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 “낙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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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 “낙관적”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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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노동계에 드리워진 기상(氣象)이 그야말로 시계 제로다. 화물연대와 한총련의 기습시위에 놀란 정부가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반면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각계의 집단움직임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참여정부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됐던 기층사회 대변세력들이 오히려 역공세에 나서자 정치권마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사회발전과 통합의 한 과정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분열로 볼 것이냐는 여전히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담론으로 오르내린다.

그 대표적 사례가 화물연대 파업사태다. 노동계는 노동현안을 푸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하지만 보수층들은 정부가 노동계의 집단시위에 두손을 다 들었다고 폄하한다. 덩달아 사회안정망을 우려하는 여론이 보수언론의 단골 소재가 됐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김재수 사무처장의 시국관(?)은 그러나 매우 낙관적이다. “정상화로 가기 위한 과정인데도 이를 대립구도로만 접근함으로써 국민들의 사회인식을 불필요하게 경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노.정간 원만한 타협으로 해결됐는데도 노무현정부의 친노정책이 결국 화를 불렀다고 비판들을 해댔다. 정부가 노동자의 요구대로 모두 퍼줬다는 극단적인 얘기마저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사회가 통합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요원함을 실감한다. 나는 그 반대로 생각한다. 이번 화물연대 사태야 말로 향후 노동문제 해결에 대한 하나의 상징적 전례를 남겼다. 노동운동의 한가지 방향은 노동문제의 중앙단위 교섭과 협상이다. 이번에 그 답을 얻은 것이다. 7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사회인식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했고 정부도 개별, 미봉차원이 아닌 총체적 시각에서 노동 문제를 인식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김처장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사태를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노무현정권의 경제정책을 거론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노무현대통령의 경제모토는 크게 두가지로 집약된다. 동북아 물류기지화와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이다. 그런데 이 구상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산업합리화 없이는 물류정책은 그야말로 허구다. 화물연대의 파업을 보면서 국민들은 국가시책이 여전히 탁상행정임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리와 인권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번과같은 사태는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노동계에 손을 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국가정책을 재검토,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국가관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처방도 함께 검토하는 값진 기회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집단민원이 갑자기 봇물을 이루면서 사회안전판까지 위협받는다는 여론이 빗발친다. 노무현정권의 친노정책 때문에 오히려 발목이 잡혔다는 비판도 많다.

“사회가 바뀌었는데도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정권은 사회통합적 노동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지엽적인 문제를 침소봉대, 확대해석해서 경직된 대응을 한다면 역사는 또 거꾸로 돌아 간다. 그 첫번째 과제가 더 이상 노동문제를 공안이나 치안적 시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노동문제는 경제적 측면에서 풀어야 해답을 구할 수 있다. 과거처럼 노동문제를 정국 반전용으로 공안이나 치안차원에서 다룬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화물연대 사태에서도 우리는 이를 확인했다. 만약 비정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외면한채 강경진압으로 나왔다면 문제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노동운동을 투쟁이나 과격으로만 보지 말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돌리려는 노력으로 봐야 사회통합의 저변이 강화될 수 있다.”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충북에선 4명이 연행돼 그중 2명에게 영장이 청구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상황은.

“아까도 말했지만 일만 터지면 무조건 집행부에 대해 수배령을 내리는 것은 다분히 공안적 시각이다. 교섭대표인 이들을 잡아 들이면 오히려 노사간 대화를 단절시켜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파업이 진행될 때도 충북 노조원들은 충남 당진에 가서 활동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그만큼 충북 당국의 노동관은 아직도 경직됐다. 격렬하게 데모한 지역보다 조용했던 충북에서 오히려 연행자가 더 많았다면 이해하겠는가. 다행히 연행됐던 사람들이 모두 불구속으로 풀려났다. 앞으로 당국과 상호이해폭을 넓혔으면 한다. 노동계는 끝까지 대화로 풀겠다는 생각을 항상 견지하겠다. 마냥 무시하고 방치하다가 막상 일이 벌어지면 호들갑을 떠는 당국도 이젠 변해야 할 것이다."

김재수처장에게 노무현대통령의 방미외교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마디로 ‘실패작’이라고 일갈했다. “지금 정부는 노대통령의 미국발언이 ‘전략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전술적인 탄력을 기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한반도 문제해결에 있어 결코 잊어서는 안될 세가지 원칙이 있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다.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인데도 노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중심의 신자유쥬의에 대한 종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건 한마디로 굴욕외교다. 특히 핵문제에 따른 추가적 조치와 관련, 물리적 힘의 사용에 여지를 남김으로써 결국 제국주의 세력을 안방으로 끌어 들이는 꼴이 됐다. 노무현정권의 자정노력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예측은 했지만 너무 빨리 왔다. 북한에 대한 발언은 무슨 저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족대단결의 기본정신을 완전히 깨는 것이다. 앞으로 많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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