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기자가 본 한국의 대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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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기자가 본 한국의 대선 보도
  • 충청리뷰
  • 승인 2022.03.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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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AFP 특파원 “결론 내리기보다 독자 판단 공간 줘야”
강진규 AFP 특파원 /AFP 기사 갈무리.
강진규 AFP 특파원 /AFP 기사 갈무리.

 

선거 뉴스의 품질 문제는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누가 어떠한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보다는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주를 이루고,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프랑스 뉴스통신사 AFP(Agence France-Presse) 강진규 특파원을 만나 외신 기자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대선 결과가 발표된 후 아침신문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식과 함께 여러 가지 분석 기사들이 쏟아졌다. 11일 한국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0.73%국민이 내린 3대 명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기사는 3대 명령으로 거대여당 독주 심판 오만하지 말라’, 부동산 실정 회초리 무능하지 말라’, 성별 갈라치기 역풍 혐오조장 말라를 꼽았다. 근거로는 최종 득표율과 지역별, 성별 득표율 차이를 들었다. “정권 인수를 준비하는 윤 당선인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투표를 하루 앞둔 '세계 여성의 날'에 여가부 폐지 공약에 쐐기를 박을 정도로 윤 당선인은 무모했다등의 문장도 보였다.

강진규 특파원은 이러한 기사들에 대해 언론이 현상에 대한 판단을 내려 독자에게 조언하려는, 칼럼에 나올법한 제목과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신 기사는 일반 기사에서는 담담하게 사실관계를 적시해주고, 자의적인 판단과 충고는 칼럼에 들어가게끔 나뉘어져 있다. 칼럼에서는 상대적으로 세게 이야기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언론은 기사에서도 독자들에게 제언을 하고 가이드를 제시하는 게 언론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사와 칼럼 그 사이에 있는 기사들이 많다외신을 자주 보는 입장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AFP에서는 지난 118김건희 녹음파일논란을 다뤘다. 강진규 특파원은 이 사안도 외신에서는 정치적으로 쓴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기자들을 감옥에 보내겠다, 최근 미투가 발생하는 게 돈을 제대로 안챙겨줬기 때문이다등의 발언 자체에 주목해서 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사에서는 김건희씨의 발언을 담담하게 나열했다. 판단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 멘트, 공식적 데이터를 넣어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강진규 특파원은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끔 공간을 준 기사로 뉴욕타임즈의 ‘The New Political Cry in South Korea: Out With Man Haters’ 기사를 꼽았다. 최상훈 특파원이 지난 11일 한국의 반페미니즘 현상과 서울에서 벌어진 남성연대 시위를 취재해 쓴 기사다.

기사는 반페미니즘 단체 남성연대의 인터뷰와 한국에서 반페미니즘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집게 손가락 모양논란과 기업 광고 보이콧,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사건, ‘안산 선수 숏컷 논란등을 짚으며 한국이 젊은 남성들의 거센 반페미니즘 운동을 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사는 실제 한국의 성차별 현황을 데이터로 짚었다. 한국은 선진국에서 남녀 성별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상장된 회사 이사회에 여성 임원은 5.2%밖에 안된다는 수치를 들며, 국제적인 공식적 수치를 따져보면 한국은 굉장히 여성한테 불리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그래서 한국 남성들이 틀렸어가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는 그렇지 않은데 이 젊은 남성들은 왜 페미니즘에 반대하지?”에 대한 이유를 파헤쳤다. 한국의 과거부터의 견고한 남아선호사상과 남성중심주의의 역사를 짚었다. 여성은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지 못하거나, 딸을 그만 낳기를 바라는 바람이 투영된 말자라는 이름의 유례를 소개하는 식이다.

“20대 남성들은 윗세대들이 만든 차별의 폐해를 자신들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윗세대들이 여성을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봤다면, 지금의 남성들은 여성을 취업시장의 경쟁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오재호 경기연구원 전문가의 설명도 덧붙였다. 남성들의 인터뷰에 더해 여성단체의 반박도 담았다. 당시 대선 후보들의 2030 남성 표심 잡기 현상에 대한 대목도 담겼다.

AFP 기사 갈무리.
AFP 기사 갈무리.

 

 

결론을 정해놓지 말아야

 

강진규 특파원은 한쪽을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하기보다, 공식적인 수치를 들어 한국이 남성들에게 우호적인 사회적 구조를 가졌다는 갭을 드러낸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 한국의 언론인에 따르면, 한국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인의 절반가량은 한국의 언론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언론인 중 약 62%는 관점을 배제한 공정한 보도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자신의 관점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보도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언론인은 약 19%였다.

강진규 특파원은 낮은 공정성 인식 이유 중 하나로 정파성을 꼽았다. 강진규 특파원은 외신, 예를 들어 뉴욕타임즈는 독자들이 판단하게 공간을 준다. 물론 기사에는 언론사의 성향과 논조가 들어가있겠지만, 다 읽고나면 여러 사실관계를 적시하고, 공식적인 수치와 양쪽 목소리를 기사에서 전하고, 최종 판단은 독자가 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결론으로 가기 위한 전문가들의 멘트를 받아 기사를 완성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우리나라 코로나 방역이 외신에서 좋은 방향으로 쓰여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정파성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객관적으로 수치가 좋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국내 언론은 지적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그게 보이니까 독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론을 정해두면 입체적으로 현상을 보여줄 수 없다. 언론이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닌 입체적으로 현상을 조명하는 기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 미디어오늘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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