 농업인들의 충격과 상실감은 도시민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농촌 마을에는 여기저기서 한숨소리만 들려올 뿐 새해를 맞는 설레임이나 기대감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5·31지방선거에서 제천시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정치 지망생은 “연초에 새해 인사차 마을회관 몇 군데를 찾았는데, 농민들은 의례적인 덕담조차 잊은 채 일련의 농촌 홀대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을 토로하기에 바빴다”며 “농촌 민심이 생각보다 흉흉하더라”고 전했다.

특히, 제천시의 경우 농민들은 국가 정책 못지 않게 지역의 농업 시책에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40대 젊은 시장이 민선3기 제천호를 물려받아 혁신과 효율성을 내세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농업 행정 부문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판단에서다.

엄태영 시장 체제 출범 후 제천시의 농업 행정 조직은 사실상 시장 직할의 농업기술센터로 일원화한 상태다. 과거에는 농업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시청 내 실과 조직으로 운용되던 농정 관련 부서들이 농촌지도소에 흡수돼 농업기술센터로 바뀌면서 지도직 공무원과 농업직 공무원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읍면에 농업상담소가 신설돼 농업기술센터 소속의 상담사들이 파견 업무를 수행토록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등 농업 행정에도 일대 혁신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농업상담소에 파견된 상담원은 두 개 읍면을 담당 구역으로 할당받아 격일제로 농업 지도와 상담역을 맡고 있는데, 읍면마다 2~3명의 담당 상담사를 두었던 과거농촌지도소와 비교하면 판이하게 상담원수가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하루 걸러 하루씩 상담사가 읍면 지역을 순회하며 상담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과거와 같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상담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농민들의 불만이다.

2㏊의 농경지에서 고추와 참깨 등 밭 작목을 경작하고 있는 A씨(제천시 수산면)는 “농번기에 농사 정보나 재배 기술 등을 문의하려고 해도 상담사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 농업기술센터에서 정보를 얻겠다는 생각은 아예 포기해버렸다”며 “전에는 상담사들이 마을을 수시로 찾아와 농업 상담을 하고 농민의 고충을 들어주는 등 여러 모로 도움을 주었는데, 지금은 이런 유대관계가 상실된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특히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농업정책이나 농업기술도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는데, 제천시가 효율성의 논리에 집착해 조직을 불합리하게 통합하고 상담인원을 줄이는 등 농업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을 저질렀다. 가뜩이나 농업시장 개방 조치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마당에 농업 상담 업무를 강화해 지역 농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생각은 하지 못할망정 자치단체마저 농업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단순히 지방 행정의 일부분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농업 관련 직제의 원상 회복과 농촌 지도 인력의 증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제천시 행정 조직 개편은 전문기관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와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쳐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별도의 보완 조치를 강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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