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배움의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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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배움의 꽃을 피우다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4.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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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에 할 말이 많다…열심히 배워서 편지 꼭 쓸게”

  문해교육, 삶의 기록 [황혼의 도전]

문해교육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만이 아니다.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생활능력 향상과 사회 활동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교육이다. 대부분이 고령 학습자인 이들의 교육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이 되어야 한다. 청주시는 올해도 한글을 몰라 일상생활이 어려운 시민을 위해 ‘배움의 꽃을 피우다’라는 교실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2023년 이후 불 밝힌 문해교육 현장의 열기와 학습자의 소망을 살폈다. 만학에 도전하는 이들을 황혼을 응원한다. 나아가 새로이 주목받는 디지털 문해력 이해와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자의 문해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길 희망한다.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문해교육 학습자 모습.   /청주시

청주시 평생학습관 1층에는 다음과 같은 엽서글이 있다. “가슴속에 할 말이 많다. 큰아들아. 엄마가 고마워. 아직은 못 쓰지만 엄마가 학교에서 열심히 배워서 편지 꼭 쓸게. 사랑한다.” 엄마가 큰아들에게 속마음을 전한 엽서에는 여러 군데 틀린 글씨가 있다. 하지만 엄마가 아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잘 꾸며서 쓴 어느 유명인의 고백보다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글은 지난해 9월 8일 ‘대한민국 문해의 날’에 청주시 평생학습관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습자 A씨의 짤막한 작문이다. 삐뚤삐뚤한 글씨체의 떨림이 감지되는 이 글은 유리로 된 전시관에 소중히 보관되어 바쁘게 걸어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A씨는 지난해 매주 3회, 2시간씩 총 160시간 이상의 문해교육을 받은 학습자다. 고령의 그는 이제 한글을 배우고, 글쓰기 실력을 키워서 학력인정 문해교육 초등 2단계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A씨가 밟고 있는 문해교육은 총 3년차 과정으로 총 250시간의 수업 중 3분 2 이상을 채워야 했다. 향후 별문제가 없다면 A씨는 중등과정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학습자가 될 것이다.

문해교육, 설움을 깨친다

가 100% 지원하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청주시 평생교육 진흥조례 5장과 시행규칙 11조에 따라 운영된다. 시가 문해교육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시기는 2022년이다. 당시 평생학습관을 이끌었던 심재선 관장은 타도시에서 먼저 일어난 문해교육의 필요성을 시의원에게 강조했다.

심관장은 “옛날에 돈이 없거나 또 여건상 교육을 못 받으신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서두르자고 앞장섰다. 심관장은 만학도의 안타까운 삶과 설움을 되짚으며 의회승인만을 기다렸다. 본 안건은 급류를 타듯 빠르게 흘러갔다. 2023년 첫 예산 배정까지는 이범석 시장의 공약사업에 문해교육이 포함된 이유도 있었을 듯싶다.

시의 문해교육은 3가지로 구분되어 진행되고 있다. 시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하는 <학력인정 문해교육>과 <은빛무지개 찾아가는 한글학교> 교육부공모사업을 통해서 운영되는 <성인문해 교육지원>이다. <은빛무지개 찾아가는 한글학교>와 <성인문해 교육지원>은 원거리에 거주하는 학습자가 원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근거리 학습’의 성격을 띠고 있다.

불 밝힌 교육장, 뜨거운 열기

성인문해교육은 김대중 정부시절 평생교육법 제39조에 따라 비문해‧저학력 성인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 초등·중등학력인정제 구축 등을 통해 사회통합 실현을 위한 교육기회를 제공이 정책목표다.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지원은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기본계획 하에 순행된다.

각 구에서는 이미 여러 문해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내 문해교육기관은 국가문해교육센터와 시도문해교육센터의 요구에 따라 사업신청을 제출하게 된다. 이후 교육부의 최종선정을 거쳐 적절한 예산지원을 받는다.

시 담당자에 따르면 현재 <청주문해교육> 학습자는 315명이다. <청주시학습관>의 학습자 42명, <은빛무지개 찾아가는 한글학교> 100명, <성인문해교육지원 복지관> 200명이다. 올해 청주시 문해교육은 총 20개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학습장은 청주시 평생학습관 본관을 비롯해 마을학습장 8개 기관 경로당, 복지관 등이다. 청주시 직영 6개 복지관과 민간으로 운영되는 다사리학교, 심지야간학교, 야간학교 늘푸른교실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각 해당 기관은 3월에 학습자를 모집해 12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청주시 평생학습관의 경우는 예상모집 인원을 넘겨 수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이곳의 모집상황은 초등 1단계 22명, 초등 2단계 20명이다. 지난해 최초 모집인원 15명이었지만 지원자가 많아 급히 추경예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명 내외의 현 정원을 유지하고 있다. 학습자는 평균 60~70대다 연령층이다.

‘먼 옛날’ 학교 종소리 울리네

3월에는 이들을 크게 환영하는 자리가 있었다. 선행학습자인 2단계 학습자들이 마련했다. 이들은 1년 먼저 교육을 받은 선배들이다. 쭈뼛쭈뼛하며 부끄러워했던 자신들의 경험을 알기에 누구보다도 후배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 올해 입학식에서는 지난해부터 학습에 참여한 ‘반장님’이 신입생을 위한 환영사를 내놓았다고 한다.

문해교육 담당자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학습자 한 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91세 어르신 B씨가 치매를 앓아서 더이상 이들과 어울릴 수 없게 됐다고 한다. 학습자들에게는 교가가 있다고 한다.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을 개사한 노래다. “꽃잎 끝에 꿈을 찾는 아름다운 마음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해봄학교로 데려왔네.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 아름다운 작은 꿈 이룰 수 있는 곳. 바로 여기가 해봄학교” 배움에 대한 소망을 간직한 노랫말은 신갑식 문해강사가 지었다.

가끔 이 노래는 장기자랑 시간에 핸드벨로도 연주된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학습자들은 아주 먼 옛날의 학교 종소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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