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우리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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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우리의 이웃들
  • 박소담 기자
  • 승인 2024.02.07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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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을 엿보다…아이의 웃음, 차 한 잔의 여유, 연인과의 캠핑 등

국민 행복은 어디에

새해의 처음이 설이고, 음력 정월 초하룻날이 설날이다. 올해 설 연휴는 나흘 동안이다. 한가위라 하는 추석 연휴 때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대명절이다. 이 때면 늘 즐겁고 행복하길 빌어주는 아름다운 미덕이 있어, 만나는 사람마다 웃는 얼굴로 복을 기원하는 인사를 나눈다. SNS를 통해서도 연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교환하니 보이기엔 참 행복한 국민들이다. 그런데 돌아서 홀로 서면 “나는 행복한가?” 자문하게 되지 않나. 억지웃음이라도 지어야하는 명절이 두려운 사람들도 있다. 국민행복지수는 어느 위치에 있을까.

가족들과 캠핑을 즐기며 행복을 찾는다.
가족들과 캠핑을 즐기며 행복을 찾는다.

 다양한 소확행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축약어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고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이나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뜻한다. 2023년 3월 20일 세계행복의 날을 맞아 발간된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 수준이 5.951점(0~10점 범위)으로 조사 대상 137개국 가운데 57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평균 행복 수준은 2022년보다 2순위 높아졌다. 우리 이웃들은 일상 속 어떤 것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까.


“빨리빨리!” 워킹맘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40대 워킹맘 기자 송 모씨. 그녀가 아침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빨리 빨리”라고 했다. 경력이 단절된 지 10년이 되어 갈 즈음 운 좋게 취직을 해 ‘워킹맘’이 됐다. 아침 일곱 시 반, 눈곱도 떼지 못하고 칭얼대는 아이를 재촉해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혀 유치원으로 등 떠밀어 보낸다. 야근이 잦은 남편도 챙겨서 보내고 나면 그제야 출근을 한다고 했다.

“매일 아침 꽉 막힌 출근길 차 안에서, 쫓아내듯 내보낸 아들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온다”고 말하는 그녀는 “퇴근 시간은 곧 육아 출근 시간이다”라고 표현했다. 아이의 저녁을 챙기고, 씻기고, 내일 업무를 준비하면 어느새 밤이다. 종일 정신없는 그녀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잠든 아이의 발’이다. “곤히 잠든 아이의 자그마한 발에 코를 대어 꼬순내를 맡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잠든 아이의 발을 보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잠든 아이의 발을 보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완벽주의 김 이사

매일 왕복 두 시간씩 원거리 출퇴근을 하는 50대의 회계 전문직 김 모씨. 매사에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흐트러짐을 찾아보기 힘든 그의 소확행은 무엇일까. 연륜과 경력만큼 대단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 것만 같은 그의 대답은 의외로 ‘설거지’였다. “최근 새로 들어온 신입직원들을 이끄느라 코피가 날 만큼 동분서주한다”는 그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깨끗이 설거지를 하고, 집안을 정돈한 다음 혼자 마시는 차 한 잔에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다.

파이어(fire)족을 꿈꾼다

파이어족(FIRE族)은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 조기에 은퇴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사람을 말한다.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다. 파이어족이 되기 전에는 결혼 생각이 없다는 30대 중반의 사무직 사원 양 모씨는 소위 ‘집순이’다.

평일에는 다크써클을 달고 묵묵히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집에서 가만히 누워 쉬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아! 야구!” 무엇에도 큰 감흥이 없다는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뱉어낸 단어다. “직접 경기를 뛰거나 직관을 하러 가지는 않지만, 퇴근 후 핸드폰으로 야구를 보는 것이 나만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한화 이글스의 10년 골수팬이다.

마음을 채우는 육즙

10여 년간 전세를 전전하다 청주에 드디어 자그마한 주택을 마련한 40대 초반의 이 모씨.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나날이 치솟는 금리 탓에 월급의 70%가 대출금으로 나간다고 밝혔다. 매일 직장-집이 일상의 전부라는 그의 소확행은 ‘소고기’다. “쉬는 날 아내와 아이 없이 홀로 마트에 간다. 지방이 골고루 분포된 ‘마블링’이 예쁜 소고기를 신경 써서 고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그렇게 고른 소고기를 가족들이 ‘엄지 척’ 해주며 먹을 때 웃음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주말 캠핑, 숨 쉴 구멍

충북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20대 이 모씨는 요즘 중고거래에 푹 빠져있다. 온종일 학교 안에만 박혀있다는 그의 소확행은 주말에 떠나는 캠핑이다. “학생이다 보니 비싼 캠핑용품을 살 수 없다”며 “중고 앱을 이용해 가성비 좋은 캠핑용품을 하나하나 사 모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텐트 안에서 영화를 즐길 무선 TV를 사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저축을 시작했다고 한다.

흙 속의 진주를 찾아라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40대 두 딸의 엄마 장 모씨.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육아휴직을 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1년간의 전업주부 생활을 기대하며 알찬 계획을 세웠다”는 그녀는 “평일 여행가기, 예쁜 카페에서 브런치 먹기 등으로 몇 개월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포장이 불량이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반품 마트를 발견했다고 한다. “수입이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지출은 늘어나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인 시점이었다”며 “생필품들을 반값으로 사는 것에 짜릿함을 느낀다. 매주 반품 마트에 들러 흙 속의 진주를 찾는 기쁨에 푹 빠져있다”고 밝혔다.

작은 행복이 모여야

이들 외에도,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함께 마시는 맥주 한잔이 소확행이라는 40대 중반의 공무원, 바다낚시가 고뇌를 잊게 해준다는 20대 중반의 대학원생, 새벽마다 하는 수영이 활력의 원천이라는 40대 초반의 회사원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이웃들은 다채로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반면, 계급의 이동이 어려워진 채 고착된 사회의 한계를 ‘소확행’으로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작은 행복만을 좇으며 현실에 안주하라는 것이 아니다. 한 치 앞이 어찌 될지 모르는 인생이니 가까이 있는 사람을 아끼고 작은 즐거움에도 만족감을 느끼며 더 큰 미래를 꿈꾸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작은 행복들이 모여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낼 원동력이 돼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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