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홍재형 위상 변화, 충북에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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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홍재형 위상 변화, 충북에 어떤 영향?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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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행보와 정치적 입지추구, 복합적 변수 초래
신기남은 도내 인맥 전무, 향후 세력화 관심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의 사퇴와 홍재형의원의 정책위원회의장(이하 정책위장) 등극은 충북의 정치지형에도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정동영은 대권행보와 관련된 도내 여당의 역학구도에, 홍재형은 본인의 정체성과 충북도당 위원장으로서의 조직장악력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장 사퇴

대권가도 가시화땐 도내 지지세력 결집
제 2의 노사모 출현 초읽기 움직임
“한발 물러 나 우선 중량감 키워야”

   
정동영은 부동의 차기 대권주자이면서도 충북에 별다른 사조직이 없다.
그러나 개인 친분 관계에 의한 충북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충북의 대표적인 정동영 사람들은 그가 여당의 당의장에 오르기 전부터 교류를 가졌던 인사들이 여전히 주축을 이룬다. 집권여당의 수장 쯤 되면 스스로 알아서 그늘로 들어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동영은 한번 뜻을 같이했던 인사들을 옆에 놓고 싶어 한다. 지난 총선 때도 그가 충북에 내려 올 경우 악착같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 착 달라붙는 인사들이 종종 목격됐는데, 정동영은 매정하리만큼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인간관계의 편식증이라고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잘 나가는 정치인이면서도 결코 평상심과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기질의 한 단면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이런 평가는 그가 당의 위기상항에서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후보, 그리고 당의장까지 내던진 결단 때문에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승계한 신기남의원은 그나마 충북 인맥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역 정치권의 정동영 사람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소수다. 그것도 하나같이 아직 비중있는 위치가 아니다. 정동영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때까지도 호남출신의 그가 충북에서 크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내 열린우리당의 17대 당선자들은 원초적인 정동영 지지자가 아니다.
당내에선 이용희(보은옥천영동) 노영민당선자(청주 흥덕 을)를 친 정동영계로 바라 보지만 이들도 애초엔 이인제 맨이었다. 이들 둘은 지난번 원내대표와 정책위장 경선에서도 이해찬-강봉균을 밀어 천정배-홍재형을 지지한 다른 후보들과 성향을 달리했다.
충북에서 굳이 정동영계를 찾는다면 남봉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청주시협의회장) 한종설(청원군의회 의원) 유행렬(17대 총선 청주 흥덕 갑구 예비후보) 이상욱씨(전 민주당 도지부 기획국장) 등을 우선 들 수 있다.
남봉현 유행렬은 2002년 대선 때 정동영이 맡았던 노무현캠프의 국민참여운동본부에서 같이 일한 것이 관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정동영이 국참 중앙본부장으로 있을 때 남봉현과 유행렬은 충북조직의 사무처장과 사무국장을 맡아 호흡을 같이 했다. 남봉현과 유행렬은 정동영의 청주방문시 목욕을 같이했는가 하면 올 1월 1일엔 청계산 등산도 함께 했다.
한종설과 이상욱은 그 이전인 대선후보 경선 때 정동영으로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충북지역의 특보와 수행을 맡은 것이 교류의 단초가 됐다. 그러나 정동영-유행렬 관계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유행렬이 출마한 청주 흥덕 갑구의 국민경선이 여론에 의해 강력 요구됐고, 더군다나 유행렬이 앞장서 후보경선을 주창했기 때문에 정-유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로 미뤄 짐작, 경선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다.

돋보인 KS 출신 오제세의 인맥

 그러나 문제의 국민경선은 그 시행여부를 놓고 당내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끝내 무산됐다. 이미 오제세씨로 후보가 내정된 가운데 형식적인 면접만을 거친 것이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유행렬과 그 지지자가 인맥싸움에서 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오제세의 KS인맥, 즉 경기고 서울대 학맥과 홍재형 조흥연(전 열린우리당 외부영입추진 부단장)으로 이어지는 경선불가 세력 앞에서 정치신인인 유행렬과 박영호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경선이 무산된 후 정동영의장이 유행렬에 대한 정치적 배려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의장 사퇴로 그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충북의 영원한 DJ맨 박학래씨(전 충북도의원)도 현재로선 정동영 성향이다. 진보를 자처하며 김대중-노무현을 지지한 그는 신기남 쪽에 비중을 두면서도 지난 총선 때 정동영을 도왔다. 총선기간중 청주를 방문한 정동영이 박학래씨가 운영하는 사우나를 찾은 것이나, 노인폄하 발언 후 청주 참사랑노인병원을 방문, 사죄의 뜻을 밝힌 것도 박학래 동인(動因)의 결과다. 그러나 박학래씨는 정동영 대권론에 대해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며 이번 당의장 사퇴와 2선 후퇴를 내공(內攻)을 쌓기 위한 호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이 밖에도 지역 정치권에선 곽노경(전 정당인) 박문희씨(전 열린우리당 청원위원장)도 친 정동영 인사로 분류한다.

제 2의 노사모 나타날까?
정동영의 당대표 사퇴가 지역정가의 구도에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의 대권가도와 맞물린다. 본인이 언급한 “이젠 시간을 갖고 장거리”를 준비하겠다는 말이 곧 ‘대권준비’로 들림으로써 충북에도 정동영 지지세력의 결집이 가시화될 조짐이다. 실제로 총선이 끝난 후 이들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가칭 ‘정사모’ 모임의 구성이 논의됐다가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다수의사에 밀려 일단 유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지자는 “당의장을 내놨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과 관련된 문제엔 더 신경쓸 수 있게 됐다. 곧 지방나들이도 있을테고, 이와 더불어 자발적 지지세도 확산될 것이다. 아직 구심점이 없지만 이미 충북에서도 폭넓은 지지자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성 당원들한텐 절대적이다. 노사모 차원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특정한 계기를 기점으로 구체적인 조직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 외의 인물로는 김정기 전서원대총장과 한범덕충북도정무부지사가 정동영과 각별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김 전총장이 서원대 미래창조관 건설과 관련해 검찰의 표적수사(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 받음)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할 때도 한달음에 내쳐 달려 와 면회를 한 사람도 정동영이다. 정동영이 서울대 국사학과(72학번)에 다닐 때 김 전총장이 상대에서 이 학과로 학사편입해 두 사람이 처음 얼굴을 트게 됐고, 지금까지 형님(김) 동생으로 통한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온 한범덕정무부지사는 역시 72학번으로 정동영과는 아주 절친한 친구다. 정동영이 청주에 내려 오면 가장 먼저 안부를 묻는 사람이 한범덕이다. 한부지사가 우암산 사찰에서 고시공부를 할 때도 정동영이 수시로 이곳에 내려 와 젊음을 고뇌했을 정도로 돈독하다. 특히 한부지사는 본인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주변으로부터 2년후 자치단체장 출마가 강력 요구되고 있어, 가설이지만 한부지사가 만약 이런 여론을 받아들인다면 정동영의 향후 정치적 입지,다시 말해 대권가도에 따른 역학관계가 결정적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부지사는 오송바이오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계기로 도민들한테 크게 어필함으로써 광역이든 기초이든 한번은 맡아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받고 있다.

홍재형 정책위장

비로소 경계인 탈피, 조직장악 청신호
향후 더 큰 정치적 역할, 본인이 하기 나름
메이저급 정치력 발휘가 관건

   
홍재형의원의 정책위장 선임은 충북으로선 상당한 의미를 띤다. 아닌게 아니라 그의 정책위장 당선 이후 도내 언론들은 하나같이 기대감을 쏟아냈다. 말 그대로 집권여당의 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신행정수도나 호남고속철 오송기점역, 오송보건의료과학단지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추진력이 배가될 것이 분명하다. 본인도 이에 확고한 의지를 밝혀 도민들에게 믿음을 안겼다. 그의 정책위장 당선은 정치적 의미에선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당장 내려진 평가는 홍의원이 비로소 열린우리당의 경계인에서 탈피,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정치판에서 항상 홍의원을 괴롭힌 것은 그가 지난 대선기간중 한 때 노무현후보와 등을 졌다는 점이다. 그것도 노후보의 당사 방문을 회피할 정도로 말이다. 이인제 대권론을 추종하던 그는 당시 노무현의 정치적 칼라에 심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며 대척점에 섰다. 경선에 나온 대선후보가 여럿인 상황에서 서로 정치적 성향과 지지가 다를 수 밖에 없었지만, 대통령후보인 노무현에 대한 문전박대는 같은 정치인으로서 심했다는게 중론이었다. 어쨌든 홍의원은 그후에도 인물 고갈현상을 빚은 충북에서 여당 책임자로 역할했으나 대선 때 붙은 ‘주홍글씨’는 쉽게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것.
그런 홍의원이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개혁 탈레반 천정배와 동반 출마해 정책위장에 당선됨으로써 한 순간에 정치적 이미지를 일신했다. 비로소 완벽한 주류로 합류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사실 홍의원은 속은 꽉 찼는데 외피가 문제였다. 지금은 순발력이 생겼지만 결코 정치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에 위상관리엔 많은 한계가 따랐다.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도 정치적으론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 이런 것에 괘념치 않은 탓도 있지만 그래도 그의 역량을 아쉬워하는 입장에선 당내에서 좀 더 인정받으며 큰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한꺼번에 모든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도내 싹쓸이를 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상황에서 천정배와 손잡고 개혁의 지지자를 넘어 아예 리더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런 외연이라면 그의 화려한 공직경력이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 계속 씹힘을 당했던 대선 때의 행보도 정책위장 당선으로 희석되게 됐다. 이젠 본인의 정치력이 문제다. 이것만 갖춰지면 미래는 또 열릴 것이다.”

“더 큰 정치적 입신은 본인이 하기 나름”
지역정가의 평가는 더 구체적이다. 홍의원의 조직장악력에 힘이 실린다는 판단이다. 홍의원 본인은 듣기에 불편하겠지만 그의 도당위원장 체제에 볼멘 소리가 심심잖게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만약 충북에서의 총선결과가 싹쓸이가 아닌 ‘선전’으로만 나왔더라도 밖으로 폭발할 개연성이 있었던 것이다. 일부 당선자들 사이에서도 비록 미온적이지만 일부 반기류가 형성되는 순간에 천정배와 손잡고 정책위장에 나섬으로써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한 보좌관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원내대표 경선 초반만 하더라도 충북은 이해찬쪽에 절대 유리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홍재형의원이 천정배 콤비로 나서자 생각들이 달라진 것이다. 다른 당선자 입장에서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홍의원이 정책위장에 당선되면 아무래도 국회내 활동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공약으로 제시한 지역현안의 해결에도 크게 도움이 될게 자명하다. 실제로 도내 당선자중 절대 다수가 원내대표 경선시 천정배-홍재형 조를 민 것으로 안다. 때문에 충북도당 등 도내 공조직에 대한 홍의원의 장악력은 훨씬 커질 것이다. 이미 많은 당직자들이 그렇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홍의원의 정치력을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력이 마이너급였다면, 앞으로 정책위장과 2선으로 발현해야 할 정치력은 그야말로 메이저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홍의원 역시 역대 잘 나가던 도내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잠깐의 임기만을 채우는 일회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냉정한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당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홍의원의 향후 정치적 입신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로선 홍재형체제 외엔 대안 없어
당내 일각에선 홍의원의 중앙활동을 위해 현재 맡고 있는 충북도당 위원장을 다른 당선자에게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자칫 지역활동에 얽매일 경우 촉망되는 정치인으로서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를 기준할 때 홍의원은 ‘의정 반세기가 넘도록 충북출신 총리가 한명도 없다’는 도민들의 심적 상처를 치유할 가장 근접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대업을 위해 당에서 스스로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담론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시작될 17대 국회 일정상 소위 도지부 개편을 위한 논의가 아직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설령 홍의원이 양위의 결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승계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헌 당규상으론 지난번 도내 중앙위원 선거에서 2위 득표한 박영호씨한테 도당 위원장이 승계돼야 할 판이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마지막까지 청주 흥덕 갑구에 출마하려다가 좌절된 그는 선거가 끝난 후의 정리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모종의 억측(?)에 휘말리면서 당내에서조차 배척당하는 분위기다. 상황에 따라선 사실여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현 홍재형 체제를 굳건히 할 수 밖에 없다는게 현재로선 당내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홍의원이 정치적으로 절호의 기회를 맞은 건 분명하다. 이런 분위기와 여건을 확대 재생산해 그가 더 클 수 있게 하려면 도내 다른 당선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이것이 전제돼야 충청권 전반의 호응도 이끌어 낼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의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지지와 동조를 유발하기 위한 홍의원의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선의 정치력은 자기본위에만 충실해도 무방했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홍의원은 지금 영광 못지 않게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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