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생들의 꿈, “이젠 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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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생들의 꿈, “이젠 뭐가 보인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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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호 김기영씨의 ‘희망만들기’

고생도 해 본 사람이 안다고 했다. 대학입시에서 삼수생은 배수진을 치게 마련이다. 그만큼 그들의 심적부담은 절박하다. 최현호씨(47)와 김기영씨(42)는 한가지 피치못할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다 국회의원 삼수생이다. 이들 두사람이 한자리에 앉았다. 서로 손가락을 꼽으며 열심히 시.군 지역을 따져 보지만 충북에선 내년 총선 때 둘만이 삼수생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가 실패하면 그 결과는 냉혹하다. 잘못하면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의 좌절이라면 이같은 수식어는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이런 서러운(?) 심정의 발로인지는 모르지만 둘은 앉자마자 서로 덕담을 건넸다. “형님 이번엔 꼭 뜻을 이뤄야 합니다.” “동생 내가 할 말이네.” 두 사람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별다른 교류를 갖지 못했다. 그런데도 둘간의 얘기는 끊김없이 두 시간이나 계속됐다. 동병상련이 가져다 주는 일체감을 느꼈을까.

현재 자민련 청주 흥덕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현호씨를 만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하나 있다. “삼세번은 최현호입니다. 세 번째는 뽑아주셔야죠.” 그는 누구를 만나도 이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건넨다. 두 번의 좌절이 그에게 이런 넉살을 키운 것이다. 계기가 되면 아예 아호를 ‘삼세번’으로 하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최위원장은 15대, 16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비록 선전했지만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돈 버리고 정치를 배웠어도 여전히 정치는 부담스럽다. “떨어지고 난후 다시 보따리를 싸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은 차라리 속이나 편할 것이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우리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형극의 길을 걷는 기분이다. 정치는 꼭 한번 하고 싶고, 그래서 열심히 지역구를 누비지만 처신하기가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니다. 사람들한테 조금만 소홀하면 당장 비난이 쏟아진다. 생활정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실에서도 실상은 말처럼 그렇게 녹록치가 않은 것이다.”

16대 총선에서 자신이 원했던 정당공천을 받는데 실패한 최위원장은 지난해 5월 자민련 입당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두 번의 총선 좌절이 그에게 정당의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을 더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정당도 나름의 지지자는 항상 확보하고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체험적 경험이 그동안 한없이 추락한 자민련이지만 그로 하여금 계속 붙들게 한 동인인지도 모른다.

정치의 원칙과 기본은 지켜져야

김기영씨에게 정치는 당장 배신감으로 다가 온다. 92년 새정치국민회의 청원지구당위원장을 맡으면서 15대에 출마, 당시 야당의 불모지이던 이곳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그는 16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출마가 확실시되다가 졸지에 공천을 박탈당한다. 한동안 실의에 빠졌던 그는 사업(주유소 운영)을 일구며 심신을 추스렸고, 지난 대선을 계기로 다시 정치에 재도전한 것이다. 김기영씨는 여전히 정치의 명분과 의리를 강조한다. 야당의 명맥을 이어오던 지금의 민주당이 충북에선 씨도 안 먹힐 때 그야말로 맨몸으로 일군 ‘터’를 공천이라는 미명하에 한순간에 빼앗긴 과거의 아픈 상처를 결코 잊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그를 내년 17대 총선에 끌어들인 것은 이젠 당당하게 경쟁하고 정당하게 선택받을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이다. 그는 말을 하는데 있어 솔직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지금 청원군에선 무려 열명이 넘는 예비후보가 움직인다고 해서 걱정들이 많은데 잘못된 발상이다.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고 능력만 되면 다 선택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경선이란 제도는 바로 이런 점에서 반드시 정착돼야 하고 유권자들은 냉철하게 후보를 판단하면 된다. 이렇게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다 보면 무슨 낙하산이니 철새니 하는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다. 스스로 도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89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낙향한 김기영씨는 90년초 한 때 지역을 시끄럽게(?) 했던 청주권광역쓰레기매립장 반대위원회에 몸담으면서 본격 사회운동에 나섰다. “대학시절 뜻엔 공감하면서도 학생운동의 전면에 서지 못했던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지역의 사회운동에 뛰어들었고 정치와도 인연을 맺게 됐다. 내가 바라는정치는 기본과 원칙이 중시되는 것이다. 이는 16대 총선 때 공천을 강탈당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무소속출마를 강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내년에도 안 되면 그땐 정말 포기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정치적 룸펜이 되는 것은 싫다. 누가 나보고 왜 정치를 하려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좋은 정치 한번 해보고 싶다고.”

법 알기 때문에 국회의원 중요성 인식

최현호씨의 정치관은 더 구체적이다. 원래 법학도였던(충북대) 그는 지금 충청대에서 겸임교수로 법학을 강의한다. 법을 가깝게 접하면서 법과 현실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나서고 싶은 것이다. 다음달 충북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는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전에 성급하게도(?) 이미 몇가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이 전공한 노동법과 사회보장 관련 법을 뜯어 고치기 위해서다. 그는 “현행 법대로라면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는 더 이상 설 땅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현호씨가 정치를 하고싶는 이유는 또 한가지가 있다. “4.19세대가 나라를 이끌고 있고 6.3세대가 중견정치인으로 자리잡았는가 하면 소위 개혁의 전령으로 지목됐던 386세대가 국회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한국의 부패지수는 세계의 수위를 달린다. 아직도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고 정치 역시 다람쥐 쳇바퀴를 돌고 있다. 이를 바꾸는데 한번 주역이 되고 싶은 것이다.”
최현호 김기영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서로 당선의 비결이라며 마지막 한마디씩을 건넸다. “청원군에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는데 앞으로 돈을 잘 감시해야 돼. 누군가(?) 또 돈을 뿌리면 곤란해질거야.”(최현호) “물론 정당이 일정량의 표는 보장하겠지만 결국 당선의 관건은 개인의 역량입니다. 나라는 상품을 적극 더 알릴 필요가 있어요.”(김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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