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류업체는 ‘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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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류업체는 ‘울고 싶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1.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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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는 과수화상병 등 “병충해 창궐할라” 한 숨 , 월동 제품 ‘산더미’ 걱정

겨울날씨가 왜이래

이상고온에 우는 사람들

 

 

#한파가 와야 벌레들이 죽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농약을 좀 일찍 쳐야할 것 같다며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우(37)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음성에서 과수원을 운영한다. 재배한 사과를 이온수에 씻어 세척 사과로 팔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난해에는 과수화상병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만약 지금처럼 따뜻한 날씨가 지속된다면 예방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 등의 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이다. 보통 봄철 곤충을 통해 매개되는 세균성질환으로 전파속도가 빠르다. 겨울이 따뜻하면 월동곤충이 늘어 확산된다는 게 중론이다.

음성군농업기술센터 박휘규 지도사는 화상병이 퍼질지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다만 이상고온이 계속되면 병해충이 더 활발해지기 때문에 병이 발생할 소지는 크다. 올해는 화상병 발생에 대비해 체계를 개편했기 때문에 작년 같은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충북은 과수화상병으로 홍역을 치렀다. 전국 과수화상병 발생농가 181개 가운데 145개가 제천시, 충주시, 음성군의 농가였다. 충북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방역체계를 세분화했다. 일반방역과 공공방역을 나눠 병이 확인될 경우 위기대응팀이 꾸려져 집중방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 지도사는 적산온도가 아직은 주의할 단계까지 높지 않다. 만약 보름정도만 추위가 찾아오면 이상고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고 첨언했다.

적산온도는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수치상으로는 작물의 생육기간 동안 일평균기온을 적산한 값이다. 적산온도가 알맞아야 내실 있게 작물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관측된 겨울철 기온은 예년보다 높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노지에서 월동을 준비하는 충북의 농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월동제품으로 겨울 특수를 노리는 업체들도 비상에 걸렸다.

 

#겨울용 타이어 매출은 30%

 

겨울철을 맞아 특수를 노리는 업종 가운데 대표적으로 타이어업체가 있다. 안전운전을 위해 노면 온도가 7이하로 떨어지면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그래서 상당수 타이어업체들에서는 겨울 한철만 사용하는 겨울용 타이어를 출시했다.

겨울용 타이어를 사용하면 눈길에서 제동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때문에 주로 영업용 차량들이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한다. 하지만 올해는 눈보다는 비가 훨씬 더 잦았다.

최우암 한국타이어 수동점 대표는 따뜻한 날씨 탓에 영업용 차량들이 겨울용 타이어를 전혀 찾지 않았다. 지역적 특성상 일반 수요자도 거의 없어 지금까지 판매량은 전무하다고 봐야한다고 토로했다.

겨울철 특수를 노리고 겨울용 타이어를 준비했지만, 결국 처리해야할 재고로 남게 됐다. 업체에 따르면 올해 겨울 타이어 매출은 약 30%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문제는 비단 타이어 업체뿐만이 아니다.

겨울 옷을 준비했던 의류업체들도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해 의류업체 매출의 40%가 겨울철 제품에서 나온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의류업체들에게 패딩 등 한파용품의 판매량은 중요하다. 하지만 2017FW시즌(Fall&Winter)부터 날씨의 영향으로 패딩 수요가 감소하더니 이제는 롱패딩의 경우 거의 팔리지 않는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스포츠의류매장 창고, 예년에 비해 패딩재고가 늘었다. /육성준 기자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스포츠의류매장 창고, 예년에 비해 패딩재고가 늘었다. /육성준 기자

#의류, 겨울특수롱패딩뽀글이

 

박경운 JNG코리아 과장은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JNG 코리아는 캐쥬얼, 스포츠 등의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다. 충북에는 1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박 과장은 “2017 FW시즌에 롱패딩이 유행을 해서 많은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2018년 롱패딩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상고온으로 실패해서 적잖은 재고가 쌓였고, 하는 수 없이 올해 값을 내린 기획 상품으로 다시 출시했다. 그런데 올해 겨울 기온은 더 올라갔다고 말했다.

2018년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패딩 매출이 30%이상 급감했다. 날씨에 대비해서 2019FW시즌에는 숏패딩을 주력 상품으로 준비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봄꽃이 필정도로 날씨가 따뜻했다. 결국 상당수 의류업체들이 재고 떨이를 위해 특가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보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보통 유통재고비용은 가격의 20%정도로 추정된다. 내년에 추울 것이라는 보장만 있으면 보관하겠지만 이미 기후는 급변하는 상황이고 업체들은 재고들을 떨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오랜 재고들은 인근 국가로 수출한다. 수출판매의 경우에는 수익률이 좋지 않다.

박 과장은 패딩 판매는 거의 포기했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2019년 초부터 수요가 생기기 시작한 뽀글이 코트에 대한 인기로 일정부분 매출을 보전할 수 있었다갑작스레 생긴 수요로 지난 10월 초도물량을 모두 소진한 이후 지금까지 4번 추가 생산했다고 말했다.

의류시장은 유행에 민감한 학생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심하다. 그나마 올해는 일명 뽀글이라 불리는 폴리스 소재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지만 당장 내년은 또 어떻게 겨울철을 준비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계속되는 이상고온은 월동특수를 노리는 업체들의 생태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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