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람들은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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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람들은 고독하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8.2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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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증가세 중장년 비중 늘어, 경제적 곤란 1순위
청주시 고독실태조사 응답률 17%… 보완조사 후 대안 마련 모색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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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늘면서 고독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고독사는 말 그대로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홀로 사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사회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영국의 경우에는 20181월부터 체육시민사회부 장관이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겸직한다. 이후 영국 통계청은 외로움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54%가 외로움을 호소하고 11%는 심각한 외로움에 빠져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먼저 경제적 곤란이 손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사회와 고립되고 고독사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청주 서원구에 사는 80대 노인 A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큰아들에게 재산 대부분을 물려주고 그들 내외와 함께 살았다. 유명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A씨였지만 아들이 사업을 연이어 실패하자 그도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지막 갖고 있던 집을 팔아 빚을 청산한 뒤 아들 집에서 나와 방 한 칸 얻어 혼자 살게 됐다. A씨는 말년에 기초수급대상자가 됐고 지인들과 연도 끊어졌다. 고독사 위기에 처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관심으로 어려운 가운데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청주시 고독사 대응 중

 

주위에는 A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1인 가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노인들의 고독사도 매년 증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6년에는 1820, 2020년에는 2880명이 고독사로 사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직 고독사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아 이들을 무연고 사망자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이 고독사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는 관련 실태조사를 추진 중이다. 최근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고독사의 절반가량이 중·장년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를 제정해 올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보다 앞서 2019년 청주시의회는 청주시 장년층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2017년 제정된 청주시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의 연장 선상에서 만들어진 조례에는 주기적인 현장조사, 관리시스템 구축, 응급호출 지원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례를 발의한 이재숙 청주시의원(민주비례)노인 뿐 아니라 중장년에 대한 관심도 필요했다. 현재 현황파악에 힘쓰고 있고, 이를 토대로 대안 모색을 할 계획이다며 조례 제정 이후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실태조사 응답률 17%

 

조례 제정 후 현장에서는 조사 시스템이 구축돼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청주 성안동에서는 고독사 위기에 처한 노인이 동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담당자는 위기에 처한 노인들 30명을 특별 관리하며 주기적으로 안부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독사가 발생하기 전에 막을 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에 청주시는 올해 2월부터 고독사 예방을 위한 중장년 1인 가구 실태조사에 나섰다.

청주시 복지정책팀 담당자는 “7월 말까지 50~65세 중장년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응답률이 17%에 지나지 않아서 실태파악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현재 보완 조사 중으로 그래서 대상자를 저고 위험군으로 나눠 파악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고독사 어떻게 막을까?

 

청주시에 중장년 1인 가구 대상자는 약 38700명이다. 하지만 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다.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부정적인 성향이 강해져 대화에 어려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일단 청주시는 대상자들의 응답을 분류해 위험군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덧붙여 보완조사를 진행한 뒤 청주복지재단에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이후 고독사 예방과 대책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나올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예방은 관계 형성이라는 지적이다. 영국은 질병이 없더라도 가족 없이 살다 집에서 혼자 죽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임종기 지원 서비스’, 일본은 간병인이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24시간 즉시 대응 간병제등을 운영 중이다. 우리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으로 최근에는 국민안심서비스 앱이 보급되는 추세다.

국민안심서비스는 홀로 사는 사람이 일정시간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앱 설치할 때 미리 등록해 놓은 대상자들에게 GPS로 파악된 위치와 알림을 보내는 형식이다.

김준환 충청북도노인종합복지관 관장(충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고독사는 사회안전망과 공동체의 건강성을 경고하는 신호다. 노인들이 1인 가구로 남게 하지 않도록 새로운 공동체 모색 등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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