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과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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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과 ‘한미 FTA’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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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석 한(충청대학 홍보담당)
1997년.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라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회오리에 맥을 못 추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뜻도 모르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가장 친숙한(?) 단어인 양 하루에도 수십 번씩 뱉어냈다. 우리는 그 당시 IMF를 저승사자쯤으로 느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저승사자를 몰아내기 위해 우리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는 등 처절한 사투를 벌였고 위기를 극복했다. 표면적으로는 97년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우리는 외환위기로 인해 너무도 많은 것을 잃었다.

경제의 핵심인 금융산업을 비롯해 우리가 피땀 흘려 일궈놓은 알짜배기 산업이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갔다.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 직장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소득의 양극화는 깊어졌고 한탕주의와 비정규직이 양산되며 직장인의 미래가 불안해졌다.

2006년. 대한민국에 ‘괴물’이 출현했다. 개봉 열흘 만에 500만의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이야기가 아니다. 한반도와 아메리카를 오가며 벌어지고 있는 한미 FTA 협상. 이 괴물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공룡같은 괴물은 잘만 활용하면 대한민국이 떼돈을 벌수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사람이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폭삭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국영화 ‘괴물’이 흥행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스크린쿼터제’ 축소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영화인들은 우리영화가 장족의 발전을 하기는 했지만 스크린퀘터제가 축소될 경우 대한민국의 영화는 거대자본 헐리우드에 의해 먹힐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FTA는 협정 국가간 자유무역을 추구하고 혜택을 누리는 배타적 무역특혜협정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를 체결했다. 또 지난 5월에는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 FTA를 체결했고 캐나다와는 2005년에 사전협의를 개시하는 등 20여개국과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고 있다.

FTA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초강대국 미국이 만성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생각해낸 ‘꾀’다. 다자간 무역협상인 기존의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서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미국이 생각해낸 것이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안보를 무기로 만만한 나라들을 하나씩 골라잡아 협정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우리 국민들의 한미 FTA를 보는 시각은 찬반이 팽팽하다. 일부는 우려를, 일부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찬성쪽은 우리나라가 대외 무역을 통한 경제 발전과 성장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세계적인 조류인 FTA를 거스를 수 없으며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FTA 협상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산업발전 단계를 고려해 FTA가 진행돼야하며 농업과 같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분야는 고사될 것이라는 우려다.

FTA가 세계적 흐름으로 어쩔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 미국은 협상을 위해 수년간 준비했다고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시일을 갖고 우리산업 전반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한다. 소수의 대박을 위한 무모한 도박보다는, 고용없는 성장보다는 모두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그런 협상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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