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알코올 ‘사이코 패스’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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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르는 알코올 ‘사이코 패스’ 경계령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7.11.2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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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사회·유전적 요인 알코올중독자 양산
청소년 모방범죄 우려… 건전한 음주문화 방송要
   
 
  ▲ 청주 알코올 전문 치료병원 이상구 원장(의학박사)이 최근 증평에서 발생한 알코올 중독자의 자살 사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그 치유법과 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증평에 사는 30대 중반의 알코올 의존성 환자가 환청, 환시에 시달리다 결국 자신의 목을 깨진 유리로 찔러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13일 오후 3시 20분께 증평 군·읍의 한 하천 인근 논에서 김모씨(35)가 숨져 있는 것을 인근을 지나던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에 대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은 16일 대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체 부검을 의뢰했다. 김 씨는 사건 발생 이 틀 전인 11일 환청, 환시에 시달리다 집안에 있던 찬장 유리를 머리로 들이받아 모두 깨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한다.

당시 김 씨의 손에는 깨진 유리가 쥐어져 있었고 이미 많은 피를 흘리며 밖으로 나갔다. 가족은 집 나간 김 씨를 찾기 위해 인근을 쥐 잡듯 뒤졌으나 찾을 수 없었다 한다. 경찰 조사에서 유족은 전에도 김 씨가 이 같은 행동을 한 두 차례 했던 경험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소한 시비로 짧은 기간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해야 했던 김 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주 술을 마시곤 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후에도 약간의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 왔던 김 씨는 어머니와 단 둘이 생활 하며 형이 간간히 보내오는 생활비로 살아왔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자주 술을 마셨고 숨지기 이전 술만 마시면 환청, 환시에 시달리다 발작을 일으키곤 했다고 한다. 경찰은 국과수부검결과에 따라 김 씨의 사인을 자해로 인한 과다출혈과 심장쇼크사로 결론지었다. 일단 타살 혐의점은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 인격 장애 발생
이 같은 사건에 대해 청주 알코올 중독 전문 치료 병원인 예사랑 병원의 이상구 원장(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은 크게 4가지 가능성에 대해 진단했다. 첫째, 알코올로 인한 정신병이다. 알코올을 많이 마시면 중추신경 억제제로 작용해 이성을 마비시키게 된다. 둘째, 정신병과 알코올 중독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다. 이럴 경우 술에 대한 의존성이 커져 정신병의 증세가 악화된다.

셋째, 알코올 의존성 사이코 패스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이성이 마비되고 인격 장애를 불러와 반사회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범죄 자체를 스스로 즐기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알코올 중독자의 방화, 살인, 절도,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끝으로 알코올 의존성 질환이 악화돼 환청 환시에 시달리는 경우다. 환청·환시는 알코올 중독자가 일정기간 술을 끊어서 오는 금단증세도 있지만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구 박사는 환자를 직접 진찰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대한 진단임을 강조했다. 이 박사는 “담배보다 심각한 것이 알코올 중독이다”며 “코미디언 이주일이 폐암으로 숨지기 전 공익광고를 통해 금연 캠페인을 벌이면서 방송에서 흡연 모습이 사라진 대신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박사는 “각종 범죄 사건의 발단은 술을 마시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에 심신상실을 주장하며 대부분 재판에서 감경 사유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잖다. 술 권하는 사회, 청소년의 모방범죄 등을 개선하기 위해선 관대한 음주문화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지만 도가 지나치면 반드시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망치게 된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의 원인과 유형
그렇다면 충북의 알코올 의존성 질환 의심 자는 몇 명이나 될까? 청주의료원 부설 알코올 상담센터에 따르면 충북 150만 도민 중 15%인 21만 9000명이 알코올 의존성 질환 의심자로 추산된다.
이들이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원인으로 알코올 중독 전문치료 병원 예사랑 이상구 원장은 유전적인 요인이 60%, 환경적인 요인이 40%라고 분석했다.

유전적인 요인은 부모가 알코올 중독이 있는 경우 그 자식도 알코올 의존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보고 배우는 학습능력이 하나의 원인이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술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가장 큰 원인이다. 술에 대한 내성이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해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는 것. 환경적인 요인은 ‘술 권하는 사회’ ‘아름다운 술 광고 모델’ ‘영화 속에서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장면’ 등이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하고 허영 심리에 빠져들게 된다.

끝으로 사회경제적인 이유에서다. 술 마실 구실을 찾으며 ‘기분이 나빠서’ 또는 ‘기분이 좋아서’ 마시게 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에 신세 한탄을 하며 알코올 중독에 빠져 드는 것도 적잖다. 이 원장은 “단주하는 사람은 부모가 돌아가시거나 사업이 망해도 술을 일체 입에 대지 않는다”며 “술을 마시지 않을 때의 삶의 질이 회복되어 가는 것을 스스로가 느끼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중독 치료와 예방법은?
뇌마비 진행병…상담·약물·입원치료

알코올 중독에 대해 이 원장은 “중추신경계의 마비로 술에 대한 조절이 안 되는 경우다”며 “알코올 중독은 뇌가 마비되어 가는 일종의 뇌의 병이다. 암처럼 초기-중기-말기로 진행되며 초기에 스스로 자각 하면 상담 프로그램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암처럼 중기 이상으로 진행될 경우 약물치료와 입원 치료까지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주사가 없는 사람이 술을 즐겨 마시는 것이 어쩌면 더 위험하다”며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사람은 술자리 순례를 하는 알코올 의존성 환자를 볼 경우 자제를 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예방법은 건전한 음주문화를 갖는 것이다”며 “이미 술에 의존하는 횟수가 많은 경우 절주가 가장 바람직하다. 가벼운 증세는 상담과 약물 치료가 가능하지만 증세가 심각할 경우 입원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공복에 마시지 말고 충분히 안주를 먹어가며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급하게 마시면 빨리 취하고 꼭 문제가 된다. 술을 즐겁게 얘기하며 마시는 올바른 음주문화를 사회적으로 정착 시키는 것도 이 같은 알코올 사이코 패스나 자살자를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약물중독으로 119구조대에 의해 이송된 환자 수는 10월말 현재 361명으로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348건보다 13건(3.6%)이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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