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 밀거래하는 병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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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소 밀거래하는 병든 사회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05.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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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편집국장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의 행렬이 거리를 휩쓸었던 것은 국내 축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컸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 한우는 곧 안전한 먹을거리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 같은 믿음을 일거에뒤엎는 사건이 충북에서 일어났다. 한우명품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충북도로서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검찰이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괴산군 청안면의 한 야산에 불법도축장을 차려놓고 한우나 육우 등을 불법 도축해 시중에 유통시킨 업자들을 구속했는데, 수사과정에서 이 도축장에서 나온 소를 구입해 학교 등에 납품한 유통업자들까지 확인된 것이다. 유통업자들은 밀도살한 한우 등을 제3의 중개업자들을 통해 사들인 뒤 청주지역 등 각 학교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밀도살이라고 해서 도축세 등을 탈세하기 위한 무자료 거래 쯤으로 생각한 것은 순진한 착각이었다. 정상적인 유통이 사실상 불가능한 소를 밀도살한 것이다. 수사 결과 밀도살된 한우나 육우 대부분이 결핵 등 인수공통전염병에 걸렸거나 항생제가 기준치 이상 초과됨에 따라 정상적인 도축이 어려워 밀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도축장에서 정상적으로 도축한 소에 대해서는 전량 항생제 잔류물질을 검사한 뒤 기준치를 초과하면 모두 폐기처분하고 있다. 결국 밀도살한 소들은 대부분 인수전염공통병인 브루셀라나 결핵 등에 걸려 과다하게 항생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소들이란 얘기다.

세균성 질병이나 복합 감염된 소의 경우 축산업주가 직접 항생제를 구입해 자가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투약을 끝낸 뒤에도 항생제가 남아 있다고 판단되거나 낫지 않는 경우 밀거래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 심한 경우 육안으로도 병색이 완연한 소들이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축됐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유통업자들이 접근할 경우 싼값에라도 처분하려는 욕심에 밀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수공통전염병에 감염된 소를 먹을 경우에는 직접 사람이 결핵 등에 걸릴 수도 있다는데, 대개의 육류 소비자들은 소고기를 덜 익혀 먹는 식습관이 있고 더구나 한우라고 하면 육류의 품질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같은 고기가 학교로 납품됐다는 것은 집단적인 발병 등 건강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전교조 충북지부도 이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 ‘이윤의 논리가 강요된 불법’의 대상이 됐다는 것에 대해 전 도민과 함께 분노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분노로만 끝낼 일이 아니다. 학부모와 학생, 도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사당국의 수사가 철저하게 마무리돼야한다. 유통경로의 전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사람까지 처벌의 대상이 돼야한다.

다음에는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업자, 학교급식 관계자, 관련 공무원이 참여하는 (가칭)‘충청북도 급식지원센터’등의 제도적 기구를 즉각 구성하는 절차가 뒤따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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