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시계는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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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시계는 쉬지 않는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4.2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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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시내 한 편의점에서 보낸 24시간
하루 물건 3번 들어오고 신제품 쏟아져
편의점 주는 ‘폐기’상품 줄이는 게 관건
삼시세끼 편의점에서 해결 가능한 시대

편의점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24시간을 가둔 편의점은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 맘만 먹으면 편의점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양한 콘셉트로 해결할 수 있다. 아침은 빵과 간단한 스프로, 점심은 도시락으로, 저녁은 계란찜과 반찬, 찌개류를 사서 한 상을 나름 근사하게 차릴 수 있다. 후식으로 간단한 과일도 판다.

올해 1월부터 아버지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태준 씨(31)아직까진 편의점을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해요. 편의점이 집 근처이기도 하고, 인근에 편의점이 없다보니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에요. 또 시청 임시청사가 문화제조장으로 오면서 매출이 늘었어요라고 말했다. 편의점은 청주시 동부창고 뒤편에 있다. 간혹 동부창고에서 행사가 열리면 편의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김태준 씨는 올해 1월부터 가족이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김태준 씨는 올해 1월부터 가족이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그는 본사에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편의점을 인수했고, 이젠 가족의 직장이 됐다. 편의점은 본사와 점주의 계약 조건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과거엔 점주와 본사가 이익을 73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64인 경우가 보편적이다. 권리금은 별도다.

 

편의점에도 단골이 있다

 

김 씨는 오후 3시 알바생과 교대를 한다.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가 그의 근무시간이다. 이어 아버지가 새벽 시간을 지킨다. 주말엔 알바생을 더 많이 쓴다. 전체 노동 시간은 길지만, 김 씨는 이 일이 아직은 즐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일 힘들 때는 손님이 없을 때이고, 제일 좋을 때는 손님이 많을 때라고 하는 걸 보니 어느새 장사꾼이 다 됐다.

손님이 편의점의 물건을 열심히 사는 만큼 물건은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채워진다. 가령 편의점의 삼각김밥은 하루 2번 들어온다. 오전 9시와 저녁 9. 이때는 삼각김밥, 햄버거, 유제품, 샐러드, 빵 등이 들어온다. 오전엔 냉장, 오후엔 냉동식품이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오후 4시경엔 음료수 및 과자 등 상온 제품을 납품하는 이가 온다. 8년째 편의점 납품 일을 하는 김지훈(가명46)씨는 하루에 16군데의 편의점에 물건을 납품한다.
 

편의점 물건은 하루에 3번 들어온다.
편의점 물건은 하루에 3번 들어온다.

 

그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산에 있는 물류센터로 향한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받아 발주를 넣은 진천과 청주지역 편의점의 동선을 짜서 배달을 한다. 배송이 끝나고 2시간 남짓 쉬다가 오전 11시쯤 또 아산에 있는 물류센터로 가 오후 배송 물건을 챙긴다. 하루의 긴 시간을 그는 길에서 보낸다. “차만 말썽을 부리지 않으면 이 일이 편하고 수입이 좋은 편이에요. 남들보단 길게 일하지만 만족도가 높아요.”

그의 편의점엔 지난달 하루 평균 269명이 방문했다. 하루 매출이 120만원을 넘어야 알바 인건비 및 공과금, 전기세를 내고 밑지지 않는다. 편의점마다 수익은 제각각이다. 김 씨는 편의점 매출 대부분이 보통 3시 이후 저녁시간 대 나와요라고 말했다. 편의점도 단골이 있다. 전체 손님 가운데 30%는 단골이라고. “단골들이 많이 생겼죠. 서로 오가면서 안부를 묻는 사이 정도는 됐어요. 담배손님이 제일 많은데 담배는 거의 수익이 안 남아요. 담배 사는 김에 다른 물건도 사는 거죠.” 그 사이 쓰레기 봉투를 사러 온 손님부터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엄마, 전기세를 결재하는 동네 아저씨 등. 20평 남짓 공간 편의점의 시간은 역동적으로 흘렀다.

 

누군가에겐 휴식의 공간

 

편의점의 가장 큰 매력은 1+1상품이 있다는 것. 매일 하루에 두 번은 편의점을 찾는다는 정진업 씨는 편의점 인근 충북글로벌게임센터에서 게임회사를 운영 중이다. 그는 주중엔 청주에서 일하는 데 편의점을 찾는 게 그에겐 즐거운 일상 중 하나다. 야외 테이블엔 닥터페퍼 음료수와 맥스봉 소시지가 놓여있다. “닥터페퍼랑 맥스봉 모두 1+1상품이에요. 그래서 옆방에 있는 게임회사 대표님을 편의점 올 땐 꼭 같이 와요. 나른한 시간에 이곳에 오면 잠깐 휴식하는 기분이죠.” 그는 편의점 브랜드마다 매력이 다르다고 했다. “CU는 제가 좋아하는 닥터페퍼를 싸게 팔아서 좋고, 도시락은 GS25가 제 입맛엔 더 맞아요.”
 

편의점을 갈 때는 친구랑 같이 가야 한다. 1+1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갈 때는 친구랑 같이 가야 한다. 1+1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편의점 주에게 가장 무서운 단어는 폐기. 보통 일주일에도 수십 개의 신상품이 쏟아진다. 일단 신상품의 반응을 보기 위해 몇 개 시켜보다가 팔리지 않으면 모두 폐기된다. 삼각김밥은 이전에는 12시간만 지나도 폐기됐지만 지금은 24시간으로 늘었다.
 

일주일만 지나도 폐기해야 할 물건이 쌓인다.
일주일만 지나도 폐기해야 할 물건이 쌓인다.

 

김태준 씨는 처음엔 가족들이 폐기된 갖가지 물건들을 가져다 먹었는데 지금은 쳐다도 안 봐요. 폐기된 물건들은 모두 집에 가져가서 분리수거를 해야 해요. 아마 전국의 편의점 주는 모두 폐기랑 싸울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폐기된 물품 가격만 70여만원이라고 귀띔했다.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점원으로 일했고, 편의점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김 씨가 최근에 가장 애독하는 도서는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했다. “편의점을 직접 운영하다보니 책 내용이 새롭게 다가와요. 편의점 주가 사실 수퍼을이에요. 알바생 눈치도 봐야 하고, 손님 대처도 잘 해야 하고요. 간혹 진상을 부리는 손님도 있고요. 그래도 편의점엔 늘 활기가 넘쳐요.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있고, 사람들은 그 물건을 필요로 해요.”
 

동네마다 있는 편의점은 밤낮을 24시간 밝힌다.
동네마다 있는 편의점은 밤낮을 24시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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