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나라'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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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나라'의 향방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2.08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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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부탄, 총선서 정권교체…성장 정책에 더 관심

국민 행복은 어디에

새해의 처음이 설이고, 음력 정월 초하룻날이 설날이다. 올해 설 연휴는 나흘 동안이다. 한가위라 하는 추석 연휴 때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대명절이다. 이 때면 늘 즐겁고 행복하길 빌어주는 아름다운 미덕이 있어, 만나는 사람마다 웃는 얼굴로 복을 기원하는 인사를 나눈다. SNS를 통해서도 연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교환하니 보이기엔 참 행복한 국민들이다. 그런데 돌아서 홀로 서면 “나는 행복한가?” 자문하게 되지 않나. 억지웃음이라도 지어야하는 명절이 두려운 사람들도 있다. 국민행복지수는 어느 위치에 있을까.

성장+복지가 행복

‘국제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은 매년 3월 20일이다. 이날은 인간의 목표가 '행복'임을 알리고, 모든 이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경제성장과 공공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목적으로 유엔이 기념일로 지정했다. 유엔은 2012년 총회에서 국제 행복의 날 관련 결의안《66/281》을 193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후 2013년부터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 결의안에는 <행복 추구는 인간의 근본적 목표이다. 세계인 모두의 삶에 있어 보편적 목표이자 열망인 행복과 복지의 관련성을 인식하여 이를 공공정책의 목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 빈곤 퇴치, 모든 이들의 행복과 복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보다 포괄적이고 공평하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3월 20일을 국제 행복의 날로 선포하기로 결정하며 모든 회원국, 유엔기구, 기타 국제·지역 기구, 비정부 기구, 개인 포함 시민사회가 교육이나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활동 등의 적절한 방식으로 이 날을 기릴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 행복의 날 공식 사무국(UNIDOHappiness)은 해마다 공식 주제를 정해 세계인들의 행복을 위해 유엔 회원국 등이 실천해야 할 행동지침 10가지를 발표하고 있다. 또한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같은 날 전세계 150개국이 넘는 국가의 국민행복도를 조사한 후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를 정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간하고 있다.

3월 20일, 국제 행복의 날

행복지수는 소득 수준(1인당 GDP),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복지), 선택의 자유, 부패에 대한 인식, 사회의 너그러움(관용)을 기준으로 국가별 행복도를 측정해 산출된다.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를 발표하는 것은 각국의 행복지수를 비교·평가해 사회발전과 공공정책의 목표가 국민 행복 및 복지 증진에 있음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 발간 등은 부탄의 ‘국민총행복’ 개념을 도입해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2012년 4월 2일 ‘웰빙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유엔 고위급 회의가 열렸는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부탄의 지그미 틴레이 총리가 의장을 맡았다. 지그미 총리는 국내총생산 대신 국민총행복을 주요 개발 지표로 채택한 인물이다.

이후 유엔은 2012년에 첫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6년부터 유엔이 정한 세계행복의 날인 매년 3월 20일에 발표되고 있다. 이미 부탄은 국민총행복지수(GNH)로 유명했다. 국내총생산 같은 전통적인 지표에서 무시되어왔던 심리적 행복 등의 요소를 포함했다. 1972년 당시 부탄 국왕 지그메 싱예 왕추크가 “국민총행복지수가 국내총생산보다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이 시초가 됐다. 2008년 제정된 부탄 헌법에 국민총행복지수가 부탄 정부의 목표로 들어갔다.

국민총행복지수를 표방하면서 부탄은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국제적 조사에서 가장 높게 두각을 나타냈다. 이것이 유엔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엔행복지수에서 부탄은 2016년 84위, 2018년 97위, 2019년 95위를 기록하다가 2020년 이후에는 명단에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0일 실시된 부탄 총선거에선 야당인 국민민주당(PDP)이 승리를 거뒀다. 이날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부탄 선거관리위원회는 PDP가 총선에서 하원 47석 중 30석을 확보했다. 신생 정당인 부탄텐드렐당(BTP)은 17석을 얻는 데 머물렀다.

부탄의 총선 결과가 관심을 끈 이유는 인구 80만명의 소국이면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권당이 힘을 못 쓰고 정권이 야당에 넘어갔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PDP 당을 이끄는 체링 토브가이 전 총리(58)는 이번 선거로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토브가이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기계 공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는 행정학 석사를 받은 공무원 출신으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부탄의 이번 선거는 2008년 3월 왕정 종식 이후 치러진 네 번째 총선이다. 부탄의 정권 교체는 예견된 결과로 지난해 11월 30일 1차 투표에서 집권 부탄통합당(DNT)은 4위로 주저앉았다. 2차 선거에 오른 두 정당은 부탄의 심각한 경제 문제를 집중 공략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성장 위주 공약을 표심을 공략했다.

성장과 복지가 ‘행복’ 이끈다

2010년 초반 경까지 부탄은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렸다. ‘국민총행복(GNH)’이라는 지표를 개발하는 등 경제 성장보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며 과감한 개발도 부정적으로 다뤘다. 부탄 헌법에는 국토의 최소 60%를 산림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부탄은 지난 5년간 경제성장률이 평균 1.7%를 기록하면서 30%에 육박하는 높은 청년실업률을 보였다. 특히 전체 인구 80만명의 2%에 해당하는 약 1만5000명이 일터를 찾아 해외로 나갔다. 심각한 인재유출 문제가 됐다.

경제성장 없이 복지만 추구하는 행복은 단견일 수밖에 없다는 해답이 나온 셈이다.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 고급 인재가 되어 돌아오고 글로벌 인터넷망 시대에 국민의 눈높이는 시혜적 복지에 머무를 수 없다는 징표가 됐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분석이다. 그런면에서 핀란드가 6년째 세계행복보고서에서 국민행복지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복지의 쌍두 체제 없이는 국민행복은 허구라는 것이다.

AFP는 “이번 선거에서 성장보다 국민총행복을 우선시하는 부탄의 오랜 정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물질적 성장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여야가 뒤바뀌게 된 부탄이 국민행복지수를 다시 높이게 될지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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