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폐막, ‘정체성 찾기’ 여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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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폐막, ‘정체성 찾기’ 여전한 과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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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인지, 산업엑스포인지, 전시박람회인지 성격이 모호하다” 시민여론
조직위, “ 내년에 비엔날레 전담팀 구성하고, 상설컨벤션센터도 구상중이다”

지난 19일 200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폐막식을 가지며 청주에 일었던 18일간의 공예바람이 멈췄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지난 2회때에 26만명 관람객에 비해 올해는 32만명을 돌파했고, 입장료및 총 수입이 10억가량으로 산출, 성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뿐만아니라 올해 주제 ‘쓰임’은 그동안 조형성이 부각된 어려운 공예가 아닌 생활속의 가까운 쉬운 공예를 보여줘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는 평이다. 한국능률협회가 선정한 지역이미지 마케팅 우수사례에 뽑혀 11월 17일에는 서울에서 주제발표도 가질예정이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타이틀은 전승공예부터 예술,산업공예까지 공예의 전장르를 보여주는 세계유일의 비엔날레라는 점이다. 비엔날레는 국제초대작가전, 국제공예공모전, 생활공예명품전, 국제공예상품산업교류전, 전승공예관 5개의 전시프로그램, 시민화합을 유도하는 부대행사와 교육적인 가치를 둔 체험행사로 판이 짜여있다.

올해 비엔날레에 쏟아진 총 비용은 38억. 시비 20억 국비13억, 도비 2억 등이다. 그 가운데 올해도 역시 예술의 전당 내 파빌리온 3개와 전시시설비만 예산의 3분의 1인 약 10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청주시가 6년동안 3회에 걸쳐 총 150억이 넘게 투자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아직도 이 대형행사가 전시박람회인지 산업형 엑스포인지 아니면 지역축제인지 그 성격찾기가 요원한 실정이다.

비엔날레, 과연 국제행사 맞나

최공호 전시총감독은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전시중심의 행사다. 공예비엔날레는 공예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무대”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비엔날레의 꽃은 역시 국제공모전과 국제초대작가전이라는 것. 그러나 올해 공모전을 살펴보면 이미 1년전에 공모요강이 나와야 하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행사추진이  2월달부터였고, 또 세부기획이 나오기까지 3달이 흘렀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응모에 소요된 기간은 불과 몇달이었다.

또한 초대된 해외작가들도 보통 비엔날레에 참여할 경우 1년을 두고 작품구상을 하는데 반면 청주비엔날레는 몇달만에 작품을 만들어야하는 무리수가 따랐다. 최감독은 “올해는 해외에서 커미셔너가 작가를 컬렉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고, 작품을 면밀히 검토해 주제에 맞는 작품선택에 힘을 실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제초대작가관, 생활공예명품관등의 스토리에 맞춘 전시동선은 신선함을 주었다고 하지만, 공모관의 나열식 전시는 전체적으로 조악했다는 평이고, 산업교류관은 희망업체를 응모해 자리를 메웠지만 ‘방물시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여론이다.

또 서울 공예업체에서 상품디자이너인 이진수씨는 “청주에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방문했지만, 이 행사를 두고 비엔날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산업교류관에 입주한 업체들은 제대로 상품설명을 할 준비도 되지 않았다”며 “백화점 상품전시회보다 수준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박종관 충북민예총 사무처장은 “지금의 비엔날레는 전시중심도 아니고, 그렇다고 산업을 근간으로한 지역산업화에 대한 기여도 또한 따질 수 없는 여건이다. 꼭 공예가 아닌 다른 장르라고 해도 이같은 형태의 축제는 만들어낼 것이다. 공예 인프라가 없는 토대위에 양질의 전시만을 기획한다는 논리는 허공에 돈을 쏟는 격이다. 지금까지 150억이 넘는 돈이 투자됐지만 결국 이 도시에 남은 것이 무엇인가. 공예타운이든 공예전시장이든 제반여건조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은 기증을 받는다 해도 전시해 놓을 장소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비엔날레 조직위 윤찬열 홍보실장은 “비엔날레 공모전에 참가한 국가가 매해 늘고 있다. 첫해 15개국에서 올해는 41개국이 참여했다. 하루아침에 비엔날레가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올해는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한 행사라는 점과 점차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행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고려해 앞으로 청주시문화재단내에 전담팀을 구성하고, 또 1년전부터 홈페이지 홍보 등 차근차근 행사를 준비해 나갈 것이다. 공예타운또한 외곽의 시유지나 바이오엑스포장등을 이용, 상설컨벤션센터를 만드는 것을 계획중이다”고 덧붙였다.

단체 관람객 약 40%에 달해

결국 3회를 맞이한 비엔날레는 순수예술전시를 내세우지만, 실제적으로 지역민의 화합도모를 위한 축제성 행사에 치중하고 있고, 또한 공예산업 육성과 공예도시만들기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에 조직위는 “올해는  거리공예프로젝트가 작가들이 만든 벤치전에 한정됐지만 앞으로 확대실시해 이 도시에 공예의 색을 입힐것”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과 시일이 요구되는 일이라 결과물을 쉽게 얻기는 어려울 듯 싶다. 

그리고 관람객이 당초 예상 30만명을 넘는 쾌거를 기록했다지만, 실제 관람객 중 단체 관람객이 약 40%를 차지했다. 그중 외국인은 2만 5천명이었다. 즉, 행사장을 메운 대다수 사람들은 올해도 여전히 유치원 단체관람객들과 수학여행, 소풍지로 찾아온 학생들이었다.

조직위 관계자들은 “1회 2회때만해도 이 행사를 두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올해는 안티세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미흡하지만 행사가 안정화된 시스템을 갖춰줬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민단체 한 회원은 “비엔날레에 대한 정확한 감리가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조차 이 행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 비판도 애정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니냐”며 씁쓸한 결론을 냈다.

올해 행사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지역작가전, 지역작가벤치전등 지역예술인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든점이다. 비록 25인용 조악한 갤러리투어버스였을지라도 말이다. 지역의 한 공예인은 “지역공예인 홀대를 말하기에 앞서 공예인들이 뭉쳐 정확한 논리로 안티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우리지역에서 열리는 대형행사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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