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대통령이 넘긴 공, 의료계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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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대통령이 넘긴 공, 의료계 받아야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4.0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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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에 의·정간 대화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담화라는 형식이 아쉬웠지만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반대하는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이 의료 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최소 조건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공급 확대라는 큰 틀 속에 규모와 일정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의료계의 반응이 주목됐다.

앞서 의과대학 정원 문제로 불거진 의료 공백 사태가 결국 3세 유아가 웅덩이에 빠졌다가 구조된 뒤 사실상 대형병원의 잇따른 전원 거부로 사망하기도 했다. 의·정 갈등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여당이 총선에서 고전할 것이란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이 이번 담화의 배경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유연한 자세로 대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의료계의 집단적인 전공의 사직, 의과 대학생 휴업, 의대 교수 사직 등으로 지역 소규모 병원 진료까지 축소하게 된다면 또 다른 사망 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없지 않다.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단체에 “집단행동이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의사단체가 통일된 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2000명 증원을 '불가역적 원칙'으로 강조한 정부 기류를 감안하면 크게 유연해진 모습이다.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 현장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고뇌가 읽힌다.

윤 대통령에 따르면 우리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인구 1000명당 3.7명에 크게 못 미치는 2.1명에 불과하다. 기존 의대 정원을 유지한다면 의사 부족 현상은 그만큼 심화돼 한국이 의료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정부가 의료계와 37차례 증원 방안을 논의하고 수치를 제시했지만 의사단체는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그럼에도 중구난방 350명, 500명, 1000명을 거론하는 것도 모자라 500~10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비정상적 구조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윤 대통령은 이미 제안했던 대통령직속특별위원회 외에도 시민단체도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다.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한 공이 의료계로 넘어간 상황이다. 다행히 의대 교수단체가 '조건없는 전공의와의 대화' 제안에 대통령실이 "전공의를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지난 2일 오후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간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화답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전의교협은 브리핑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대통령을 아무 조건 없이 만나보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충북지역 공공의료확충을 위한 민·관·정 공동위원회도 같은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시지를 냈다. 이들은 "정부는 충북배정 의대정원을 신속히 추진하고 의료인들은 신속히 의료현장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50여 일을 넘기고 있다. 환자와 가족의 불안과 고통, 국민의 피로감과 분노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자체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하고 충북대 교수들은 비상식적인 증원으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양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충북의 의료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의료체계 붕괴를 어떻게 막고 되살릴 것인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충북지역 의대 교수와 전공의, 학생들이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며 "집단행동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면 지역민 또한 의료계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자체와 의료계는 의료체계 정상화와 강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붕괴하는 지역 의료체계를 살려야 한다"며 "충북지역에 배정한 의대 정원을 수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 의료계는 대통령이 넘긴 대화 제의의 공을 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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