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고추시장에 수입고추 가공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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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고추시장에 수입고추 가공 용납 못해!”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6.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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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농민단체, 수입상 규제 위한 조례 제정 등 대책 요구

제천시가 지역 특산품 판매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내에 고추시장을 조성했으나, 일부 점포들이 수입고추를 가공 판매하는 등 지역 고추 농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어 고추 경작인들의 비난이 거세다.

지난달 설 연휴를 앞두고 지역의 제천농민회 수입고추 명예감시단과 농업검사소가 공동으로 고추시장의 유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입고추를 가공 판매해온 가공 처리업체 한 곳이 적발됐다. 또한 일부 고추 판매상들은 저온저장고에 보관 중이던 재고 고추를 다량 방출하는 등 고추 주산지인 제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갖가지 사례들이 발각돼 농민들의 분노를 샀다.

수입고추 명예감시단원으로 참가한 한 농민은 “약 20일 전쯤 고추시장을 불시 점검한 결과 한 가공시설에서 국산고추와 중국·베트남산 등 수입 고추를 일정 비율씩 혼합 분쇄한 가공 고추 완제품을 제조하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제천의 특산품인 고추산업을 활성화하고 전국적인 시장 규모를 갖추기 위해 시도비 등을 들여 조성한 고추시장이 되레 지역 고추의 신뢰도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천시 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가공시설 측에서 원산지와 성분 표시를 한다고 해도 국산과 수입산의 실질적인 배분 비율을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내 고추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제천시가 수입산 고추의 공급지로 전락하는 데 따른 신뢰도 저하가 예상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제천시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고추시장이 시·도 예산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시설인 만큼 수입고추의 취급 자체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제천시와 고추시장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 2002년 7월 과거 화산동 제1고추시장과 중앙고추시장으로 양분돼 있던 제천고추시장을 신월동 제천바이오밸리 인근으로 이전키로 하고 통합 이전에 착수했다. 통합추진위원회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억 6000여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토지매입에 나서는 등 착공에 들어갔고, 제천시도 시도비 등 9억 9000만 원을 투입해 시장 기반공사를 지원해 지난해 11월 새 고추시장 조성공사를 마무리했다.

현재 고추시장에는 기존의 두 시장에서 전입한 점포들이 입주해 있으며, 제천고추시장은 전국적으로도 규모와 시설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제천농민회는 당초 정부 지원금으로 조성된 고추 저온저장고가 민간에 매각된 이후 고추 수입상들이 이 저장고를 수입고추 저장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당초 이 저장고는 제천의 N영농법인이 정부 지원을 받아 건립했으나, 관리 연한인 10년차를 초과하게 되자 시설을 K모 씨에게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저장고에는 국산고추뿐 아니라 대규모 수입상들의 수입고추까지 위탁 저장되기 시작했고, 여기서 방출된 고추는 대부분 제천고추시장으로 운반돼 국산 고추와 섞여 분쇄된 후 전국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제천농민회 등 농민단체는 지난해 수입상들이 고추 저온저장고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등 법률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며 34일 동안 제천시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제천농민회 관계자는 “당초 이 저온저장고는 지역 고추농가를 돕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지은 공익시설이었다. 그럼에도 관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에 시설을 매각한 채 고추수입상의 이용을 나몰라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국산 농산물을 취급하는 영농법인을 위해 조성한 시설을 다른 용도로 전용케 한 것은 잘못인 만큼 시가 조례 제정 등을 통해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농민 반발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지역에서 경작된 고추의 생산, 유통, 판매를 돕기 위해 조성된 시설을 수입상들이 이용하는 데 대해서는 시로서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개인 소유의 저온저장고에 대해 특정 품목을 수용하지 말도록 강제하거나, 원산지가 표시된 수입 고추 가공 제품을 제제할 방법이 없어 시로서도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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