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에 울고 사기대출에 망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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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에 울고 사기대출에 망가져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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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 노린 직장인 불법대출 기승

유명증권회사가 취업 철을 맞아 청년 실업률에 대해 조사한 결과 3.34%라는 비관적인 의견이 나왔다. 16개 금융기관 애널리스트들이 참여한 폴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 장기화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업심리가 악화돼 고용확대 요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사회 여건 속에서 사회 초년생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한 사채시장에까지 발을 디뎌 큰 낭패를 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사회 초년생을 노리는 인터넷, 생활정보지 사기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속칭 사장이란 사람이 재직여부를 속이고 대출을 해 주는 대신 고액의 수수료를 떼어가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대출 신청자와 그 가 족들이다. <사진>은 한 인터넷 차량담보 대출 사이트.
사회 초년생을 노리는 인터넷 사기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구나 있지도 않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직장인 신용 대출’에 보증까지 서주고 고액의 수수료를 챙겨 잠적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청주 내덕동에 사는 필요남씨(23·가명). 6월말 전역이후 인터넷 대출업체 R사 등 3곳으로부터 모두 3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대출 받으면서 무려 14%에 해당하는 70만원의 수수료를 떼였다.

부모 몰래 대출을 받았던 필씨. 아직 직장도 없어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용돈을 받아쓰는 처지에 적지 않은 돈이었다. 필씨의 부모는 대출 사실을 전혀 모르다 채권 추심원의 독촉 전화를 받으면서 뒤늦게 아들의 대출 사실을 알았다. 더욱이 독촉 전화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최근 병원에 입원 치료까지 받은 상황이다. 그런데 억울함을 호소해 온 부모들의 말에 따르면 상황은 더욱 황당하다.

전역이후 남달리 마술을 좋아했던 아들은 이벤트사를 차리는 것이 소원이었다. 군 시절 봉사활동도 참여하며 착실하게 생활해 온 터라 부모는 믿고 있었다. 그런데 몇날 며칠을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PC방을 전전하며 변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곪아 터질 대로 터졌다.

하루는 고가의 휴대폰까지 챙겨 들어온 아들. 부모는 “아들이 친구 휴대폰을 빌린 것이라 했지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통신사로부터 날아든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놀랐다. 2개월 여 동안 휴대폰 통화료가 50만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필씨의 부모는 이에 대해 “휴대폰 요금으로 이자를 납부하는 휴대폰 할인 대출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이후 아들을 찾는 채권 추심원의 독촉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아들을 추궁하자 “횡설수설 하며 부모를 피해 다녔다”고 한다. 이런 필씨의 사정은 “‘인터넷에서 직장인 신용대출 및 보증 서줍니다’란 광고를 보게 됐다. 속칭 ‘사장’이란 사람에게 전화를 하니 차량 담보대출과 휴대폰(대포폰) 할인 대출, 직장인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필씨는 “속칭 사장이란 사람이 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처럼 각종 서류를 위조해 인터넷 대출 회사에 제출하고 자신이 보증까지 서 줬다”고 말했다. 조건은 고액의 수수료를 제하는 것. 이후 필씨는 이자도 갚지 못하는 형편이 됐고 이 때 부터 대출회사로부터 독촉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채권 추심원은 집에까지 수차례 찾아 들었고 “나는 모르는 일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하던 아버지는 새벽 출근길에 교통사고까지 당한 것.

필씨 같은 피해는 적지 않다. 인터넷 대출회사인 R사의 노민호 법무팀장은 “필씨에게 보증을 서 준 사람은 우리 회사와 전혀 무관하다. 실제 고액의 불법 중개 수수료를 받아 챙겨 피해를 보는 경우 (우리가)찾아 주는 경우도 있다”며 “550만원의 휴대폰 대출을 받아 220만원의 수수료를 떼인 사람이 있어 불법 중개인을 찾아 회수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노 팀장은 “우리는 관련서류를 갖추면 돈을 빌려준다. 다만 인력·시간상 제약으로 카드사가 회원 가입여부를 전화로 확인하는 것처럼 직장에 전화를 걸어 재직여부를 확인하는 정도다. 이를 악용해 대출 중개인들이 평소 알고 지내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처럼 가장해 불법 대출을 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 흥덕경찰서 경제팀 이규성 팀장은 “아주 고전적인 수법 중에 하나다. 정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차량 담보, 휴대폰 할인 대출을 해 준다. 또 생활 정보지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고액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직장에 다니는 것처럼 위장해 직장인 신용대출을 해 준다”며 “이런 경우 피해사례가 접수돼야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며 아직까지 기획수사를 하는 것은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달 불량 채권만 3%… 철저한 확인 필요

충북도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도에는 937개의 대부업체가 등록 돼 있다. 이 중 자진폐업(509개)과 취소(10개), 심사 중(2개)인 업체 521개소를 제외한 416개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모두 행정기관의 등록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불법 대출을 현실적으로 잡아 내기란 역부족.

충북도 경제과 김호식 주사는 “변칙 영업은 엄연한 불법이다. 행정기관에서 심사 허가를 내 준 뒤에 이들을 관리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각종 불법행위는 수사기관이 나서 처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의 인터넷 대부업체 R사의 노민호 팀장은 “필요남처럼 순수한 사람들이 고액의 불법 수수료를 챙기는 대출 사기를 많이 당한다. 이들을 다그치기보다 정확한 피해 여부를 확인해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 팀장은 “한 달 동안 100여건의 대출 신청 중 불량 채권 만 2∼3건 정도 된다. 소개업자들에 의한 피해 사례도 있지만 가족과 친구가 신분증을 도용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 심지어 통장 비밀번호까지 알아내 전화로 대출을 받아 챙긴다. 사회 초년생의 경우 고액의 중개 수수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서 이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노 팀장은 “전화만으로 대출 신청자의 신원확인이 끝나는 것도 문제다. 우리 회사의 경우 자영업자는 세금 납부 및 휴폐업 조사에서부터 급여 통장이나 내역서 확인도 하고 있지만 이 조차도 고액 대출자에 한정 돼 있다. 따라서 소액 대출자들은 사채 시장의 돈을 씀에 있어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필요남의 부모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대출 사기를 벌이는 사람들은 또 다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법기관이 철저히 수사를 해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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