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쇄박물관 명칭 변경,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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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쇄박물관 명칭 변경, 뭣이 중헌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12.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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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쇄박물관은 우리나라 금속활자 두루 연구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만일 변경한다면 '대한민국 금속활자박물관' '대한민국 인쇄박물관' 좋다 여론

 

 

최근 ‘남명증도가’ 금속활자본 논란을 계기로 청주시의 직지관련 사업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설사 이 논란이 지나가더라도 앞으로 얼마든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현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타이틀을 내줬을 경우 직지의 세계사적 의미는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해 청주시·시의회와 고인쇄박물관은 관심조차 없다.

많은 청주시민들은 오래전부터 고인쇄박물관을 왜 직지박물관으로 바꾸지 않느냐고 한다. 고인쇄박물관이라는 이름은 故 천혜봉 전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지었다. 그는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본 중에는 ‘남명증도가’와 ‘상정예문’이 있다. 고인쇄박물관은 직지뿐 아니라 이를 전후해 인쇄된 것을 모두 연구하라는 의미에서 고인쇄박물관이라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교수는 지난 2016년 10월에 별세했으나 한국서지학계의 거목으로 한국서지학회장,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했다.

제2대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는 지난 2020년 상임위와 고인쇄박물관 행정사무감사 때 명칭변경을 요구했다. 당시 민주당 김영근 위원장과 국민의힘 유광욱 의원이 이를 주장했고, 김 위원장은 직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직지박물관으로 바꾸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다. 이에 고인쇄박물관은 명칭변경을 추진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아 명칭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시간과 행정력만 낭비하고 망신은 망신대로 당했다.

박물관은 여론조사 플랫폼 ‘청주시선’을 통해 명칭 공모를 했고 후에 직지박물관, 청주직지박물관, 직지인쇄박물관, 청주직지인쇄박물관, 한국인쇄박물관, 청주고인쇄박물관 등 6개의 이름을 가려 뽑았다. 시민들의 선호도조사에서는 청주직지박물관이 1위를 했다. 그러나 명칭선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회의 결과 변경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맞서자 변경 유보를 결정한다. 박물관 측은 이를 받아들여 명칭변경 유보 결정을 내렸다.

이 일은 1년 후인 지난달 22일 열린 시의회의 고인쇄박물관 행정사무감사에서 폭발했다. 시의회 복지교육위는 박물관 측이 시의회와 아무런 상의없이 명칭변경 유보 결정을 했다며 강하게 질타하고 한 때 행정감사를 중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 박물관 측이 명칭 변경을 추진할 때 일각에서는 고인쇄박물관의 뜻을 새겨봐야 하고, 만일 이 이름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면 대한민국 금속활자박물관 내지 대한민국 인쇄박물관 등으로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모 씨는 “직지박물관이라고 하면 청주는 직지에 갇히게 된다. 청주는 금속활자본 직지를 인쇄한 곳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금속활자를 모두 연구하고 전시하는 곳이 돼야 한다. 앞으로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본이 나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차제에 고인쇄박물관은 직지를 포함한 대한민국 금속활자 인쇄술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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