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허무니 학교 자체가 정원이네'
상태바
'담장 허무니 학교 자체가 정원이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10.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교대,산책로 만들고 주민 이용 적극 권장
"공공기관과 학교 담장 허물기에 나서라"

청주교육대가 담장을 허물었다. 그래서 교대옆을 지나는 사람이나 차량들은 탁 트인 학교 캠퍼스를 구경하며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실제 모충동에서 분평동 방향으로 가는 간선도로변에서 교대쪽을 바라보면 여간 시원한 게 아니다. 이로써 아파트단지와 학교가 많은 수곡1동 및 인근의 분평동, 모충동 주민들은 앉아서 커다란 정원을 갖게 됐다.

주길만 청주교육대 기획계장은 “요즘 우리 학교 인근 주민들이 저녁마다 운동하러 학교에 모여드는데 그럼 학교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담장을 허물자는 의견이 나왔다. 앞으로 청주시와 학교에서 3억원씩 부담, 총 6억원을 조성해 연차적으로 연못과 분수대,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라며 “운동장에서 부속초등학교까지 산책로를 연결하고, 남중 뒷산에 조성된 시민공원과 이 산책로를 연결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학교 전체가 공원이 되고, 담장을 허물게 되면서 이 공원 또한 지역주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

‘담장허물기’ 사업은 ‘푸른청주21 추진협의회’가 충북도로부터 상금 5000만원을 받고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공모하면서 시작됐다. 녹색마을만들기 사업에 당선된 용암·용정·방서동 주민자치위원회에 청주환경운동연합이 담장허물기 사업을 제안, 이들 주민자치위원회와 푸른청주21 추진협의회, 충북대 건설기술연구소 등이 힘을 합해 ‘용암동 녹색마을만들기’ 추진팀을 꾸리고 용암초등학교 담장을 첫 번째로 허물었다.

담장 허물기에 나서면 청주시 ‘지원’

용암초는 지난 2001년 증흥공원쪽 담을 허물고 공원 200여평 부지에 40여종의 야생화단지를 만들어 어린이들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패랭이·섬초롱꽃 등 야생화 자연학습원이 담을 허물면서 덤으로 생긴 소득. 현재까지 담장을 허문 곳은 청주병원, 청주시청, 흥덕구청, 공단공업사, 사직1동사무소, 청주YWCA회관 등이고 우암초, 산남주공아파트 등도 허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름다운 녹색도시건설’의 일환으로 청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담장허물기에 나선 청주시는 담장을 허무는 단체나 개인에게 철거비용과 폐기물처리 비용을 지원해주고 원하면 나무로 된 생울타리도 조성해주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학교가 담장을 허물 때는 인도와 운동장을 합해 산책로같은 휴식공원을 만들어 행인이나 인근 주민들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 담장허물기 사업에 학교와 단체가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공기관과 학교의 담장은 현재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시형으로 바뀌어 과거보다는 덜 딱딱하고 친근감을 주나 이 것마저 허무는 것이 전국적인 추세다. 담장이라는 것은 하나의 구조물에 불과하고 사람과 사람, 건물과 건물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도난에 대한 우려는 도난방지시스템이 지켜주고, 이미 담장이 도둑을 막는다는 개념도 없어진지 오래라는 것이다. 그 중 대구시의 담장허물기 사업은 행정자치부와 경실련으로부터 자치단체 우수개혁 사례로 선정될 만큼 모범적인 곳으로 꼽히고 있다.

“충북도·법원·검찰도 담장 허물어라”
아름다운 정원 주민들에게 돌려주길 기대

청주시민들 사이에서는 충북도청과 청주지방법원·청주지검 건물, 각 대학, 대학병원, 충북도지사 관사 등의 공공건물이 솔선해서 담장허물기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충북도는 쪽문을 통해 정원을 드나들 수 있도록 부분 개방하고 있으나 차제에 전면개방 하라는 의견이 많다. 청주시내 한복판에 위치한데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는 이 곳이 문을 활짝 연다면 행정기관에 대한 이미지도 친근하게 바뀌고, 녹지공간을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시민 모씨는 “충북도가 아무리 부분개방 했다고 해도 육중한 담을 돌아 경비실을 통과하는  건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용을 꺼리는 시민들이 많다.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도청 정원에 가보니 연못과 오래된 나무, 꽃, 정자들이 어우러져 휴식을 취하기엔 그만이었다. 이런 곳을 전면개방해 도민과 함께 하는 열린 행정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충북도가 담장을 허문다면 파급효과가 대단해 도내 공공기관과 학교, 기업체 등에서도 적극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수곡동의 법원과 검찰 역시 권위적인 담장을 허물고 녹지공간으로 대체하라는 여론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문화계인사 모씨는 “‘검찰갤러리’나 법원 정원음악회 같은 일회성 이벤트보다 담장을 허무는 것이 지역민들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아이디어”라며 이를 적극 권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