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혼선 기업지원정책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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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혼선 기업지원정책 개선돼야”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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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찾아간 충북지방중소기업청은 목전에 둔 큰 행사 때문인 듯 분주했다. 15일 충북도와 함께 주최하는 ‘중소·벤처기업 종합박람회’ 준비관계로 신종현청장은 행사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점검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하는 등 진두지휘에 여념이 없었다.
-중소·벤처기업 종합박람회는 어떤 행사입니까.
“종업원 5인이상 도내 제조중소기업체가 2281개나 됩니다. 물론 전국(9만4111개)에 비하면 2.4%에 불과하지만 이 많은 업체들을 다 알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도민에게 지역의 우수기업이 많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나아가 지역 상품의 판로도 넓혀보자는 뜻에서 마련한 행사입니다. 15일부터 17일까지 청주시 가경동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충북지방중소기업청에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최근 무세제 세탁기를 개발한 경원엔터프라이즈(음성소재) 등 도내 유망 40개 중소·벤처기업의 우수제품 전시전을 비롯해, 무역상사를 초청해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지역 업체에 도움을 주는 수출상담회, 도내 우수 벤처기업에 대한 엔젤투자 설명회 등도 열 계획입니다. 투자설명회의 경우 기업에게는 자금조달기회를 주고 지역의 일반투자자에게는 건전한 재테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띠고 있습니다.”

최장수 기업청장 명예

-지난 99년 6월 부임하셨지요? 역대 충북지방중소기업청장으로서는 가장 오래 장수하고 계신 셈인데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비결이 따로 있을 수 있나요. 제가 무능해서 겠지요.(웃음)” 겸손을 앞세웠지만 뜻밖의 답변을 듣는 순간 ‘질문이 이렇게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불각의 생각과 함께 자신을 낮춰 딱딱한 분위기를 일순 웃음으로 바꿔버린 신청장의 순발력이 놀랍게도 느껴졌다. 어쨌거나 예상 밖의 대답에 생각이 복잡해진 기자에게 신청장은 이내 정색한 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왔다고 자부는 합니다. 그런 때문인지 아직까지 고향-그는 충북 음성 소이면 출신이다-에서 2년 넘도록 봉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로선 보통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니지요”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많은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습니다.
“9월 현재 소상공인 경기동향 BSI(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아직도 자금사정이 나빠졌다는 기업(32%)이 호전됐다는 기업(18%)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중소기업청에서 소상공인을 위해 배정한 2200억원의 지원정책자금이 상반기에 이미 소진된 게 이를 반증합니다. 충북지방청에서 도내 소상공인을 위해 지원한 자금규모만해도 정책자금이 417개사에 97억여원으로 전국의 4.5%에 달하며, 시중은행을 통해 지원된 자금은 126개사에 26억여원에 이릅니다.”

“기업들 너무 수동적”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충북지방중소기업청을 비롯해 도내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현장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혼란을 느끼고 나아가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옳은 말씀입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중복 및 복잡성으로 혼선이 가중되는 현 상황은 앞으로 분명히 시정돼야 할 사항입니다. 또 모든 지원정책이 공적자금으로 이뤄지다보니 지원요건을 정해 선별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점도 지원에서 제외된 기업에게는 소외감을 주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충북의 기질인지는 몰라도 기업들이 너무 수동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적극성이 부족한 것도 중소기업 지원행정을 평생 해 온 저로서는 남달리 느끼는 문제의식입니다.”

자금 엄청나게 끌어와

충북지방중소기업청이 본청으로부터 올해 배정받은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은 무려 700억원이나 된다.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은 중소기업청이 시·도 지방정부에 배정해 대리 집행토록하는 자금으로 전국에 배정된 총액은 3662억원이다. 중소기업 비중(기업체수 기준)이 전국의 2.4%에 불과한 충북에 무려 총액의 20%에 가까운 돈이 배정된 것이다. 이는 대전 71억 충남의 406억원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것이며, 현 정권의 기반인 전남에 배정된 700억원과 같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원종지사는 충북에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이 대거 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준 신종현청장에게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을 한쪽으로만 고정하면 다른 쪽은 영원히 못 봅니다. 모든 게 다 그렇지만 기업지원도 그래요. 맨날 규정이나 지원요건 등만 따지면 기업에게 도움을 준다며 내주는 돈이 정작 큰 효과를 발휘못하는 때가 많습니다. 목이 마른 기업입장에서 언제 얼마큼의 물을 줘야할 까 역지사지해야죠. 저는 그래서 틈만 나면 발전가능성이 있는 기업, 당장 매출기반은 없어도 세계적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갖춰진 기업에게는 지원요건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히 지원해주라고 늘 강조합니다.”
지역에서 보다는 조직내에서 능력을 더 인정받는 신 청장은 풍부한 경험과 충북인 특유의 굴신할 줄 모르는 성품 탓인지 바른 말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조언을 기탄없이 개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본청내에서 “누가 본청장인 지 모르겠다”는 농반진반 말까지 따라 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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