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실개천을 살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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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실개천을 살려 주세요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7.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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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줏시, 도로 사용위해 실개천 16㎞ 복개 ‘사망선고’
택지개발로 수원 차단, ‘녹색수도’ 위해 종합대책 절실

청주 도심을 흐르는 하천과 실개천이 말라가고 있다.
택지개발 등 급속히 도시화됨에 따라 도심 곳곳의 하천과 실개천은 부족한 도로 확충과 하수도 기능 강화를 위해 콘크리트로 뒤덮힌 채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변공간 등 도심 생태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연형 하천 조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복개공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하천이나 실개천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데다 도로로 사용되도록 도시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에 불가피하는 것이 청주시의 입장이다.

   
▲ 도심 물길 조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개천에 대한 복개공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청주 대농지구 인근을 흐르는 실개천도 조만간 복개될 계획이어서 자연형 하천 복원은 요원해지게 됐다.
하지만 도심 실개천의 기능 상실은 무분별한 택지개발 등 급속한 도시화 정책의 산물이라는 점과 민선5기가 지향하는 ‘녹색수도’와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도심 물길 복원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봉정사거리~솔밭공원 개천 복개

청주산업단지 1·2공단과 3·4공단을 가로지르는 봉정사거리에서 솔밭공원사거리에 이르는 직지대로 남쪽은 도로를 따라 과거 송정천이라 불리던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이 개천은 서청주교사거리에서 석남천과 만나 미호천까지 이어진다. 청주시 흥덕구 봉명·사직동 일대의 빗물을 받아 미호천으로 나르는 역할을 하는 실개천인 것이다.

청주시는 실개천 중 지난해 봉정사거리에서 솔밭공원까지 1732m구간에 하수도 박스를 묻은 뒤 복개했다. 실개천을 하수도로 사용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박스화한 뒤 덮어버린 것이다.

역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복개구간을 서청주교사거리까지 연장해 완전히 복개해 도로로 사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실개천을 복개함으로서 도로가 왕복 8차로로 확장되게 된다. 이는 세종시에서 서청주IC를 거쳐 청주로 연결되는 간선도로의 연장으로 봉정사거리까지 8차로의 대로가 완성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봉정사거리에서 솔밭공원사거리까지 복개가 완료됐고 앞으로도 서청주교사거리까지 복개공사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실개천 복개는 오로지 세종시와 연결되는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도로행정 측면으로만 보면 토지보상 없이 매우 손쉽게 도로폭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모두 대농지구 개발사업자인 (주)신영이 부담한다.
(주)신영은 지난 2006년 대농지구 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청주시와 협의를 거쳐 실개천을 모두 복개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부담키로 약속한 바 있다.

복개하면 하천 아냐, 하수도일 뿐

이 실개천은 콘크리트 하수도 박스로 복개됨에 따라 더 이상 개천의 기능은 유지할 수 없게 됐다. 하천이나 개천에서 볼 수 있는 수생 동식물의 서식을 기대할 수 없고 도심 생태환경에도 전혀 기여할 수 없게 됐다. 폭 3m~4.5m, 높이 2.5m에 이르는 콘크리트 박스로 변해 하수도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대농지구 지구단위계획 당시 이 실개천을 복개할 것이냐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중부권 최대 미니신도시 지웰시티의 위상에 걸맞게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해 주거환경을 증진하고 도심 생태구역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현실론을 넘지 못했다.
평상시 물이 거의 흐르지 않은 건천이 돼 버려 애초 송정천이라 불리던 하천의 이름마저 상실한 채 실개천으로 격하(?)돼 복원의 가치와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것.

여기에 청주시가 도시계획을 수립하며 이 실개천을 도로로 지정해 사실상 이미 오래전 복개가 예정돼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송정천이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 돼 버린 원인이다.
송정천의 원래 수원지는 청주시 봉명동과 운천·신봉동, 사직동 일대. 이곳은 1970~80년대 까지만 해도 논과 밭의 농업용수 배출이 많은 지역이었다. 송정천은 바로 이 지역 농업용수와 빗물을 받아 미호천으로 나르는 하천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봉명·운천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실시되고 사직동 일대도 논밭 대신 주택가가 형성되면서 송정천에 공급할 물이 사라지게 됐다.
대농지구 지구단위계획 당시 이 실개천을 친환경 하천으로 복원하더라도 수원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혔던 것.

시 관계자는 “도심 하천과 실개천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고 현대 도시의 중요한 숙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청주 도심 실개천의 경우 택지개발 등 도시화 진행으로 수원이 차단돼 사실상 개천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파악과 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개 보다 더 어려운 복원

수원이 차단돼 건천화 됐고 도시계획상 도로로 지정됐기 때문에 복개가 불가피하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반영운 교수(충북대 도시공학)는 “송정동 일대 실개천 복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도로를 넒히겠다고 개천을 덮어버리면 도심환경과 생태는 도로확장으로 얻는 편익의 몇 백배 타격을 받는다. 특히 한번 복개마면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설령 복원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섣불리 복개를 결정할 게 아니라 도심 환경 차원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개천의 기능을 상실했고 도시계획상 도로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복개돼 도로가 돼 버린 도심 실개천. 도로는 넓어졌지만 주정차 차량의 전유물이 된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사진은 실개천이 복개된 송정동.
실제 송정동 실개천 복개로 이 구간 직지대로는 6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됐지만 현재 복개구간은 불법 주차 차량이 점령한 상태다. 또한 서청주교사거리에서 청주시내로 진입하는 차량들의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등 교통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운전자는 “복개천 위는 대낮에도 불법 주차차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고 길을 넓혔다고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크게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한 출퇴근 시간 병목현상으로 인해 교통 흐름 개선 효과도 그다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복개가 결정됐을 당시 일정기간 청주산단 차량의 노상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비록 백지화 되기는 했지만 도심하천 복개에 대한 행정의 시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택지개발의 산물

청주 도심을 흐르는 하천과 실개천이 복개된 총연장이 무려 16㎞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에 따르면 남문로2가~내덕동 보성아파트, 서운동 구법원사거리~우암동 방아다리, 내덕오거리~우암동 충주순대 앞 등 교서천 7462m가 1984년 복개됐고 같은 해 금천동 부영아파트와 일산플라자에 이르는 명암천 2461m도 콘크리트로 덮혔다.

1999년에는 충북고사거리~분평동 비진교에 이르는 미평천 2518m와 강서2지구~비하동 삼성자동차 앞 석남천 1921m가 복개됐으며 지난해 송정동 봉정사거리~솔밭공원사거리 1732m 등 모두 1만6094m가 복개됐다.

여기에 솔밭공원사거리에서 서청주교사거리까지 복개구간이 늘어날 예정이고 다른 도심 실개천도 일각에서 복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도심 하천과 실개천의 복개는 도시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1884년 복개된 교서천과 명암천은 택지개발의 전신인 토지구획정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우암·내덕·운천동 등이 토지구획정리를 통해 현대적인 주거지로 변모했는데 이 지역을 지나는 교서천 대부분이 복개돼 도로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운동 구법원사거리~우암동 방아다리 구간 또한 주거환경을 정비하면서 복개해 이면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명암천은 금천동 개발로 복개된 경우다. 명암천이 복개된 1984년까지는 청주도심의 남쪽 끝이 서운동과 금천동 경계를 이루는 금석교였다. 미원·보은 방면 도로가 확포장되고 금천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이 지역을 가로 지르는 명암천도 복개돼 도로로 용도가 바뀐 것이다.
1999년 미평천과 석남천의 복개는 대규모 택지개발의 산물이다. 분평지구 택지개발사업과 강서2·비하지구 개발로 이들 하천은 영원히 콘크리트에 묻혀 하수도로 전락하고 만 것.
도시계획 업체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도심 하천의 복원은 도로 확보 논리를 넘어설 수 없었다. 하천 정비나 하수도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수 뿐 아니라 생활오폐수도 흘러내려 악취 예방을 위해 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 정도였다”고 전했다.

도심 물길 창조 관심 증폭
율량천 살리기·성안길 중심 실개천 복원 목소리

도심 물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도심의 양적 팽창 보다 질적 향상이 화두가 되면서 수변공간 조성을 통한 어메니티 증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도심 활성화와 도심재생 차원에서 물길 복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학계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부 사업계획안이 마련되는 등 탄력을 받고 있다.
반영운 교수는 “물길 조성은 도심 열섬효과를 완화하고 수변공간을 확보해 친환경 수준을 높인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물길 조성사업을 벌인다면 인구유입과 도심경제 활성화 등 도심재생 사업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교수는 성안길을 중심으로 복개된 교서천을 복원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 뒤 치밀한 예산 계획과 주민참여로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말라버린 실개천의 부족한 수원확보를 위해 우수침투시설을 설치해 저장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여기에 물길을 따라 부는 바람길까지 형성해 물길을 도심생태축의 중요한 거점으로 설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복개천 복원을 통한 물길 조성 뿐 아니라 대단위 택지개발사업에도 도심하천에 대한 시각이 변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청주율량2지구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당초 사업지를 흐르는 율량천의 복개를 검토했었다.

하지만 율량천의 친환경 하천 복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청주시 또한 복개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복원키로 결정된 것. 문제는 평상시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 율량천의 부족한 수원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주시와 토지주택공사는 별도의 저류조를 마련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저류조 설치를 율량2지구택지개발사업에 반영키로 했으며 이에 따라 율량천의 수원이 확보돼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하천복원의 모범 ‘무심천’ 두고도 복개?
낚시객 몰리는 자연하천 변모, 각지서 벤치마킹

198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팽창과 산업화로 무심천은 물장구치던 어릴적 추억을 뒤로 한 채 허드렛물로도 사용할 수 없는 4~5급수까지 수질이 악화됐다.
무심천 되살리기에는 청주시와 시민단체 관련 학계·전문가들의 아이디어가 총동원 됐다. 14.2㎞ 구간의 호안정비사업과 여울 3개소, 거석 22개소를 설치했으며 여기에 1354면의 하상주차장을 철거하는 등 자연에 가까운 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

물론 준설이나 모래톱 제거 등 과거 실시됐던 반 환경적인 사업들도 일체 중단했다.
그 결과 어류 6과 33종, 조류 70종, 식풀 212종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환경이 조성됐고 물억새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와 가족들의 나들이, 사진 촬영장소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천을 자연형으로 정비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무심천을 유지할 수 있는 물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
실제 무심천의 수심은 대청호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4월~9월이라고 하더라도 35~40㎝에 불과하고 10월~3월 갈수기에는 많아야 10㎝ 안팎, 그나마 바닦을 드러내기 일쑤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청호에서 청주시 장암동 까지 도수터널(물길 터널)을 뚫는 사업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으며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농촌공사와 적극적으로 협의, 2005년 도수터널을 완공할 수 있었다.

특히 하천유지용수에 대한 용수가격 감면을 적극 주장, 2007년 12월 금강수계법이 개정됨에 따라 갈수기 동안 무심천 유지수 비용으로 수자원공사에 지불하던 대금을 8배 가까이 절감하는 성과도 올렸다.

겨울철을 제외한 10월과 11월, 3월 갈수기 3개월 동안 법 개정 전에는 매년 20억2300만원을 용수대금으로 지불했지만 법 개정으로 2억6300만원만 지불하게 된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심천의 생태하천 복원 성공으로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된 만큼 도심 하천과 실개천도 전방위적인 노력과 대책 마련으로 복원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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