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잡는다더니 실수요자 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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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잡는다더니 실수요자 잡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6.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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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아파트 문제는 소유자와 무주택자가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다르다.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가격 하락을 걱정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떨어지기를 바란다. 대개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6·17 부동산 대책은 아파트 소유자와 무주택자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무주택자들은 주택 마련이 더 어렵게 됐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청주 아파트 가격이 춤을 추고 있다. 최근 3년 이상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의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폭등했다. 일명 ‘갭투자’를 노린 투기꾼들이 세종, 천안, 대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청주로 와서 아파트를 쓸어갔다. 이로 인해 집 값이 많이 뛰었다.

이것도 잠시, 정부는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며 지난 17일 청주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당장 많은 규제를 받는다. 앞으로 2주택 이상 보유 가구는 주택 신규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9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50%, 9억원 이상은 30%로 강화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다. 분양권도 소유권이전 등기 시점까지 팔 수 없고, 9억원 이상의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2년 안에 의무적으로 전입해야 한다.

평범한 청주시민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여기서 평범한 시민은 외지 투기꾼이 아니고 아파트 실수요자를 말한다. 시민들은 투기꾼들이 단기간내 시세 차익 누리는 것을 봤을 뿐이고, 이들이 아파트 가격을 올려놔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져 한탄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도시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일은 투기꾼들이 벌이고 이익도 그들이 챙겼는데 피해는 실수요자들이 입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억울하지 않은가. 6·17 부동산대책 이후 아파트를 사거나 판 적이 없어 구체적인 피해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실수요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또 일각에서는 “진짜 투기꾼들은 대출을 받아 투기하는 게 아니고 현금들고 하기 때문에 이런 부동산 대책이 나와도 손해볼 게 없다. 대출 규제가 과연 선수 투기꾼들까지 잡을 수 있을까. 실수요자들만 잡는 게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더 화가 난다.

취임한 지 3년째 되는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부동산대책만 21차례 내놨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가격은 50% 상승했고, 근본적인 집값 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선수 투기꾼들은 요리조리 빠져 나간다.

최근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비난여론이 들끓자 국토부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대책을 발표한지 며칠만에 보완책 운운하는 것은 이것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주시도 이번 대책에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너무 심했다고 본다. 일단 시장 변화를 관망하고 있다. 향후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청을 할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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