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와 아프간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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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와 아프간 난민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8.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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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단군신화를 소개하며 한민족과 민족주의를 강조했다. 노래도 만들어져 널리 퍼졌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 세우니, 대대손손 훌륭한 인물도 많다...’는 가사의 한국을 빚낸 100명의 위인들은 민족성을 고취하려는 목적도 있다.

지금의 교육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외국인 특히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다. 그리고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 저변에 이들에 대한 배타적 인식이 깔려 있다. 혹자는 이를 타자포용력 부족이라고도 일컫는다.

사회분위기가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문제 등에서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갑작스러운 파문에 의해 국내에서는 난민수용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 쪽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국제적 이슈와 난민 문제에 방관해서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 우리나라는 1992년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해 갈 곳 없는 난민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들었다. 이후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400명의 난민을 수용했다. 같은 기간 난민 신청 수는 72000여명. 지난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은 3.5%대로 상당히 적은 편이다. 반면 OECD 평균 난민 인정률은 24.8%. 그래서 이 상황을 기회로 개선해보자는 주장이다. 국제사회의 지적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반대쪽은 범죄와 경제적사회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기가 안 좋은데 어떻게 받냐’, ‘관리가 잘 안 될 것이다’, ‘극단주의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섞인 주장이 힘을 얻었다. 공포심을 먹고 자라는 이슬람 포비아도 생겨났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는 우리사회의 난민다문화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을 되짚어 봐야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문화적 다양성특별성을 무기로 한 K콘텐츠를 강조해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서울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가 달라진 모습, 문화적 포용력이 높아진 분위기가 요구된다. 아쉽게도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그런 가운데 문화적 포용력이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민족의 정체성이라는 해석도 있다. 20179월 다문화가족 사회통합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차윤경 한양대 교수는 단군신화를 다문화의 상징이라고 언급했다.

천제 환인의 아들 환웅과 곰에서 사람으로 변한 웅녀가 결혼해 민족의 시조 단군을 낳았다는 것은 하늘을 숭배하는 부족과 곰을 숭배하는 부족의 결합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당시 수상소감에서 홍익인간은 오늘날 지구촌 시대에 딱 맞아떨어지는 가치관이다. 인권개인성사회정의민주주의 등 현대사회 보편적 가치들을 담아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현대사를 겪으며 우리는 다문화에 대한 배척 인식이 커졌다. 지금도 다문화를 보호한다며 남들과 구분 짓는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인식은 바뀌기 어렵지만, 막상 변화를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도 하다. 이제라도 잃어버린 우리의 문화적 포용성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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