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현장>숨진 김선일씨와 팔루자 `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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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현장>숨진 김선일씨와 팔루자 `담요'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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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말 미군과 이슬람 수니파 저항세 력간의 한달간에 걸친 치열한 교전이 끝난뒤 팔루자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담요였다.

낮에는 따가운 햇볕으로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지만 밤에는 다소 선선해져 일교 차가 극심한데다 특히 한달간의 교전으로 주택이 대거 파괴된 팔루자에서는 담요가 필수 생필품이었다.

TV를 통해 이를 팔루자 난민들의 뜻을 확인한 이라크 한국대사관은 이라크 재건 지원 차원에서 팔루자에 담요 5천장을 무상 지원키로 하고, 이의 공급을 가나무역에 맡겼다.

가나무역측은 즉각 바그다드시내 담요 도매상을 한바퀴 돌며, 담요 구입에 나섰 지만 품질이 가장 좋은 한국산 담요로 교묘하게 위장한 중국산 담요가 섞여있는 사 실을 확인한 김천호 사장은 즉각 이를 국산으로 교체하라고 명령을 내려 직원들이 진땀을 빼야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김선일씨를 비롯한 가나 직원들은 담요안에 `한국의 친구들 이 이라크 친구들에게...'란 문구가 새겨진 상표를 부착하느라 이틀밤을 꼬박 새워 야 했다.

고생끝에 마련된 담요 5천장은 그러나 아직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팔루자의 이슬람 고위 성직자단체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이 단체의 수장이 외국 출장인 관계로 계속 늦어져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팔루자행 담요 5천장은 지금 가나무역측이 임대한 창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가나무역측은 창고 경비를 위해 한달이 넘도록 인도인 경비원을 고용하 는 출혈까지 감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요가 정시에 팔루자 주민들에게 전달되기만 했더라도 상표를 부착 하느라 날밤을 새웠던 김선일씨가 팔루자에서 희생당하는 비극만은 막을수 있지 않 았을까 하는 때늦은 한탄도 나오고 있다./(바그다드=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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