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정당과 3년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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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당과 3년 정당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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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덕 현 편집국장
   
요즘 사석에서 열린우리당을 입에 올렸다가는 그야말로 짱구 취급을 받기에 십상입니다. 원래 의리없고 형이하적인 우리나라 정치이지만 그래도 열린우리당의 추락은 정도가 심하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정치권에선 열린우리당 해체니 무슨 신당이니 논란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분위기라면 집권여당 열리우리당의 운명은 조만간 바람앞에 촛불 신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번 냉정하게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3년전 열린우리당은 100년 정당을 기치로 창당됐습니다. 주도자들이 내건 명분은 과거처럼 특정인 중심의 결사가 아닌 정치적 신념의 공유에 근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들 주축세력들이 이른바 민주화를 생명처럼 여기는 ‘의식있는’ 정당인들임을 자처했으니 당시 국민적 지지 역시 과거의 맹신적 추종이 아닌 미래에 대한 확신의 발로였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이젠 10년, 100년을 이어가는 정책정당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고, 그 심리적 동조가 2004년 17대 총선의 열린우리당 압승으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이런 정당이 지금, 지지도가 추락하고 정권재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해서 대책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열린우리당 창당의 핵심자들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열린우리당 한계론을 펼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문화가 정상이라면 적어도 이들 만큼은 이럴 때 일수록 당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지켜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어차피 정당에 대한 지지와 선호는 수시로 변할 수 밖에 없고, 정권 또한 유한한 것입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에 대해 책임질 생각보다는 오직 눈앞의 양지만을 찾으려 기를 쓴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 다 쓰러져가는 열린우리당 깃발을 부여잡고 당당하게 심판받겠다는 정치인은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근성이 없이는 100년 정당은 영원히 허구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고작 3년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정권을 또 맡기겠습니까. 권력이 냉정한 만큼 정권은 쉽게 쥐어지지 않습니다. 와신(臥薪)의 3년 응징에 상담(嘗膽)의 복수는 무려 12년이나 걸려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국민앞에 보여야 할 자세는 지난 3년의 집권에 향수병을 앓는 게 아니라, 앞으로 12년간 쓸개를 씹겠다는 자기의지의 확고한 표명인 것입니다. 할말은 아니지만 지금의 민심이라면 내년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냉정하게 심판받아야 마땅합니다. 이런 것이 정당, 정치문화의 선진화가 아니겠습니까.

역설적으로 지금의 열린우리당 추락은 아주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당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의 열린우리당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과연 몇 명의 국회의원이 당초 창당의 이미지에 걸맞는지 궁금하니 말입니다. 당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혼돈스러운 것은 이른바 회색분자들입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정치적 신념과는 무관하게 집권당의 온기를 쬔 의원들은 조만간 스스로 당을 떠날지도 모릅니다. 이런 자연스런 커밍아웃은 지금처럼 당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기 기회를 살려 당을 제대로 환골탈태시키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100년 정당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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