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이원종지사 ‘흔들리는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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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이원종지사 ‘흔들리는 위상’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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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잇따르자 리더십의 실체 공방 치열
“본래의 자기모습 되찾아야” 여론

이원종지사가 요즘 아주 심난하다. 갖은 악재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이지사의 입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만 해도 이지사는 청남대 활용에 따른 갈등, 인사와 관련된 공무원노조와의 마찰, 도의회와의 신경전 등으로 편할 날이 없었다. 이 때문에 시중에선 이지사의 처신과 리더십에 관한 얘기가 부쩍 많아졌다. 얼마전 문의면 주민들의 도청 앞 기자회견장에선 ‘사이비’라는 수식어를 동반한 원색적인 비난마저 제기돼 충격을 줬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참여정부 출범 이후의 사회적 조류와 맞물린 현상이라고 치부하는가 하면 이지사의 리더십이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일련의 분위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지사의 입장에서도 쉽게 폄하할 사항은 아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이지사는 사실 큰 난관이 없어 보였다. 이미 관선지사를 지냈기 때문에 이번이 사실상의 세 번째 임기이며, 그만큼 역할상의 기대치를 한 껏 높였던 것이다. 주변에선 3년후 민선 세번째 도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지만 대체적인 여론은 이번이 도지사로서의 마지막 봉직이라는데 모아지고 있다. 이는 결국 이지사에게 좀 더 과감하고 색깔있는 도정을 바란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자민련 탈당과 한나라당 입당, 그리고 이회창씨의 대권좌절로 다소 부자연스런 역학관계에 놓여 있던 이지사는 엉겁결에 떨어진 곶감, 즉 청남대 개방이라는 호재를 만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매달린 청남대 활용방안은 지금 되레 부메랑이 되어 이지사를 괴롭히고 있고, 덩달아 여러 잡음이 겹치면서 이지사의 가장 강점이었던 화(和)의 이미지는 더 이상 힘을 싣지 못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지사의 리더십은 예각보다는 곡선을 중시해 왔고 그렇다 보니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관선과 민선을 거치면서 이지사를 지켜 준 것은 상대를 즉흥적으로 흡인하는 이런 풍모였다.

여론에 밀리면 안된다 “조바심”

이지사의 리더십을 규정하는 말중에 하나는 숙시주의(熟枾主義)다. 말 그대로 감이 홍시가 되어 떨어질 때까지 여론추이를 주목하다가 행동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이지사의 도정을 봐도 폭발적으로 대세를 가른다든가 일거에 쾌도난마로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간혹 결단의 요소가 강했던 처사도 기실 분위기와 대세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 이지사의 이런 처세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크게 논란을 빚었던 자민련 탈당과 한나라당 입당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미 탈당을 작심하고도 행동까지는 지나칠 정도로 뜸을 들인 것. 지역의 각계 인사를 만나 의견을 듣고, 또 한나라당 관계자를 맞아들여 입당 촉구를 연출함으로써 파문을 제어하는데엔 효과를 거뒀는지는 몰라도 부작용도 따랐다. 이지사의 체질(?)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바람에 오히려 본인의 정체성을 훼손시킨 것이다. 차라리 그 때 스스로 결단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모양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처럼 대척(對蹠)을 꺼리는 이지사의 운신은 지난달 있은 도청 서기관급 이상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인사를 앞두고 여성계가 전의를 다지는 상황에서 이지사가 덜컥 여성 한명을 유사 이래 최초로 서기관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한 여성 관계자는 “인사에 있어 여성 차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물을 참이었다. 그런데 충북도에서 먼저 김화진 공무원교육원 수석교수를 전격 서기관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었지만 어쩐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얇은 처신이 오히려 불신 불러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청남대 개방이 결정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차제에 도지사 관사까지 개방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막상 기자회견 전날 충북도는 도지사 관사를 부분 개방하겠다는 뜻을 전격 언론사에 흘렸다. 그러나 전후 과정이 미리 충분히 준비된 것은 아닌 듯했다. 이른바 선수를 친 것이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심경을 밝혔었다. “그동안 도정에 대한 비판적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밑에 직원들이 지사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참모 부재론이 단골로 제기됐었는데 그 실체를 분명히 확인하는 계기였다. 설령 개방 방침이 이미 세워졌다 하더라도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마당에 굳이 앞서서 개방을 선언할 이유는 없었다. 차라리 기자회견이 끝난 다음에 개방을 약속했다면 모양이 더 좋았을테고 상호간 명분도 섰을 것이다. 우리가 바란 것은 당장의 해결도 좋지만 전향적인 자세였다. 덜컥 개방한다고 해놓고선 아직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지 않느냐. 이런 처신은 좋게 말하면 순발력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민선 3기에 들어 이지사를 항상 괴롭힌 것은 자신만의 브랜드가 없다는 따가운 시선이었다. 이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감은 98년 지방선거에서 이지사가 주병덕 전 지사를 앞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될 당시 이미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부한 식견과 달변, 그리고 서울시장과 대학총장(서원대)까지 역임한 중량감이 고스란히 이지사에 대한 신망과 기대감으로 농축됐던 것이다. 이지사를 향한 초기의 이런 분위기는 그후 해를 거듭할수록 알게 모르게 본인에겐 오히려 압박감으로 다가 왔고, 여론이 악화된 결정적 단초가 됐다. 하지만 결론은 여전히 ‘이원종표’가 없다는 것이었다. 민선 2기 초기에 의욕적으로 시도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스스로의 이미지에 두고두고 족쇄를 남긴 이지사는 지난해 바이오 엑스포에 전력투구해 나름대로 성과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이지사의 브랜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바이오엑스포 이후 오창과학단지를 중심으로 각종 IT BT업체 및 관련기관의 입주가 속출한다지만 이에 대한 도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피동적이다. 이지사는 종종 사석에서 자신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 섭섭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충북도가 주력하는 IT BT분야는 어차피 이 업종의 특성상 장기간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고 이지사는 여전히 브랜드의 고갈현상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젠 한계에 왔다!?

첨예한 갈등이건 아니면 단순한 견해차이건 이지사에 대한 최근의 전방위적 공격과 압력은 현재 두갈래로 해석된다. 그 하나는 전술했듯이 노무현정권의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린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맞는다면 이지사는 앞으로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조정기를 거쳐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해석이다. 이지사가 현재 코너로 몰리는 원인은 스스로의 처세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라는 이른바 ‘종말론’이 그것이다. 이지사에 대해 아주 비판적인 지역의 한 인사는 이런 분석을 내 놨다. “이지사에게 원초적인 하자는 없다. 문제는 자신에게 가해진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데 따른 자연발생적 불신감이다. 통속적으로 기대가 큰 만큼 실망 역시 클 수 있다고 말할 수있다. 그러나 이것 한가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지사의 도정스타일은 솔직히 말해 ‘날 따르라’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앞뒤를 재면서 좌고우면했다. 물론 이런 신중한 처세는 리더로서 바람직한 면도 있다. 그러나 리더의 역할이 역동적이지 못하면 언젠간 한계에 부딪친다. 정작 나설 때 못나서고 사후 합리화에 연연하다보면 결국엔 자기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나는 지금 이런 현상을 실감하고 있고 당사자인 이지사는 물론 도정 책임자들이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지사에 대해 무조건적인 불신감을 표하는 정도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해졌다. 민선 3기의 임기 초기에 이런 현상은 심히 우려할만하다.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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