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에서 일하던 고 이재학 PD 2주기를 맞은 지난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로 당신의 뜻을 잇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비정규직 권리회복을 위한 ‘미디어노동공제회’ 연내 출범 계획을 발표했다.
고 이재학 PD는 2018년 언론인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뒤 프로그램 하차 통보를 받았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2020년 1월 패소한 이후 다음달인 2월4일 세상을 떠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은 “미디어 현장에 또 다른 ‘이재학’은 없는가”라는 성명을 내고 이 PD가 세상을 떠난지 2년이 지났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왜곡된 고용구조 문제를 방치하는 법과 제도는 그대로이며 새로운 신분구조를 고착화해 을과 병의 전쟁터를 만들어 놓고 최상위 포식자인 미디어 자본은 비인간적인 이윤추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20년 12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의결시 '비정규직 인력현황 및 근로실태 파악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달았다. 다만 관련 자료는 비공개다. 언론노조는 “방통위는 공적 책임이 무거운 지상파 방송사에게 비정규직 채용 규모와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방송사의 구체적 조치와 해답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비정규직 채용 규모는 사측의 영업 비밀이라는 주장이 당당히 관철되는 세상, 비정규직의 고혈을 쥐어짜 버티는 미디어 시장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으로 KBS·MBC·SBS에서 일하는 방송작가 다수의 ‘노동자성’을 확인하고 방송사의 불법고용 행태가 드러난 일도 언급하며 “지상파 방송사들은 차일피일 해결을 미루며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고 노동부 역시 대형 방송사 앞에서 스스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막아낼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현실도 지적하며 “미디어 업계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재학 PD 2주기인 오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재차 의지를 드러냈다.
언론노조는 “먼저 정규직 조합원들의 강고한 연대를 바탕으로 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권리회복의 발판으로 삼을 미디어노동공제회를 연내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미디어노동공제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각종 복지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또 언론노조는 “미디어노동시장에 대한 공적 개입을 통해 만연한 비정규직 중간 착취의 고리를 끊어내고 무늬만 프리랜서, 무늬만 사업자로 노동자를 둔갑시켜 법적 권리를 빼앗는 용역사업자 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미디어오늘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