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판촉사원? 아니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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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판촉사원? 아니면 봉?”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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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공무원에게 3억 원어치 지역사랑상품권 강제 할당 물의

제천시가 설날을 맞아 지역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통 중인 ‘제천사랑상품권’을 시 산하 전 직원에게 강제로 할당해 공직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제천시는 투자통상실 주관으로 총3억 원어치(실 판매액 기준 2억 8500만 원)의 제천사랑상품권을 시 산하 전 공무원에게 할당키로 하고, 지난 23일 부서별로 할당금액만큼의 상품권을 배분했다.

『충청리뷰』가 입수한 ‘제천사랑상품권 판매계획’에 따르면 제천시는 본청 내 17개 실과와 보건소, 농업기술센터 등 직속기관, 의회사무국에16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이르는 상품권을 강제 할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 산하 5개 사업소와 9개 동사무소에도 각각 500만 원씩 7000만 원이 할당됐으며, 5개 읍·면사무소는 300만 원씩 2400만 원이 강제로 배정됐다.

시는 또한, 5급 이상 공무원에게는 액면가 10만 원 이상의 상품권을 떠넘겼으며,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5만 원 이상의 상품권을 강제 배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기준 제천시 공무원 총정원이 99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실제로 제천시가 공무원에게 할당키로 한 3억 원의 판매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공무원 개개인이 30만 원 이상의 상품권을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어서 공무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이는 제천시가 지난 9월 제천사랑상품권을 발행한 이래 지금까지 5개월 동안 판매한 상품권 총액 1억 원을 3배나 능가하는 액수여서 시가 주먹구구식으로 설정한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무원들만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낳고 있다.

제천시청 공무원 A씨는 “30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는 소속 부서에 액면가 1000만 원에 이르는 상품권 뭉치가 할당되자, 일순간 사무실 분위기가 썰렁하게 경직됐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1인 당 30만 원이 넘는 상품권을 강제로 팔아오라고 하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가능함 직한 몰상식한 행태”라며 “공무원이 영업사원도 아닌데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시 결정권자의 밀어붙이기식 행정 스타일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공무원들에게 재래시장상품권이 강제 할당된 시점이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둔 미묘한 시기여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상품권 할당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제천시 투자통상실 관계자는 “(제천사랑상품권 강제 할당은) 지역 재래시장 활성화에 공직자가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사업”이라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하면서도 “윗선에서 이뤄진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못된다”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천사랑상품권은 제천시가 지난 9월 1일 액면가 5000원권, 1만 원권 등 2종의 상품권을 조폐공사에 의뢰해 10억 원 규모로 발행했으며, 지금까지 지역 내 6개 신용협동조합을 통해 약 1억여 원어치가 판매됐으며, 지난 12월까지 점포를 통해 회수된 상품권은 총판매금액의 절반인 5000여만 원에 그쳐 이용 실적이 매우 저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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