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되살려야 할 생명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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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되살려야 할 생명 살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3.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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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
필자는 지난번 기고에서 ‘폭력이 일상화된 위험한 한국사회’를 경고하였다(충청리뷰 1월 10일자).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최소 1백년 넘게 축적된 근현대 역사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높다. 즉, 우리 사회가 여러 형태의 반복된 국가 및 사회적 폭력에 노출되면서 사회 자체가 폭력의 일상성에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난 20세기 역사가 우리에게 준 업보이자 인과라 할 수 있다.

20세기 근대화를 거치면서 일상화된 폭력은 곧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를 만든 만큼, 생명 존중을 통해 새로운 근대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근대의 주체로 생명을 살리고자 함은 이미 19세기에 찾은 지혜이자 실천의식이었다. 바로 동학이다. 조선왕조가 붕괴되기 직전, 새로운 근대로 나아가기 위해 민중들이 내세운 실천담론은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생명사상이자 이념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19년 전, 민중들은 근대적인 삶의 주체로 등장, 사람이 하늘인 상생과 평등사회를 꿈꾸며 죽음을 무릅쓰고 죽창을 들었다. 동학농민군은 ‘사람이 하늘이다’라고 외치면서 중세가 낳은 폭력의 사슬을 끊으려 하였고 불평등과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웠다.

그럼에도 수구세력과 일본은 무력을 동원하여 무참히 동학농민군을 학살하였다. 이것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최초의 국가 폭력이자 외세에 의해 자행된 무자비한 양민 학살이었다. 최소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상당 기간 폭력은 정당화되었고 아주 고약한 전례가 되어 반복되었으며, 동학농민혁명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후손들은 역적의 굴레를 뒤집어쓴 채 대를 이어가며 역사의 죄인으로 살아가야만 하였다. 그로 인해 동학농민혁명 이후 왜곡·굴절된 근대가 본격화되었고, 그 결과가 오늘날 폭력이 일상화된 극단의 비대칭적인 위험한 한국사회인 것이다.

이렇게 근현대의 시작은 위로부터 강제된 폭력으로 시작되었지만, 그것에 대응한 대칭성의 힘과 정신은 모두가 신성이 깃들어 있는 만물의 생명을 살리자는 생명사상에서 비롯되었다. 생명 살림은 지난 20세기 폭력으로 점철된 근현대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폭력사회의 비대칭성을 해체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존재가 주체로 인정받고 기능할 수 있는 안전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곧 다가오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은 기억되어야 하고, 기념되어야 한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기념사업이 준비, 추진되고 있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은 ‘충북에서 시작해 충북에서 끝났다’라고 할 정도로, 충청북도는 지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역사적 사건이었다. 충북 차원의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사업이 추진되어야 하며, 그런 기억과 기념이 진정으로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만드는 일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에 앞서 2013년은 새로운 근대를 만들기 위해 전국에서 2만 명이라는 놀라운 인원이 충북 보은으로 모여든 ‘보은취회’ 2갑(甲), 즉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120년전 4월 전국 각지에서 보은 장내리로 모여든 사람들은 무려 한 달에 걸쳐 집회를 열고 불평등과 부자유의 사슬을 끊고 생명이 존중되는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다. 상상해보자. 2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보은 장내리 서원계곡에서 깃발을 펄럭이며 집회를 여는 모습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상상할 수 없는 민중의 열망과 실천이 120년 전에 있었던 것이다.

120주년이 되는 오늘, 그 날을 기억하고 폭력의 일상성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할 때이다. 보은 장내리에서 지금 무슨 일이 준비되고 있는지 눈여겨보자. 그리고 그 날이 오면 그곳으로 달려가자. 가서 새 날을 준비하자. 그 날은 바로 사람이 하늘인 세상,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그런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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