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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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꿈이 있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6.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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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복 호죽노동인권센터 노무사

   
2006년초 프랑스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이 있었다. 학생과 노동자와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투쟁이 그것이다. 최초 고용계약법이란 프랑스 정부가 실업을 해소하겠다는 명분으로 26세 이하의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2년간은 아무런 사유 없이도 자유롭게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보장한 제도이다.

처음에는 미래의 노동자인 지방대학교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때는 시위 참가자가 수천명 정도였다. 시위는 대학교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그 숫자는 수십만으로 늘었다. 뒤이어 고등학생들도 가세했고 시위대는 100만명을 육박하였다. 그리고 나이 든 정규직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사실 최초 고용계약법과는 무관해 보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처음에는 예상치 못 한 일이었다. 철도와 지하철과 공장이 멈추어 섰다. 시위대는 300만으로 불어났다. 프랑스 시민들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저항을 지지하고 불편함을 감수하였다. 완강하게 버티던 정부는 결국 발효까지 된 법안을 폐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집회, 시위 문화가 발달한 나라라 하더라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여 300만명의 인원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 견줄만한 일이 2008년 6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광우병 소 수입으로 촉발되어 처음에는 나이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가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수 권력자들이 귀를 틀어막고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망가뜨리려 하기 때문이다. 촛불 현장에서 나오는 외침은 광우병 소만이 아니라 학교자율화, 공공부문 민영화, 의료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의 삶 근간을 겨냥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귀를 틀어막은 채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소수의 부자로 구성된 내각이 다수의 서민인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정부가 자율화, 효율성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려는 모든 정책들이 대다수 국민의 삶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프랑스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초 고용계약법이 26세 이하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나이 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삶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점을 알아차리고 학생들과 함께 저항하였으며, 프랑스 국민들 역시 그 법이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고 소수를 위해 만든 법이라는 점을 알고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적극 지지하였듯이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소 장사꾼들의 자율적인 시혜에 호소하거나, 기름값 인상분의 일부를 환급해주거나, 내각의 얼굴을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지금의 촛불을 잠재우려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불순세력이 가담했는지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아집과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저항은 여기저기로 번질 것이다. 벌써 생존을 위협당하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하였다.

프랑스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투쟁 참가자들이 쓴 낙서 중에는 다음의 글귀가 있다. 정부는 남의 이야기로 흘리지 말고 꼭 가슴에 새기기 바란다. “우리는 폭력적이지도 무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제출하기로 결심하고 있다. 여러분(진압경찰)에겐 명령이 있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다. 잔인한 폭력으로 우리를 해산시킨다면 우리는 더 많은 수로 더 결연하게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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