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7년차 월드코아 시계(視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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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7년차 월드코아 시계(視界) '0'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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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사업지연, 청주시 건축허가 취소결정

10억원대 경락받은 땅, 4년만에 70억원대 호가해

청주시가 97년 부도로 공사중단된 청주 용암동 ‘뉴월드코아’ 건축허가를 지난 3일자로 취소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시는 99년 사업부지를 경락받은 토지주가 새 사업자 선정을 이유로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 또한 경락가에 비해 최근 토지매매 예정가가 6배까지 올랐지만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허가권이 ‘특정인 이익 보호’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여지를 없애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역 유통업계 일부에서는 “허가취소가 되면 새 사업자는 허가절차를 다시 밟아야 되고 그러면 비용과 시간부담이 커져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 재난위험시설인 공사현장의 원상복구 책임이 자치단체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가 새 사업자 유치를 적극 지원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다. 뉴월드코아 부도이후 지난 7년의 과정을 정리해 본다.

   
청주 용암동 최대 쇼핑센터로 계획된 ‘뉴월드코아’는 (주)진흥종합건설이 95년 건축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450억원의 건축비를 투자해 지상 10층 규모로 연면적 1만5000평의 복합상가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97년 4월 진흥종합건설이 부도나면서 ‘뉴월드코아’ 분양자와 하청업체의 비극이 시작됐다. 당시 분양채권자 275명에 분양대금 피해액이 72억원에 달했고 공사채권은 6개 업체 4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피해자들은 경매로 넘어간 뉴월드코아 부지를 통한 피해 보전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총 1500여평에 달하는 뉴월드코아 부지는 98년 12월 감정가 99억8000만원으로 경매가 시작됐고 이후 9회에 걸쳐 유찰을 거듭했다. 분양채권단의 집단민원이 거센데다 대형 복합상가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해 투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내 99년 10월 10차 경매에서 예정가는 10억원대로 떨어졌고 경기도 출신의 임모씨가 10억7700만원에 낙찰받았다.

예정가가 10억대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응찰하고자 했던 채권단들은 낙찰사실이 알려지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채권단은 공사현장에 천막을 치고 ‘분양자의 피와 눈물을 뱉어내라’며 낙찰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분양채권자들의 애절한 절규로 인해 법원은 뉴월드코아 부지경락을 ‘원시취득’으로 인정했다. 원시취득할 경우 국세와 일반 압류 등의 선행된 권리를 모두 말소시키는 것으로 결국 후순위인 분양채권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원시취득으로 인해 청주시는 한숨을 질 수밖에 없었다. 시는 경매 1년전인 98년 공사현장의 재난방지를 위해 5억6000만원의 긴급예산을 편성해 임시방편의 지반보강 공사를 마쳤다. 지하 27m까지 지하 터파기 공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돼 대형사고의 위험성이 인접한 충청매일 빌딩(현 청주타워)과 도로의 붕괴위험이 제기됐던 것. 민간공사 현장에 시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논란이 됐지만 대형 사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 대집행이 불가피했다. 이후 공사비를 보전하기 위해 뉴월드코아 부지에 압류조치를 취했지만 법원의 ‘원시취득’ 결정으로 경락대금에서 한푼도 보전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감정가 90억원대의 땅을 10억원대에 매입한 토지주 A씨는 직접 사업을 추진할 자금여력은 없는 형편이었다. 판매시설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백화점 유치에 나섰고 실제로 2000년도에 미주건설이 시공자로 결정돼 공사재개가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회사에 문제가 생겨 사업이 백지화됐고 이후 멀티플렉스(복합영화관)를 갖춘 복합상가 건설을 추진했으나 최종 계약단계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일단 1차 분양에 실패했던 사업부지였기 때문에 재분양에 대한 부담이 컸고 청주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속속 들어서 전망이 밝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쇼핑센터가 아닌 서울에서 선풍을 일으킨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용암동 택지개발사업의 상세계획을 통해 뉴월드코아 부지를 판매시설 부지로 용도을 지정했기 때문에 공동주택 건축이 불가능했다. 사전에 도시계획 변경절차를 통과하면 가능하지만 심의과정에서 특혜시비가 얽힐 소지가 많다는 것이 청주시의 판단이었다.

시는 사업지연이 장기화되자 토지주에게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촉구하는 한편 건축허가 취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재난관리법에 의거해 안전진단 조치등을 이행하지 않는 토지주를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뉴월드코아 부지는 재난위험시설 C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안전조치 지시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된다. 시의 ‘압박’ 행정에 따라 토지주는 작년도에 사업 시행자를 KDID(주)로 바꾸고 연말까지 공사재개를 약속했다. 또한 KDID(주)를 통해 정밀안전진단을 받도록 했고 진단결과에 따라 보강보수 공사까지 마치도록 했다. 97년 부도이후 6년간 사실상 공사현장 관리를 맡았던 시가 사업자측에 처음으로 안전관리에 따른 부담을 지운 것이었다.

하지만 작년말까지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착공하겠다는 약속은 다시 공염불이 됐고 해가 바뀌자 시는 사업주 청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건축허가 취소방침을 굳히게 된 것이다. 이에대해 청주시측은 “98년 경락이후 5년간 사업재개를 기대하며 허가연장을 해왔다. 최종적으로 KDID(주)가 작년말 착공약속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토지주와 분쟁이 생겼고 이런 상황에서 허가를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건축허가 이후 장기간이 경과되면서 새 사업자의 설계변경이 불가피한 상태다. 결국 신규 허가를 받는 것이나 설계변경 절차를 밟는 것이 마찬가지라고 판단해 3차례의 청문과정을 거쳐 허가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유통업계 일부에서는 “허가취소로 사업자 선정이 더욱 어려워질 경우 결국 재난위험을 막기위해 시예산으로 되메우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적극적인 행정마인드로 다른 용도의 사업추진이 가능토록 지원했다면 토지원가가 낮은 사업부지가 5년째 낮잠자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관계자는 “시 입장에서는 최우선적인 과제가 공사현장의 재난예방이다. 지금도 2주마다 위험성 여부를 정기계측하고 있고 비만 오면 펌핑작업을 벌이고 있다. 허가취소가 됐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고, 그러면 사업주의 사업재개 노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가취소 ‘극약처방’의 배경은 무엇인가
실제로 ‘허가취소’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배경에는 토지주에 대한 신뢰상실이 작용했다. 10억7000만원에 매입한 땅의 호가가 70억원대에 달했지만 끝내 계약이 성사되지 않자 토지주의 사업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 또한 안전진단 및 보수보강 비용을 사업대행사인 KDID(주)가 부담했지만 작년말까지 착공하지 못할 경우 사업자 명의를 다시 토지주로 변경한다는 내부규약이 있기 때문에 분쟁을 겪게 됐다. 결국 자체 사업능력이 없는 토지주가 과도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안전의무도 외면한 채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토지관리인을 자처한 Q씨는 “사업이 5년째 지연되면서 들어간 경비가 50억원 정도된다. 건축허가권을 넘겨받기 위해 공사채권단이 주장하는 유취권을 사는데만 8억원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허가취소를 하면 우린 어쩌란 말인가. 재허가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도 다시 받아야 하고 소요되는 시간비용만도 엄청나다. 토지매매계약도 수차례 했지만 도중에 매입자가 이행하지 않아 취소된 것이다. 70억원 땅값도 일시에 지불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선사업 후정산 방식이다. 잘되면 땅값이나마 건지고 안되면 그것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에 모업체와 의견접근이 이뤄져 계약단계에 있기 때문에 잘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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