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일으킨 미국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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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일으킨 미국 다시보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6.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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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잊혀지고 있다. 아무리 큰 대형 사건이라도 매스컴에서 사라지면 우리는 그것을 약속이나 한듯 ‘자동적으로’ 잊는다.  마치 한 편의 전쟁영화를 본  것 처럼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이것을 상기시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신성국 신부(43·청원군청소년수련관 안중근학교)다.

지난 3월 26일∼4월 22일까지 이라크로 날아가 전쟁의 참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돌아온 그는 전쟁이 얼마나 무자비한 폭력이고, 인간의 양심을 파멸시키는 범죄인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미  제국주의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라크인들을  괴롭혀 왔는가를 알렸다. 전세계 평화운동가들과 반전평화를 외치고  돌아온 그가 하는 말은  “미국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 신부는 이라크행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천주교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가 파견하는 것으로 갔지만, 개인적인 소신과 교황의  가르침에 일치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교황의  가르침은 평화를 실천하라는 것이었다”며 개인의 신념에 따른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문의 청소년수련관에서 만난 신 신부는 “여러 사람들이 걱정해준 덕분에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건넸
다.

- 이라크에 들어가기 전, 요르단 암만에 한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가.

“당시 암만에 외국 기자와 평화운동가 등 1천여명이 있었다. 모두 입국허가를 받으려고 기다리면서 매주 금요일마다 팔레스타인·이라크 난민들과 함께 반전집회를 열고 매일 밤  국제반전평화집회에 참가했다. 생활은 요르단대학 앞에 있는 값싼 여관에서 했다. 그러다가  4월 11일 바그다드로 들어갔다.”

평상시에는 암만-바그다드가 육로로 12시간 걸리는 거리이지만, 미국과 이라크의 교전이 이미 시작된 시점에서는 21시간이 걸렸다며 그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허가된 차량들이 이라크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검문 검색을 수없이  당하면서 가는데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쳐놓아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기사가 길을  잃어 오랫동안 암흑속을 헤맸다. 폭격 맞은 건물은 불에 타고,  총성이 울려 전쟁중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고  위험한 상황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 그 때 이라크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들어가보니 이미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였다. 요르단 이라크대사관도 폐쇄되고,  입국심사를 하는 이라크 국경도 미국이 접수한 후였다. 그래서  미국은 이라크 입국을 허가했을 것이다. 이라크에 대기중인 기자들도 그 때 모두 들어갔다. 이라크전쟁의 진실을 알기  위해 거기까지 간 것이어서 나는 폐허가 된 지역을 일일이  돌아보았다.

미국은 폭탄을 쏟아붓는 것이 돈벌이에 도움이 되므로 폭격 하지 않아도 될 민간인 시설과 사회간접시설 같은 곳에도 무참하게 투하했다. 말로는 오폭(誤爆)이라고 했지만 다분히 고의성이 있었던 듯하다. 전후 이라크의 모습에 대해  신 신부는 “미국의  평화운동가들이 ‘산업화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고 해 얼마나 참혹한 풍경이었을지 짐작이 갔다.

- 미국이 왜 이라크전쟁을 일으켰다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이 이번 전쟁에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현지에서는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석유를 장악하고, 이라크에 있다는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11%를 가지고 있는 이라크를 잡지 않으면 앞으로 오일쇼크를 겪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은 석유 통제하는 나라가 전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할 것이라고 계산했을 테고, 아울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 전략이 숨어있지 않았나 싶다.

에너지만 장악하면 중국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무력 사용을 제지하지 못했지만, 이번 전쟁에서 미국도 이긴 것은 아니다. 전쟁은 목적달성을  해야 이기는 것 아닌가. 미국에게 가해지는 테러를 없애고 대량 살상무기를 찾아낸다는 목적달성에는 실패했다.”

이어 그는 98∼02년에 있었던 일명 ‘사막의 여우작전’ 이라는 제2차 걸프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번 전쟁은 2차 걸프전의 1/10도 안된다. 미국은 98년부터 5년 동안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붕괴하기 위해 사회간접시설을 무자비하게 폭격하고 잔인하게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은 지난 90년부터 13년간 이라크에  경제 제재조치를 가해 경
제파탄을 불러 왔다는 것이다. 이라크평화운동가팀(IPT)이 수년전부터  이라크 국민들의 참상을 전했는데 그동안 100만명이 죽었다고 발표했고, UN의 UNICEF도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 신부는 미국이 자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말할  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은 무력으로 이라크를 점령하고 어떻게 민주주의를 논하느냐는 것이 그의 말이다.  또 이라크전쟁에 대한 우리나라언론의  보도 태도가 미국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자 “종군기자들이 모두 호텔에서  생활했는데 언제 폭격맞은 국민들을 보았겠는갚라며 기자들이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쟁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고 돌아온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노벨평화상 받은 사람들은 다 전쟁터로 나와 반전평화운동을 벌였어야 했다. 앉아서  말로만 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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