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 둘레길 조성사업 ‘탁상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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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산 둘레길 조성사업 ‘탁상공론’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6.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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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결과제는 예산확보, 도-시 부담 비율 두고 난항 예상
“당위성만으로 사업 시작하기엔 부담 크다” 비판 쇄도
우암산 둘레길/육성준 기자
우암산 둘레길/육성준 기자

 

우암산을 시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612일까지 100인의 시민기획단을 모집한다. 시민들이 참여해 우암산 둘레길 조성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박연수 사무처장은 지난 2011년 우암산 둘레길 사업을 추진하며 교통영향평가 등의 이유로 반쪽짜리 사업에 그쳤다. 도시공원 일몰제로 공원이 사라질 운명에 처한 지금시점에서 둘레길 사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시민들과 함께 도심 속 명품 둘레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 지자체에 정책제안을 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2011년부터 우암산 둘레길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우암산 순환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변경하고, 보행자도로를 확장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사업은 우암산 순환도로가 줄어들 경우 차량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교통영향평가 등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다.

갑론을박 끝에 우암산 순환도로 변경계획은 무산됐다. 20143월 삼일공원, 국립청주박물관, 우암산 터널로 이어지는 3.6km의 숲길을 조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속협은 무산됐던 우암산 순환도로 변경계획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상되는 구간은 우암산 순환도로 삼일공원에서 청주랜드까지 약 4.2km로 토지매입, 도로조성, 조명설치, 기반시설 마련 등에 따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속협에서는 일부토지만 매입하면 큰돈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 쳐도 최소 100억은 필요한 사업이다. 도시계획 일몰제로 청주시내 다른 공원들을 우선 매입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속협의 계획이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 vs 예산

 

청주시는 7월 도시계획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공원 16곳에 대한 실시계획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실시계획인가를 받으면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5년간 유예된다. 최대한 공원과 녹지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래서 청주시는 꼭 보존해야 하지만 당장 매입할 여력이 없는 9곳에 대해서 자연경관지구로 지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자연경관지구는 도시경관을 위해 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구역으로 구룡산 민·관 거버넌스를 운영할 때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장 필요한 예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당시 거버넌스에서는 우암산을 포함한 주요 6개 공원구역을 개발할 경우 청주시에 약 4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조사한 바 있다.

우암산 둘레길 조성도 예산분담이 쟁점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민간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아직 예산안이 없지만, 대략 충북도와 청주시의 5:5 매칭사업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청주시 입장에서는 50%의 비용부담도 힘들다. 청주시는 도시공원매입, 시청사 건립 등 현안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 왔다. 전체 예산 총액은 크지만 가용예산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속협 지금이 적기다

 

박 처장은 지금 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비용부담이 늘어나 아예 못한다정책을 입안하는 데는 대중적 요소와 행정적 요소 등이 필요하다. 우리가 할 일은 우암산 둘레길 조성을 대중이 원하는 지 파악하는 것이다. 앞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대안을 만들어 지자체에 제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협은 효율적인 둘레길 운영을 전제로 제도 마련을 위한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핵심은 둘레길 운영의 민간위탁이다. 인천 등 상당수 지자체가 주요 둘레길 운영을 민간에 맡겼다. 지속협은 관련 논의를 위해 준비모임을 거쳐, 529일 충북연구원 대회의실에서 몇몇 패널들과 함께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우암산 둘레길을 일방통행으로 만들고 낮과 밤의 야경이 조화로울 수 있도록 걷기 좋은 길 만들기, 둘레길과 수암골·명암지 등 인근 마을을 연계해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는 방안, 순환도로에서 걷다가 쉴 수 있는 공간 조성 등이 논의됐다.

지속협은 612일까지 100인의 시민기획단을 모집해 6월말에서 7월초 사이에 우암산 둘레길 함께 걷기이벤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행사를 통해 우암산 둘레길이 생기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시민들에게 직접 물을 예정이다.

이렇게 물밑에서는 빠르게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의견조율이 시급하다. 한 관계자는 일부라고 하더라도 자연공원 구역인 우암산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구역해제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인근 토지주들의 재산권 주장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진행 과정에서 책임은 시장이 지고 생색은 지사가 내는 꼴이 될 것이다논의 자체가 탁상공론이다. 당위성만 갖고 시작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사업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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