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륵·신립·권태응 시인을 만날 수 있는 곳
"감자꽃 노래비 읽어보고 아름다운 솔숲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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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륵·신립·권태응 시인을 만날 수 있는 곳
"감자꽃 노래비 읽어보고 아름다운 솔숲도 보자"
  • 충청리뷰
  • 승인 200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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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하는 역사기행(19)-탄금대

오대산과 태백의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이 만나는 합수머리인 칠금동에 나지막이 놓여있는 탄금대는 많은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신라의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켜면서 망국의 한을 달랜 곳이고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며 일제 때 저항시인으로 알려진 권태응의 동요 ‘감자꽃’노래비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고요히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와 푸른 솔숲이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다운 탄금대에서 수천 년 역사의 흐름과 함께 숨쉬어온 우륵·신립 ·권태응, 이 세 인물을 차례로 만나보도록 하자.

탄금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걸어 올라가는 길에는 군데군데 조각 작품들이 들어서 있어 식전 미각을 돋우기 위해 먹는 애피타이저처럼 걷는 이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붙든다.

조각품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충혼탑이다.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넋들을 기리기 위해 1956년에 세운 것으로 ‘충혼탑’이라는 글씨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친필이라고 한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국전쟁이 무엇이며 왜 우리민족이 남북으로 나뉘어 살아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도 좋겠다. 뼈아픈 역사의 한 조각을 떠올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감자꽃’노래비를 통해 동요시인 권태응을 만나게 된다.

권태응은 3 1만세운동이 일어나기 바로 전 해인 1918년에 충주 칠금동에서 태어났고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항일운동을 한 혐의로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투옥되었다. 폐결핵으로 1년 만에 출옥하여 고국에 돌아온 선생은 야학과 문학을 통해 꿋꿋이 항일운동을 전개하다 1951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나라의 두 가지 큰 기본인 어린이와 농민의 삶을 노래한 그는 어린이들과 농사짓는 사람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생활을 솔직하게 동시에 담아냈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비에 적힌 시를 읽어보자.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아주 짧고 단순한 노랫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며 입으로 중얼거리게 된다.
아이들에게 마음이 담긴 시를 써보게 하고, 감자꽃 노래도 한 소절 한 소절씩 따라 불러보게 하면 어떨까. 권태응 선생의 생애를 이야기해주고 선생에게 편지를 써 보게 하는 것도 좋겠다.
매년 5월에 열리는 권태응문학제에도 한 번쯤 참가해 본다면 권태응을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 장군 신립을 만나보자.
탄금정에서 북쪽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열두대라 불리 우는 층암절벽에 이른다. 신립 장군이 왜군과의 교전 중 병사들을 격려하고 활줄을 강물에 식히기 위해 열두 번이나 오르내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곳에 서면 시야가 확 트이며 발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에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이렇듯 한 없이 평화롭기만 한 이 곳이 눈을 감으면 어느새 치열한 격전지로 변모한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은 탄금대를 근거로 해 배수진을 치고 적을 막아 싸웠으나 결국 패하고 열두대에서 강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만화로 표현해 보게 하면 어떨까.

그 옛날 이 절벽 아래로 활을 식히러 내려가는 장군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 계단을 올라와 탄금정으로 향한다.
이 곳에서는 신라의 악성 우륵을 만나게 된다. 원래 가야국 사람이었던 우륵은 신라 진흥왕 때 가야국에서 망명한다. 신라로 망명한 뒤에도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펴 이름을 드높였지만 나라 잃은 아픔을 가야금을 뜯으며 달래곤 했다한다. 탄금대는 우륵이 망국의 한을 달래며 애절하게 가야금을 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어디선가 한 줄기 바람결에 우륵이 연주했던 가야금의 구슬픈 가락이 들려오는 듯 하다.

탄금대는 원래 대문산 혹은 견문산으로 불리던 작은 산으로 산세가 가파르지 않아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내리기에 알맞은 곳이다. 또한 울창한 소나무 군락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므로 도시락을 준비하여 가족 나들이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가을이 가기 전에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옛 선인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 주변의 다른 볼거리 - 탑평리7층석탑(일명 중앙탑), 중원고구려비, 충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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