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검사, “이씨 수사기밀 심각하게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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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검사, “이씨 수사기밀 심각하게 유출”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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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단독인터뷰, ‘자택 압수수색 미리알고 중요서류 빼돌렸다’
K나이트 조세포탈액 14억원 추정, 검찰기소 4억8000만원과 차이 커

김도훈 전 검사는 최근 <월간중앙>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원호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기밀이 심각하게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K나이트클럽의 조세포탈 액수를 14억원대로 추산해 검찰이 1차로 기소한 4억8000만원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월간중앙> 10월호에 보도된 김 전 검사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 정리한다.

김 전 검사는 인터뷰 서두에 자신을 소개하며 별명이 ‘독종’이라고 밝혔다. ‘한번 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끝장을 낸다는 의미’로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불렸다는 것. 지난 98년 수원지검에서 초임검사로 재직하면서 예비역 중령 군의관을 병역비리 혐의로 구속했다. 논산지청에서는 의사와 조폭 마약업자의 결탁사건을 적발해 사법처리했다. 지난해 청주지검 특수부에 부임한 이후 주병덕 충북지사 뇌물수수, 청주지방노동사무소장 뇌물수수, 국세청 직원 뇌물수수 사건을 처리했다.

89년 청주 북문로 조폭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그 사건은 청주에 발령받은 특수부, 강력부 젊은 검사들은 한번쯤 그 사건에 도전하고 싶어했다. 지난 2월 살인범 두명 중 한명의 진술을 아주 어렵게 설득해 듣게 됐다”고 수사과정을 털어놓았다. 또한 “사건 현장 주변에 30~40명의 조폭들이 골목골목을 지키면서 이뤄진 조직적인 살인사건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두 사람의 우발적인 살인사건으로 결론내렸다.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검사들은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왜 당시 경찰과 검찰이 그 정도밖에 못했을까, 혹시 의도적인 봐주기는 아니었을까, 그런 의혹을 지금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배경에 대해서는 “이씨가 14년전 진양관광호텔을 세우면서 파친코장을 개장했는데 폭력조직 시라소니파가 파친코장을 넘기라고 했다. 그래서 이씨는 라이벌 조직 신대명사파에 경호를 의뢰했다. 여기에 호남지역 조직원을 일부 스카웃하기도 했다. 일이 잘못되면 신대명사파 조직이 다치니 용병을 쓴 것이다. 물론 이씨가 살인을 교사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정황과 범인의 진술을 통해 그런 방향으로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조폭들의 도피자금(7000만원)을 대준 사실을 김 전 검사에게 시인했다는 것. 이씨는 자금을 대준 이유에 대해 ‘그간 신변경호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지, 문제 해결의 대가는 아니다’고 주장했다는 것.

한편 조폭 살인사건에 대해 청주지검 추유엽차장검사는 지난 2일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나이트를 경영하는 이씨를 다른 경쟁업자와 결탁한 조폭이 괴롭혔다. 이씨는 청주의 조폭 K씨에게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의뢰했다. 부탁받은 조폭 K씨는 부하인 김모, 조모에게 대전 아이들(이씨 경쟁업자와 결탁된 조폭) 손 좀 봐주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부하들이 실수로 엉뚱한 사람인 배모씨를 죽였다. 이 살인자들은 현재 잠적중이다. K씨가 부하들에게 이씨가 지정한 인물을 죽이라고 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신병 좀 보호해 달라고 부탁한 이씨를 살인교사로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씨에 대한 수사기밀이 누설됐다는 징후로 인해 ‘지검내 비호세력의 실체’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양길승씨가 청주에 내려온 6월 28일 당일 이씨의 가택을 압수수색을 했지만 이미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중요한 서류는 벌써 다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수사기밀이 범죄 혐의자에게 새나간 현실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부하직원이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는 상급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양길승씨가 청주를 다녀간 직후인 7월 1일과 2일 이틀간에 겪었던 지검 내부의 일을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김 전 검사의 수사일지에 따르면 7월 1일 ㄱ부장검사로부터 “너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야 ××야, 살인교사는 14년 전의 이야기인데 그거 되겠느냐? 왜 ㅇㅇㅇ를 공소장에 집어넣었냐? 조직폭력배 말만 믿고 이원호를 구속하느냐”는 질책을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또한 2일에는 김 전 검사가 이씨 구속여부를 놓고 차장검사와 언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그는 “그때 철저하게 좌절했고 양실장이 다녀간 직후인 시점이라는 것을 어떻게 봐야하겠는가?”고 반문했다.

K나이트클럽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내가 수사지휘할 때까지 조세포탈 규모는 최소 14억원대로 추산했다. 오픈하고 6개월간 신용카드 매출기준으로 조사한 것인데, 몰카 수사팀 조사결과 4억8000만원으로 나왔다. 왜 이씨를 20일이상 구속하면서도 30만원 이상 매출부분의 수사가 진척되지 않은 것인가, 또 4∼6월 성수기의 세금포탈에 대해 왜 후속수사가 이뤄지지 않는가가 의문이다. 둘 중 하나만 제대로 했어도 5억원은 그야말로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포탈액이 5억원이 넘을 경우 “5억원이 넘으면 2~5배에 이르는 벌금이 병과된다. 당초 14억원의 세금포탈액이 인정된다면 최소 28억원에서 70억원까지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4억8000만원이라는 액수가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위험수위를 간발의 차이로 모면한 수치이다. 물론 내가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양길승·이원호·정화삼은 어떤 관계?
<월간중앙> 보도는 이원호씨의 도자기 수집여부에도 관심이 집중했다. 왜냐하면 최근 <주간동아>가 이씨가 ‘권력핵심부 인사들의 경조사에 도자기를 선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월간중앙>은 평민당 청주을지구당 부위원장을 지낸 K씨 말을 인용해 “이원호씨는 청주 시내에서 골동품상을 하는 C씨와 B씨 한테서 항상 감정을 받았다. 이 세사람은 자주 어울려 다녔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씨는 95년 진양볼링장 3층에 소장품을 전시관을 만들려고 한 적도 있지만 보안문제 때문에 취소된 적도 있다는 것.
이원호씨와 정화삼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88년부터 2000년까지 이씨 사업체 회계 출납을 담당한 사촌형 M씨의 진술을 인용했다. “정화삼씨와 이원호는 95년께부터 친해졌고 계기는 골프였다. 이씨 골프실력은 프로입문 직전 수준이고 95년 무렵부터 정씨가 운영하는 낫소 청주공장에서 골프공을 얻어오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지역 유지들끼리의 단순한 친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민주당 경선이후 뜨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노대통령 취임이후에는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붙어다녔다”
또한 M씨는 정화삼씨 외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또다른 고교동창으로 양길승 술접대 자리에도 동석한 이모씨를 청와대 ‘줄’로 꼽았다는 것. 이모씨는 경북 상주에서 과수업을 하며 K나이트클럽에 과일을 납품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당초 현지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화삼씨와 이모씨의 동석사실을 밝히지 않아 한나라당에 정치공세를 당하기도 했다. M씨는 또 “이씨가 최근 서울근교 판교지역에 사무실까지 얻고 아파트 사업을 하려고 구상중이었다. 또한 골프장 사업에도 진출하려고 계획하고 있으며 이모씨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월간중앙> 취재진은 이씨의 부인 G씨를 변호사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 취재했다. 하지만 G씨는 이씨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었다. 정치자금 제공설, 도자기 수집설, 청남대 행사당시 찻잔세트 200개 제공설 등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돈 준 것 있느냑 자꾸 다그치는데 있어야 불지, 없는 것을 얘기하면 무고죄로 고발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씨가 노대통령의 아들·딸 결혼식에 참석한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 의미없이 그냥 간 것이다. 누가 가자고 해서 간 것이 아니라 혼자 갔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경찰이 이씨 집에서 노대통령과 이씨가 함께 찍은 사진과 감사장을 압수한 사실에 대해서도 “그거 다 거짓말이다. 오죽하면, 어떻게 대통령까지 들먹거리느냐고 그랬다”고 전면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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