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당신의 박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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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당신의 박물관입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3.0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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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청주박물관 상설전시관 재개관…금속문화 특화전시
숨과 쉼이 있는 박물관 콘셉트, 관람객 위한 공간배려 눈길
사뇌사 유물 전면에 배치, 불비상 4점도 감상할 수 있어

국립청주박물관 상설관이 지난 127일 재개관했다. 2011년 상설전시관을 부분개편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처럼 공간 자체를 바꾼 것은 개관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일단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문학적인 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양수 관장이 직접 쓴 글이다.

 

충청북도는 주변에 바다가 없습니다. 마치 대륙의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이지요? 하지만 대청호라는 큰 호수가 있고 경관이 수려하여 청풍명월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국립청주박물관에는 이곳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가 지루할까 봐 걱정되시죠? 국립청주박물관은 박물관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난, 서점 같기도 하고 우리 집 창가 같기도 한 곳입니다.

우리 박물관에는 숨과 쉼이 있습니다. 옛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문화재에 이 있고, 박물관의 수려한 풍경을 바라보며 머무를 수 있는 공간에 이 있습니다. 박물관 곳곳에 있는 나만의 숨과 쉼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곳 국립청주박물관은 바로 당신이 주인입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박물관의 권위적인 요소를 없애고 최대한 편안하게 유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실을 구성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금속문화가 브랜드다. 청주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나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1실과 2실은 고고, 금속으로 변화된 삶’, 3실은 미술, 금속으로 꽃피운 문화를 주제로 잡았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상설전시관을 재개관했다. 획기적인 공간 구성이 눈길을 끈다. 수장고에 있던 유물들도 대거 세상 밖으로 나왔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상설전시관을 재개관했다. 획기적인 공간 구성이 눈길을 끈다. 수장고에 있던 유물들도 대거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주인공이다

 

상설전시관의 전시물은 1300여점이다. 1실과 2실은 금속 이전과 이후의 삶을 유물을 통해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전시장엔 시대별 토기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멀리서 보면 박물관이 아니라 현대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12실 전시를 기획한 김동완 학예사는 시간 순서대로 주요 유물을 공중에서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토기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인류와 함께 발전해온 도구들 또한 눈높이를 낮춰 배치했다. 김 학예사는 아이들이 와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하려고 일부러 전시대 높이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상설전시관 개편에 대해 공간이 특화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본다. 복잡하고 설명이 많았던 공간을 단순화했다. 관람객들이 정말 숨과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실 안에 작은 도서관을 연출했다.
전시실 안에 작은 도서관을 연출했다.

 

2실에서는 그동안 국립청주박물관이 벌였던 전시 도록들과 관련 책들을 전시를 보면서도 편안히 관람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연출했다. 3실로 들어가는 입구엔 저반사 유리를 설치해 안과 밖이 마치 하나의 공간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철기가 등장할 무렵 충청북도에는 삼한(三韓)의 하나인 마한(馬韓)이라는 정치집단이 자리 잡는다. 청주 송절동, 오송 등지에서 철이 생산되었고, 점차 백제로 성장했다. 이후 철갑옷과 쇠칼 등으로 무장한 삼국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4세기에는 백제, 5세기에는 고구려, 6세기에는 신라의 순으로 충청북도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오송과 송절동 도시개발로 출토된 마형대구도 일부 전시된다.

이 지역 지배자의 무덤에서 발견된 백제, 고구려, 신라의 금, 은 등으로 만든 장신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속의 등장 이후 사회가 고도화되는 것은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개방감 있는 공간 구성

 

3실은 금속으로 삶과 불교를 꽃피우다’, ‘금속, 바람들 담다’,‘금속, 삶에 스며들다라는 주제로 관을 구성했다.

충청북도에서도 지방 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불교 공예와 생활 공예 영역에서 금속 문화가 크게 융성했다. 왕실과 호족이 후원하여 이 일대에 여러 절이 세워졌고, 절의 위세가 확장되면서 부처 공양에 쓰이는 금속 공양구가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특히 청주 사뇌사, 흥덕사, 용두사, 충주 숭선사와 같은 절의 승려들은 수행을 하거나 불교 의례를 진행하는 데 쓰는 갖가지 모양의 금속 공양구를 만들어 종교적 의미를 담아냈다.

충청북도의 생활 유적과 무덤에서 나온 생활 도구와 장신구 등은 이 지역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단단한 수저와 자물쇠, 화려한 문양의 꾸미개, 삶의 흔적이 깃든 거울 등을 만날 수 있다.
 

1993년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무심천 제방 공사장의 구덩이에서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 유물들은 대부분 절에서 사용하던 물품들로, 절 사람들이 어떤 절박한 사태를 맞아 사용하던 물건들을 한데 모아 급히 묻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양구나 그릇 등에는 ‘청주 사내사思內寺’ 또는 ‘사뇌사思惱寺’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금속 공예품이 400여 점이나 나온 것을 보면, 당시 사뇌사는 매우 규모가 큰 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뇌사의 유물을 한 곳에 모아 보여준다.
1993년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무심천 제방 공사장의 구덩이에서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 유물들은 대부분 절에서 사용하던 물품들로, 절 사람들이 어떤 절박한 사태를 맞아 사용하던 물건들을 한데 모아 급히 묻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양구나 그릇 등에는 ‘청주 사내사思內寺’ 또는 ‘사뇌사思惱寺’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금속 공예품이 400여 점이나 나온 것을 보면, 당시 사뇌사는 매우 규모가 큰 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뇌사의 유물을 한 곳에 모아 보여준다.
불비상은 돌에 새긴 부처의 얼굴이다. 현재까지 7구가 전해지는 데 4구가 국립청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불비상은 돌에 새긴 부처의 얼굴이다. 현재까지 7구가 전해지는 데 4구가 국립청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특히 여기서는 사뇌사에서 출토된 유물을 원형 그대로 꺼내어 보여준다. 수장고에 잠들었던 유물이 세상에 나왔다. 불비상은 돌의 앞면이나 네 옆면에 부처·보살 등을 조각하고 발원자의 소원을 새긴 상인데 4점이 전시된다. 세종시에서 출토된 국보 2, 보물 2점이다.

이번 개편을 총괄한 강건우 학예사는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이 공간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알려준다. 안과 밖의 공간이 숨쉬고,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기를 바랐다. 청주 사뇌사 유물을 한 곳에 모아 보여준 것도 의미 있고, 불비상도 눈여겨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4실도 곧 구성할 것이다. 어린이박물관 영유아체험실은 이미 개편하고 재개관했다. 앞으로 4D체험관도 별도로 만들 것이다. 박물관이 지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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