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검사, 왜 피의자와 '딜'을 시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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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검사, 왜 피의자와 '딜'을 시도했나?
  • 충청리뷰
  • 승인 200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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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볼링장 홍씨 '이씨 갈취교사 수사해 달라' 자술서 제출 확인
이씨 살인교사 혐의점에 집착해 편법수사 늪에

김 전 검사가 이원호씨 공갈갈취 교사혐의에 대해 수사를 하면서 피의자와 부적절한 딜( Deal:주요 범죄사실을 인정하면 작은 범죄사실을 불기소하는 행위)을 했다는 검찰의 새로운 사실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의 주장이 맞다면 김 전 검사는 무슨 이유로 피의자와 딜을 했는지, 그 배경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전 검사는 최종적으로 이씨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점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췄고, 결정적인 증언의 확보를 위해 공갈 피의자와 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결과 J볼링장 매각과정에서 9000만원을 갈취당한 사건 피해자인 홍모씨(몰카 제작의뢰 혐의로 구속중)는 검찰에 이씨의 갈취교사 혐의점을 수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씨는 지난 6월 12일 공갈 피의자인 김모씨에게 합의서와 함께 진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는 J볼링장 대출과정에서 불법사실이 드러나 김 전 검사가 기소중지시킨 상태였기 때문에 김 전 검사와 사전조율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합의서 내용은 '(김모씨)가족들이 용서를 구하고 단독범행이 아닌 제3자의 사주를 받고 저지른 것으로 판단돼 민형사상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진술서에서 "김모씨 등 3명의 피의자가 '(J볼링장 매각계약과 관련) 이회장이 중계수수료 1억원을 당신한테 받아가라고 지시했다'며 협박했다"고 언급하고 "마지막 잔금지불 현장에서 이회장이 '3명과 약속한 것은 지키는게 좋을 것'이라고 얘기해 지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홍씨는 자술서 결론부분에 "부동산을 팔면서 폭력배를 동원해 돈을 챙기게 하고 그들과 공생하며 사업을 하는 이회장을 철저하게 조사해 엄벌해 달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같은 합의서와 자술서를 바탕으로 김 전 검사는 지난 6월 20일자로 김모씨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경부분은 이씨를 협박해 3500만원을 갈취한 부분을 제외하고 홍씨에게 1억원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씨 관련 부분을 보강한 내용이었다.

또한 공갈혐의로 도피중인 조모씨의 자술서도 재판부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89년 조직폭력배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10년형을 받았고 99년 출소한 뒤 이씨에 대한 협박을 주도한 것으로 1차 공소장에 기재됐다. 조씨는 자술서에서 '이씨를 협박한 사실이 없으며 35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고 조직원으로부터 1000만원, 선배 손모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특히 손모씨는 2000년 8월 500만원을 건네주면서 "이원호씨가 열심히 잘살아 보라고 하더라, 사업 시작하면서 필요한 곳에 보태쓰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것으로 진술했다.

결국 이원호씨는 살인복역자인 조모씨와 조직 선배들에게 2000년 3500만원을 건네준 데 이어 지난해 9월 조·김씨가 J볼링장 매각과정에서 1억원을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혐의가 짙다. 청주 유흥업계의 '대부'로 업소에 기생하는 폭력조직에 대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이씨가 무슨 이유로 조·김씨에게 끌려다니고 뒤늦게 공갈고소를 하게 됐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김 전 검사는 이같은 조·김씨의 협박사실을 사전인지하고 이씨의 살인교사 혐의점에 집착해 사건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김씨를 일단 공갈범으로 구속하고 집중추궁할 경우 살인교사 배후를 밝힐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범 조씨가 도피하는 바람에 진척되지 않았고 지난 6월 공소장을 변경해 조·김씨의 혐의사실을 축소해주고 이씨를 공갈갈취로 구속한 뒤, 살인교사 여부에 대한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취재진은 공갈혐의로 청주지법 2호법정 오후 재판에 출석한 김모씨와 동료 A씨를 만날 수 있었다. A씨는 "김검사가 이런 식으로 보도되는 것이 안타깝다. 우린 소신있게 수사하려 했던 검사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밝힐 용의가 없느냐' 말하자 "주변에서 노력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언젠가는 밝혀지지 않겠느냐"며 직답을 피했다. 마지막으로 '혹시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조직보스들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자 '지금은 말하기 곤란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물론 김 전 검사가 피의자들과 공소사실에 대해 딜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 하지만 수사기법상 상위 범죄사실을 밝히기 위해 불가피했다면 용인될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검사의 판단대로 수사가 진행됐다면 어떤 결과가 됐을까? 비록 김 전 검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수감됐지만, 이씨와 관련한 가장 민감한 혐의점이었던 살인교사 여부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재수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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