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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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1.22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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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선후배, 직장 상하관계 였으나 냉혹한 선거판에서 만나
정우택-김형근-정정순, 이장섭-이광희, 경대수-이필용의 관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옛말이 있다. 외나무다리는 피할 수가 없어 부딪쳐야 한다. 이긴 자만이 살아 남는다. 제21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중에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과거에 원수가 아니었고 친구, 선후배, 직장 상하관계 혹은 업무상 동료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법, 냉혹한 승부를 펼쳐야 할 때가 됐다.

청주 상당구에서는 3명의 후보가 이리저리 얽혀 있다. 더민주당 정정순(62) 김형근(60) 예비후보는 청주고 선후배 사이다. 정 후보는 49회, 김 후보는 51회다. 이들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만났다. 김 후보가 대통령자문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국장으로 있을 당시 정 후보는 제2건국범국민추진지원단 과장으로 근무했다. 김 후보는 재야단체 활동을 하던 중 정부 조직에 들어갔고, 공무원이던 정 후보는 이 쪽으로 파견 근무를 하게 된 것.

이후 김 후보는 대통령자문 민주평통 중앙상임위원을 거쳐 정치인의 길로 나섰다. 충북도의원, 도의장을 지냈고 얼마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2016년에도 총선에 출마할 뜻이 있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포기했다.

정 후보는 7급 공채를 통해 공무원이 된 후 청주 부시장, 안행부 지방재정세제국장, 충북도 행정부지사,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 등을 거치고 퇴임했다. 이어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고향으로 내려와 2018년 더민주당 청주시장 경선에 참여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정정순 후보는 같은 지역구의 4선 자유한국당 정우택(67) 의원과도 인연이 깊다. 정 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해양수산부장관, 충북도지사,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정 의원이 지난 2006~2010년 민선4기 충북도지사 였을 때 정 후보는 경제통상국장을 지냈다. 국장 임기가 통상 1년이었으나 정 후보는 3년 동안 국장으로 재임했다.

당시 정 의원이 내세운 것이 ‘경제특별도 충북건설’이었고 경제통상국장으로 경제를 이끌어 간 정 후보가 이를 현실화시키는 업무를 맡았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이 편애한다는 말도 돌았다.

청주 서원구의 더민주당 이장섭(57) 이광희(57) 후보는 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둘은 친구 사이다. 충북대를 같이 다녔다. 이장섭 후보는 인문대 국문과, 이광희 후보는 농대 농생물학과 출신이다. 고향은 다르다. 이장섭 후보는 충북 제천, 이광희 후보는 서울이다. 졸업 후 두 사람은 ‘청주지역민주청년연합’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다.

그러다 이장섭 후보는 2004년 노영민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보좌관 생활을 12년 동안 계속했다. 2016년 노 실장이 시집강매 의혹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 비서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는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들어가 활동했고 충북도로 내려와 정무부지사가 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부지사를 퇴임하고 정치 일선에 나섰다.

누가 누가 얽혀있나

이광희 후보는 두꺼비마을신문 편집장, 충북숲해설가협회 사무국장, 이근식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을 거쳐 재선 충북도의원을 지냈다. 지난 2018년 더민주당 청주시장 공천경쟁에 나섰으나 패하고 총선 준비를 해왔다. 두 사람은 그동안 더민주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친하게 지내 지지자들이 많이 겹친다. 이장섭 후보가 희망하던 흥덕구 출마를 접고 최종적으로 서원구를 선택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고민이 시작됐다.

지역의 한 인사는 “두 사람이 공천경쟁을 벌이게 돼 참으로 곤란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여럿 있다. 드러내놓고 누구 편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두 후보와 가까운 사람, 두 후보와 생각이 같아 넓은 의미의 동지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그렇다. 요즘 모였다 하면 두 후보가 종종 화제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충북도내에서는 서원구의 더민주당 공천경쟁이 가장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증평·진천·음성에서는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과 이필용 후보가 경쟁관계가 됐다. 이필용 후보는 오랫동안 이기동 전 도의원과 선거 때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지난해 음성군수 선거에서 패한 이 후보가 총선으로 돌아서면서 이제는 경 의원과 공천경쟁을 하게 된 것.

이 후보는 민선 5~6기 재선 음성군수를 역임했고, 경 의원은 19~20대 국회 재선의원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두 사람은 군수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협조하며 일을 해왔다. 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은 업무적으로 상부상조 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상시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는 문턱이 없어 양쪽을 오가는 정치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 의원의 고향은 괴산이고 이 후보는 음성이다. 지난 2016년 20대 국회 선거구획정 때 괴산군은 남부3군과 붙는 것으로 결정돼 보은·옥천·영동·괴산군이라는 동남4군이 탄생했다. 그러나 경 의원은 중부3군에 출마한다. 현재 거주하는 곳도 음성 금왕읍이다. 한 정치인은 “항간에는 이 후보가 경 의원과 상의없이 총선 출마를 선언해 경 의원이 섭섭해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음성 출신인 이 후보는 음성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제천·단양의 더민주당 이후삼(51)의원과 이경용(54) 후보는 제천고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고교 졸업후 각자 다른 길을 걷는다.

이 의원은 총선·대선 등의 선거판에서 활동하다 정치인이 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람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오랫동안 안 전 지사 선대본부에서 일했고 안 전 지사가 충남도에 입성한 후에는 정무비서관과 정책특보를 지냈다. 이후 더민주당 충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 더민주당 제천·단양지역위원장이 된 후 2018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반면 이 후보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공직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과장, 환경부 환경정책실 환경정책관, 금강유역환경청장 등을 역임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8년 정치신인으로 제천시장 경선에 도전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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