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농구단 청주 이전 연기 고작 1억5천만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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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농구단 청주 이전 연기 고작 1억5천만원 때문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08.19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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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24초 공격제한 표시·샤워실 확충 등 예산확보 못해
프로스포츠 불모지 행정도 아마추어, 내년에야 우리팀 생겨

“스포츠마케팅이 필요하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필요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좋으냐는 판단과 선택이 필요할 뿐이다.”
한 프로스포츠 구단 연고지역 지자체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최소한 청주시는 이같은 스포츠마케팅 필수론이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 청주실내체육관의 시설 문제로 국민은행 여자농구단의 연고지 이전이 불투명하게 된 것과 관련, 청주시가 스포츠마케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홍보와 이미지 제고 효과를 위해 프로구단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청주시는 연고지를 옮겨 오겠다는 팀이 있는데도 전광판 등 경기장 기본 시설을 마련하지 못해 성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 불모지의 지역 행정도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지경이다.

KB농구단 천안 떠나 청주 이전 추진

국민은행 여자농구단(KB국민은행세이버스) 연고지 이전 얘기가 구체화 된 것은 지난 6월.
KB세이버스가 6월 11일 청주시에 연고지 선정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정식 접수한 것이다.

남자 프로농구 출범에 따라 1997년 청주를 연고로 창단했던 SK나이츠가 2001년 서울로 연고지를 바꾸며 프로스포츠 사각지대가 된 이후 8년만의 일이었다.

KB세이버스가 청주에 연고지 신청을 한 것은 지금까지 천안을 연고지로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과 함께 유관순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천안시가 KB 측에 사용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천안시는 남자 배구와 여자 농구 시즌이 겹쳐 유관순체육관을 공동사용 할 수 없게 되자 관중이 더 많은 현대캐피탈을 선택한 것이다.
KB세이버스도 유관순체육관 대신 남서울대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청주로 연고지 이전 방침을 굳히고 청주시와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부지리 격으로 청주가 KB세이버스 연고지가 되는 것이지만 크게 환영할 만한 일임은 분명했다.

체육계 관계자도 “여자농구가 프로스포츠 중 인기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 불모지 충북을 연고로 하는 팀이 생긴다는 자체가 큰 수확이다. 프로스포츠 만큼 지역을 알리고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것이 드물다”고 말했다.

청주시 또한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KB세이버스가 제시한 경기장 시설과 체육관 우선 대관 등 협조사항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청주시 당초 예산 4200만원

청주시가 KB세이버스를 맞아들이기 위해 세운 예산은 4200만원. 플로어와 전광판 등 경기시설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판단했고 KB세이버스 측에서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농구단 측이 홈구장으로 사용할 청주실내체육관을 둘러 봤다. 농구대만 제대로 갖추면 되겠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필요한 예산 4200만원만 추경에 편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양측 2곳에 설치된 전광판 모두 24초 공격제한시간 표시 장치가 되지 않았고 선수 샤워시설도 1곳 뿐이어서 경기를 치르는 양팀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다.

특히 WKBL은 TV중계를 위해 공격제한시간 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실상 경기장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격제한시간 표시와 샤워실 등 시설 개선에 1억5000~1억6000만원의 추가비용이 필요한 상황.

결국 청주시는 이를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KB세이버스에 전달했고 청주를 연고로 2009~2010시즌을 치르기로 했던 계획도 미뤄지게 됐다.

시 관계자는 “2개의 전광판 교체를 위해서는 최소 1억2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며 샤워장 등 기타 시설개선 등에도 3000~4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추경예산 심의가 마마무리 돼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 다른 예산을 전용할 수도 없고 현재로선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KB세이버스는 다가오는 시즌을 자신들의 천안연수원 내 체육관을 사용한 뒤 내년에 청주시와 구체적인 연고지 이전 협약 체결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역 일각에서 청주시가 프로구단 연고지 이전을 지나치게 쉽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계 한 인사는 “청주체육관 시설이 낡고 미흡하다는 것은 청주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프로농구 팀을 유치하면서 경기시설 개선에 4000여만원이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나 추가비용 1억5000만원을 확보하지 못해 시즌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꺼림직하다”고 말했다.

KB농구단 연고지 이전은 여전히 유효
구단 관계자 “청주체육관 시설 갖추는 대로 재협의”

청주를 홈으로 2009~2010 시즌을 치른다는 KB세이버스의 계획은 무산됐지만 연고지 이전 자체가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구단 관계자는 “청주 연고지 이전은 아직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청주시 또한 내년 예산에 경기장 시설개선 예산을 확보키로 한 만큼 천안을 연고로 이번 시즌을 치른 뒤 재협의 할 계획이다. 이번 시즌 홈구장으로 이용할 국민은행연수원 체육관은 그동안 연습구장으로 사용해 왔으며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계속 홈구장으로 이용기에는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청주체육관에 대해서도 WKBL이 제시한대로 시설만 개선된다면 관전석수도 적절하고 교통접근성이나 주차시설 등 여건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여자프로농구 주말 관전객이 3000~3500명인 것을 감안하면 4000여석인 청주체육관이 결코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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